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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상과 해녀상이 조화로운 포구
▲ 구엄 포구 물고기 상과 해녀상이 조화로운 포구
ⓒ 장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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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에서 일주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가다보면 '해안도로' 표지판이 나온다. 이 표지판을 따라 가면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라 불릴 만큼 수려한 경관이 눈에 들어온다. 해안 도로 중간쯤 '구엄포구'가 나온다.

구엄포구 옆에는 넓다란 판상절리가 펼쳐져 있다. 이 판상절리가 '천연 돌염전'이다. 예전에 이곳에서 나오는 소금은 최고 상품이었다 한다.

"제주에는 소금이 귀했다. 그러기에 소금을 아끼느라 김치감인 배추도 바닷물에 담가 절였다. 이런 와중에 엄젱이 만큼은 소금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먹었다. 제주에서는 상당히 귀한 모습이었다. 엄젱이에서 생산된 돌소금은 넓적하고 굵을 뿐만 아니라 미각과 색소 등 품질이 뛰어났다. 그 귀중한 자산이 방치 되어 있는 게 안탑깝다."

이 고장 출신 강정홍(구엄교 교장)은 못내 아쉬운 표정이다.

"요즘 관광은 체험관광이 되고 있다. 엄젱이 천연 돌염전에서 실지로 소금을 만들어 보고 직접 만든 소금을 구입해 가면 상당한 관광 상품으로 브랜드화 할 수 있을 것이다."

판상절리에 염전을 만들었다.
▲ 엄젱이 염전 판상절리에 염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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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엄, 중엄, 신엄 세 마을을 합해 '엄젱이' 라 한다. 예로부터 소금, 곧 '염(鹽)을 제조해오며 살아온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는 말이다. 그만큼 마을 사람들은 소금을 만드는 일이 생업의 한 수단이었다. 1945년을 전후하여 자취를 감추기 전까지 제주도의 명물이었다.

엄젱이의 '빌레뜨르'는 약 700여년 전 주민들이 해변가 판상절리에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썰물시 빠져 나간 곳에 천연 소금을 만들기 시작한 곳이다. 바닷가 따라 길게 생성된 판상절리에 거북이 등처럼 흙으로 경계선을 만들어 바닷물을 가두어 염도를 높여 소금을 만들었다. 만들어진 소금은 곡물과 교환하였다. 빌레(넓적한 돌, 판상절리)에서 생산된 소금은 당시 제주에서 귀하기로 소문나 '육지 염전'의 열 배 가격으로 거래되었으며, 그 맛과 품질이 뛰어나 나랏님에게까지 진상할 정도였다 한다.

이 곳에서 염전이 가능했던 이유는 판상절리가 지닌 자연 특징 때문이다. 판상절리 가장자리는 직벽을 이루고 있어 만조 때에도 물에 잠기지 않아 소금밭이 훼손될 염려가 적고 간조 때에는 바닷바람으로 수증기가 자연 증발되어 천연 염전으로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넓이가 500 여평에 이른다
▲ 빌레뜨르 넓이가 500 여평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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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형 속 모형은 재현 된 모습
▲ 돌염전 사각형 속 모형은 재현 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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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바닷물로부터 소금을 얻은 것은 해안 바위의 파인 곳에 남아 있던 바닷물이 햇빛에 의해 증발하여 농축된 것을 발견하면서부터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사람은 하루에 20그램의 염분이 필요하다. 사람이 땀을 흘리면 염분이 체외로 흘러 나와 그만큼 염분을 보충해야 하는데 이 때 소금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는 사면이 바다이면서 소금이 나지 않는다. 다만 유일하게 엄젱이만이 소금이 나기에 '엄젱이 천연소금'이 중요한 자리 매김을 한 것이다.

엄젱이에는 특이하게 직각으로 서 있는 판상절리가 많다.
▲ 판상절리 염전 막 엄젱이에는 특이하게 직각으로 서 있는 판상절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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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민(제주시 애월읍 구엄리)은 천연소금을 만드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한국수산지>에 이 마을에 887평의 소금밭이 있고,  1년에 2만8800근의 소금이 나온다고 했다. 염전은 한 가구당 20~30평 내외로 소유하였고 큰 딸에게만 상속해 주는 풍속도 생겨났다.

