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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저녁. 퇴근 길 부평역광장에 설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시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노 전 대통령 추모 25일 저녁. 퇴근 길 부평역광장에 설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시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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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이틀이 지난 25일 저녁. 퇴근길 부평역광장은 다소 차분한 상태에서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하나 둘씩 이어졌다.

퇴근길 부평역에 도착한 시민, 유모차를 끌고나온 신혼부부, 고등학생, 중학생,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 휠체어를 타고 온 장애인, 시원하게 머리를 깎은 젊은이…. 분향소가 마련되자 어느새 추모객이 줄을 이었다.

이 광경을 부평역광장 언저리에서 분향소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하던 시민들도 곧 줄을 서고, 분향소 옆을 지나가던 학생들도 잠시 줄을 섰다. 한 아이의 엄마는 "대통령 할아버지 하늘나라로 편히 가시라고 절하는 거야"라며 아이들과 함께 절을 올린다.

이제 막 다섯 살이나 됐을까 아이가 손에 쥔 국화가 노무현 전 대통령 영정 사진 앞에 놓인다. 바보 노무현은 그가 대통령이었는지도 모르는 한 꼬마의 국화 한 송이를 받으며 그저 바보처럼 웃고 있을 뿐이다.

분향소를 찾아다니다 마침 이곳에 분향소가 마련돼 있어 참 다행이라며 반갑게 인사하는 학생들도 있다. 인하대학교 4학년이라고 밝힌 세 명의 젊은이는 인천에서 분향장소를 알아봤는데 찾지 못해 안타까워하면서 서울로 올라갈까, 봉화마을로 내려갈까 망설이던 중 우연찮게 부평에 와서 분향소를 발견하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그 중 울산이 고향이라고 밝힌 최영근(28)씨는 "2002년 그를 지지했지만 아쉬움도 컸던 게 사실이다. 그분에 대한 공과는 남을 테지만 시대의 아픔을 모두 짊어지고 가신 것 같아 많이 안타깝다"며 "큰 별이 졌다. 분명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한 면도 제법 있는데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도덕성마저 폄훼 당하니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틀 째인 25일 오후 부평역광장에 설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 고이가시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틀 째인 25일 오후 부평역광장에 설치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노 전 대통령 영정 앞에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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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민들의 표정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당일보다 차분해 보였지만 시민 분향소를 찾은 이들의 얼굴엔 침통한 역력했다.

노 전 대통령을 향한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전국각지에서 줄을 이으며 국화 품귀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헌화에 필요한 국화가 부족해 분향소마다 애를 먹고 있다.

시민분향소를 준비한 부평구 민주당 측은 "헌화에 필요한 국화를 마련하는 게 너무 힘들다. 인천뿐만 아니라 인근 경기도와 서울까지 알아봤는데 추모객이 끊이지 않고 있어 국화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며 "이곳 부평역광장 분향소는 29일 영결식까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분향소에 들러 추모를 마친 한 시민은 "그가 떠난 지 이틀이 지나 이렇게 부평에도 분향소가 마련돼 다행이다. 대선 때 그를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세상을 하직한 뒤 여러 언론보도에 오르내리는 그의 63년 인생을 보니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부디 편한 곳에서 영면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의 죽음 앞에 부끄러울 줄 알아야 한다. 과연 이 정권과 검찰이 그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고 여운을 남겼다.  

한편, 부평역광장에 시민 분향소를 설치하기 위해 신은호 부평구의회 의원은 부평구청에 분향소 설치와 그에 따른 협조를 구했다. 하지만 부평구에서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이를 거절해 논란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신 의원은 "당을 떠나서 한 나라의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다고 한다면 지자체 차원에서도 시민들의 추모를 위해 지원할 수도 있는 일 아니겠냐?"며 "두 번이나 거듭 요청했지만 '전례 없는 일'이라는 답변만 돌아와 부평역 광장에 분향소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부평역광장 노 전 대통령 추모 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아들과 함께 헌화를 하고 있다. 그는 헌화 하기 전 노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태우고자 했던 담배 한 개비를 태워 영전 앞에 올렸다.
▲ 추모하는 아버지와 아들 부평역광장 노 전 대통령 추모 분향소를 찾은 한 시민이 아들과 함께 헌화를 하고 있다. 그는 헌화 하기 전 노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태우고자 했던 담배 한 개비를 태워 영전 앞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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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인천시는 중구 도원동 시립도원체육관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25일부터 조문객을 받고 있다.

안상수 인천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시청, 시 산하 공사·공단 관계자 등 50여명과 함께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분향소에는 나근형 인천시교육감과 이길범 해양경찰청장, 모강인 인천지방경찰청장 등 기관·단체장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보다 앞서 24일 민주당 인천시당 사무실(남동구 간석동)과 계양구 송영길 국회의원 사무실, 부평구 홍영표 의원 사무실에 임시 분향소가 설치됐으며, 같은 날 오후 인천지역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이 경인전철 동암역 북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해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부평역광장 분향소 설치 후 인천지역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는 10여곳으로 늘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무현 대통령 서거, #노 전 대통령 , #분향소, #부평,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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