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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화기로 붙인 이 한 개피로 세상 시름 모두 잊으소서...
▲ 얼마나 담배 한 가치가 그리우셨나요... 관악산 화기로 붙인 이 한 개피로 세상 시름 모두 잊으소서...
ⓒ 김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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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께서 그토록 그렇게 또 애타게 찾으셨던 담배 한 가치...

절대절명의 순간에 손 끝이 바르르 떨리며 갈구하는 그 심정은 아마 느껴보지 못한 이는
상상키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23일 새벽 공기를 가르며 오르신 그 산 모퉁이 차가운 바위
덩에 서서 지나온 63년이 주마등처럼 스칠 때 애타게 찾았을 담배 한 가치...

전국 방방골골에서 당신께 바치는 담배 한 개비랑 이 곳 관악에서 올리는 것은 그 화기에
서 엄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관악산의 엄청난 화기를 막고자 숭례문 현판을 세로로 세울
만큼 위협적인 이 곳의 지세가 결국 그 숭례문 마저 태우고 말았지 않습니까... 그 화기를
그대로 사용하고 또한 관악민들의 마음을 담아 그토록 찾으셨던 한 개피의 담배에 사랑의
불을 붙여 고인께 올립니다. 속시원히 한 대 즐기시면서 머나먼 그 길 떠나소서...

고인을 위해 관악산 아래 이 동네에도 분향소를 마련하여 가시는 길을 밝히고자 합니다.

25일 11시 사단법인 미래교육희망(이사장 유기홍-前 국회의원) 사무실에 마련된 관악구
분향소에는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동네 어르신들이 찾아서 가신 고인을 위해 마음
을 담고 눈물을 훔치고 갔습니다. 30여분을 불공을 드리며 '아제 아제 바라아제'를 외치며
마음의 통곡을 쏟아낸 90을 넘긴 할머니의 붉게 젖은 눈망울을 꼭 가슴에 담고 가소서...

부디 29일 경복궁에서 마지막 가시는 날 이 누추한 동네 관악산 아랫녘에도 꼭 들리셔서
못다한 사랑 나눠주시고 그 환한 미소 보여주시고 가시옵길 앙망하옵니다.

25일 11시 분향소를 열자마자 달려오신 동네 어르신들의 참배는 줄을 이어 계속 되었다.
▲ 故 노무현 전 대통령 가시는 길.. 관악구 분향소 25일 11시 분향소를 열자마자 달려오신 동네 어르신들의 참배는 줄을 이어 계속 되었다.
ⓒ 김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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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관악을 대표하여 미래교육희망 유기홍 이사장(前 국회의원)이 쓴 글 <故 노무현 대통령님 영전(靈前)에 바치는 글>의 전문입니다.

우리가 다시 일어서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영전(靈前)에

2005년 11월 노무현 대통령께서 우리 관악구의 인헌중학교 방과후 학교를 방문하셨을 때
가 생각납니다. 아이들과 함께 그렇게 해맑게 웃으시던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여사님과
함께 아이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시던 그 모습이 자꾸 떠오릅니다.

그런 대통령께서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는 마지막 말씀을 남기신 채․․․

그러나, 
참으로 원통합니다.
너무도 억울합니다.
이렇게 허망하게 우리의 곁을 떠나시다니요?

왜 그 분이 이런 선택을 하실 수 밖에 없었는지.
누가 그 분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는지를 우리는 잘 압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
민주주의와 인권을 후퇴시키고,
남북화해와 평화를 뒷걸음질 치게 하고,
철거민들을 불에 태우고,
서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고,
언론인들을 구속하고,
인터넷에 재갈을 물리고
우리 아이들을 정글과도 같은 무한경쟁으로 내몰고,

이제 그것도 모자라․․․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슬퍼하고 있지만은 않겠습니다.
과거 민주화운동을 결단하던 심정으로,
투옥과 고문을 두려워하지 않던 마음가짐으로,
80년 5월 금남로를 내달리던 심정으로,
87년 6월 명동성당을 지키던 비장함으로,
2002년  희망돼지를 키우던 자세로,
2008년 우리 아이들과 촛불을 켜들던 신명으로,
다시 일어서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편안히 가십시오.
안심하고 눈을 감으소서.

우리가 다시 일어서겠습니다.
다시 일어서 그 높은 뜻을 있겠나이다.

2009년 5월 25일
사단법인 미래교육희망 이사장 유기홍

덧붙이는 글 | 김이구 기자는 관악구의 건강한도림천을만드는주민모임 대외협력팀장으로 있습니다



태그:#노무현, #분향소, #관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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