① '소금빌레'는 거북등처럼 생겼다. 등 모양 따라 찰흙으로 둑을 쌓는다. 둑의 폭과 높이는 약 15센티미터 안팎이다. 그 둑을 '두렁'이라 하고, 이 일을 두고 '두렁막음'이라 한다.

②  '곤물'을 만드는 통을 '물아찌는돌'(또는 호겡이) 이라 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완전한 소금을 만드는 곳을 '소금돌'이라 한다. 보통 여섯 개의 '호겡이'중 '곤물'을 만드는 '호겡이'통이 넷이면 소금을 만드는 '소금돌' 통은 둘이다. '호겡이'에서 '곤물'을 만드는 일(소금기를 농축시키는 일)을 두고 '조춘다'라고 한다.

③ 허벅(된장통, 다른 용기도 이용)으로 지어올린(등짐으로 옮김) 바닷물을 '호겡이' 안에 부어 넣고 햇볕에 졸인다. 소금기의 짙기에 따라 '호겡이'를 바꿔나간다.  '곤물'의 농도는 달걀로 확인했는데 짙기가 엷으면 가라앉고 '곤물'에서는 뜬다.

④  '소금돌'에서 바로 소금을 만들기도 한다. 이를 '돌소금'이라 한다.

⑤ 햇볕이 부족한다든지 장마철에는 '곤물'은 일정한 장소에 보관해야 했다. '곤물'을 보관하는 고정된 시설물을 '혹'(물혹 또는 촌물혹)이라 한다. '소금빌레' 가까운 곳에 찰흙으로 빚어 만들어 놓은 고정된 항아리다. '혹'의 규모는 사람이 안에 서면 목이 찰 높이에 양팔을 벌려도 충분한 정도의 폭으로 둥그렇게 만든다. 그 위에 빗물이 들어가지 못하게 '노람지'(이엉)를 덮는다.

⑥ 소금 만들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방법에 따라 완성된 소금의 이름도 다르다. '호겡이'에서 햇볕으로만 만든 소금을 '돌소금'이라 하고 '돌소금' 생산은 보통 4월에 시작하는데 생산기간은 2개월 정도 소요되어 6월이면 출하가 가능했다. '돌소금'은 넓적하게 굵을 뿐만 아니라 품질도 뛰어나 '돌소금' 1되와 보리 1되를 물물교환했다. '혹'에 담아 두었던 '곤물'을 솥에서 달여 만든 소금을 '삶은소금'이라 한다. '삶은소금'은 주로 겨울철이나 장마철에 만들어졌는데 '혹'에 담가뒀던 '곤물'을 달여 만든 소금이다.

엄젱이 판상절리의 대표격이다
▲ 판상절리 염전 엄젱이 판상절리의 대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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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젱이 주상절리도 일품이다. 절리는 쪼개지는 방향에 따라서 주상절리와 판상절리로 나눈다. 주상절리는 모양이 보통 육각형 기둥으로 화산암 암맥이나 용암, 용결응회암에서 보인다. 이는 두꺼운 용암이 섭씨 1000여도의 화구로부터 흘러나와 급격히 식으면서 생성되었다. 판산정리는 모양이 보통 육각형이나 기둥이 아닌 평평한 모양으로 생성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중문 주상절리가 유명한데 이곳 엄젱이 주상절리는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보물로 중문 주상절리를 능가하는 학술적 가치로 무리지어 생성되었다는 데 있다.

엄젱이 주상절리 1
▲ 주상절리 엄젱이 주상절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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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젱이 주상절리 2
▲ 주상절리 엄젱이 주상절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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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젱이 주상절리 3
▲ 주상절리 엄젱이 주상절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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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젱이 주상절리 4
▲ 주상절리 엄젱이 주상절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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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젱이 주상절리 5
▲ 주상절리 엄젱이 주상절리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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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젱이 주상절리 6
▲ 주상절리 엄젱이 주상절리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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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주인터넷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주상절리, #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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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통일교육위원, 한국녹색교육협회이사,교육부교육월보편집위원역임,제주교육편집위원역임,제주작가부회장역임,제주대학교강사,지역사회단체강사,저서 해뜨는초록별지구 등 100권으로 신지인인증,순수문학문학평론상,한국아동문학창작상 등을 수상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고 싶음(특히 제주지역 환경,통일소식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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