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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박수 받고 시민들이 오열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비참한 최후를 맞은 대통령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CBS 라디오 <시사자키 변상욱입니다>의 주말 진행자인 시사평론가 김용민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2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퇴임 후 이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만큼 존경을 받을지 의문"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남은 3년 반의 임기 내에 변화를 보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용민 교수는 지난 24일 방송 오프닝 코멘트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해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사자키> 청취자 게시판에는 "대단한 용기에 찬사를 보냅니다", "속이 후련합니다" 등 누리꾼들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날 방송에서 "서거한 지도자가 재임 시절에 국민을 존엄하게 대했는지 여부를 (역사의) 평가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자신을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 언로를 차단하고 뒤를 캐고 규탄집회 자체를 봉쇄하고 물대포 쏘고 진압봉 휘두르고 붙잡아 가 겁박했는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있는 사람 우대하고 없이 사는 사람 박대했는지, 정적이 세상을 떠났는데도 분향소마저 못 꾸리게 경찰력을 남용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한 뒤에 과연 국민으로부터 존엄하게 예우 받는 지도자가 될 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비판하던 수준으로 이 대통령 비판한 것뿐"

 

인터뷰에 응한 김용민 교수는 방송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한 배경을 묻자 "언론이 해야 할 '정도'를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노무현 대통령 재임 때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던 수준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센 발언' 뒤 후폭풍이 두렵지 않았을까? 그는 "'클로징 코멘트'로 신경민 앵커가 쫓겨나는 등 이명박 정권을 비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도 "다음 주 못 나온다는 걱정을 하면 방송을 어떻게 하느냐, 시사프로에서 시사평론가에 대한 요구에 부응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명박 정부를 견제·비판을 하지 못하는 언론에 대해 그는 "언론사는 앞으로 영원히 시청자와 독자를 만날 텐데, 권력에 대해 자유롭게 글 쓰고 말할 수 있는 기조가 있어야 한다"며 "훌륭한 저널리스트들이 눈치 보지 않고, 탁월한 식견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반응과 관련해서 "지금은 이런 얘기(비판)하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관심을 보여준 것 같다"며 "'다음 주에 못 나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는데, 방송국으로부터 어떠한 전화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달리, 이명박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만큼 존경 받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열기가 대단하다. 최소한 외형적으로 국민들을 존엄하게 대했던 것이 평가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숙제가 많다. 3년 반 안에 변화를 보여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처럼 오열하고 박수 받고 그런 대통령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비참한 최후를 맞은 대통령도 있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다음은 김용민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이 대통령, 비참한 최후를 맞은 대통령도 있었다는 걸 알아야"

 

- 24일 라디오 방송에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한 배경은 무엇인가?

"23일 방송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내일(24일) 오프닝 코멘트를 무엇으로 할까 생각했다. 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렇게 추모를 받고 있는지 밝히면서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이고 국민을 배제한 정책 수행 등 지금까지 오류를 반성하고 새로운 출발을 모색하는 길을 제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직접 원고를 작성해 24일 피디·작가와 내부적인 회의를 거쳐 마이크 앞에 섰다. 나는 언론이 해야 할 '정도'를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노무현 대통령 재임 때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하던 수준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한 것뿐이다."

 

- '센 발언' 뒤 후폭풍이 두렵지 않았나?

"'클로징 코멘트'로 신경민 앵커가 쫓겨나기도 했고, 지금은 이명박 정권을 상식적으로 비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여러 방송국을 다니다 보면, 이래저래 눈치를 보거나 자기검열하는 분위기가 있다.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가 광고를 배분하고 방송 인허가권이 방통위에 있으니 생존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지 않나. 신문사도 마찬가지다.

 

저쪽(이명박 정부)에서 어떤 사인이 올지도 모른다. 농담이긴 하지만 방송하고 나서 '세금 안낸 게 있나, 책잡힐 일 있나'라는 생각에 머리가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 주 못 나온다는 걱정하면 방송을 어떻게 하나. 시사프로에서 시사평론가의 요구에 부응한 거다."

 

- 오프닝 코멘트는 언론을 향한 쓴소리로도 들린다.

"언론은 노무현 정부 때 정권에 대해 많은 견제와 비판을 했다. 하지만 최근엔 적절한 견제를 못하고 있다. 국회도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인 상황에서 4부라 불리는 언론이 견제·비판을 해야 하는데, 조중동 힘은 세지고 KBS는 넘어갔고 MBC는 눈치 본다.

 

앞으로 방송국은 영원히 시청자와 독자를 만날 텐데, 권력에 대해 자유롭게 글 쓰고 말할 수 있는 기조가 있어야 한다. 훌륭한 저널리스트들이 많은데 이렇게 언론이 위기인 상황에서 눈치 보지 말고 과감하게 탁월한 식견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 "후련하다" "할 말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등 누리꾼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때는 이런 얘기를 남들 다 하니까 관심이 없었겠지만, 지금은 이런 얘기하는 사람 많지 않으니 관심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나. 고맙다. 방송 끝나고 피디가 '다음 주에 못 나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전화가 많았다고 한다. CBS는 바른 목소리를 내는 곳으로 방송국으로부터 전화 받은 적 없다."

 

- 오프닝 코멘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과연 존엄한 대우를 받을 만한 그런 지도자였는지는 추모 열기와 정비례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추모 열기는 어떤 수준인가?

"대단한 추모 열기다. 아무래도 국민들을 존엄하게 대했던 것이 최소한 외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영결식이나 노제에 참여해 눈물을 흘릴지 지켜봐야 한다."

 

- "이명박 대통령이 과연 존엄하게 예우 받는 지도자가 될지 의문이 든다"고도 했다.

"남은 임기 3년 반 동안 개선 없이 이 기조대로 간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만큼 존경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돌아가시면 떡 돌리겠다'는 격문이 붙을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은 숙제가 많다. 회심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5월부터 방송을 하면서 소통에 대해 얘기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촛불만 보면 경기 일으킨다. 3년 반 안에 변화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처럼 오열하고 박수 받고 그런 대통령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고 비참한 최후를 맞은 대통령도 있었다는 걸 알아야 한다."

 

CBS 라디오 <시사자키 변상욱입니다>의 24일 오프닝 코멘트

온 나라가 충격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사자키, 주일 진행을 맡은 저는 시사평론가 김용민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의 평가, 이제부터 본격화되겠죠? 평가가 시작된다면, 이 기준!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서거한 지도자가 과연 재임 시절에 국민을 존엄하게 대했는지 그 여부를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자신을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 어떻게 대했는지 짚어봐야 합니다. 인터넷이나 매체에서 혹은 오프라인에서 자기를 비판했다고 언로를 차단하고 뒤를 캐고 혹은 규탄집회 자체를 봉쇄하고 물대포 쏘고 진압봉 휘두르고 붙잡아 가 겁박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다음은, 약자에 대해 배려했는지도 짚어봐야 합니다. 이를테면, 종합부동산세, 또 부동산 규제 다 없애고 사교육을 번창 하게 하는 방식으로 있는 사람 우대하고 없이 사는 사람 박대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권력을 본인을 위해 사용했는지 짚어봐야 합니다. 정적에 대해 공권력을 동원해 압박하고 망신주고 처벌했는지 심지어 정적이 세상을 떠났는데도 분향소마저 못 꾸리게 경찰력을 남용했는지 또 방송사 사장 같은 요직을 대선 때 고생했던 사람에게 선물로 하사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국민은, 자신을 존엄하게 대한 지도자가 설령 힘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똑같이 존엄하게 대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과연 존엄한 대우를 받을만한 그런 지도자였는지는 요 며칠 동안 나타날 추모 행렬 또 열기와 정비례할 것입니다.

 

한편 이런 의문도 듭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한 뒤에, 즉 힘이 없어지는 그 때에 과연 국민으로부터 존엄하게 예우 받는 지도자가 될지 말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3년 반 뒤 애청자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태그:#김용민, #시사자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산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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