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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언론과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다. 특히 <조선일보>와는 쉴 새 없이 싸웠다. 대통령을 그만둔 후에도 <조선일보>는 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왜 <조선일보>와 노무현은 싸웠을까? 아니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웠을까?

 

16대 대통령 선거를 넉 달여 앞둔 2002년 8월 '노의 남자'로 불리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쓴 <왜 노무현은 조선일보와 싸우는가>에서 그 실마리를 어느 정도 찾을 수 있다. 유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이 "노무현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욕을 먹고 불이익을 당하면서 굳이 <조선일보>와 싸우는가를 해명"하기 위해 책을 썼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조선일보>와 싸우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과 <조선일보>의 싸움에는 대한민국을 반세기 동안 지배해온 '앙시앵 레짐(구체제)'의 목숨이 걸려있다. 어느 네티즌의 표현을 빌면, 우리는 '바스타유 감옥'을 부쉈지만 '앙시앵 레짐'을 해체하지는 못했다. 국민은 6월 항쟁을 통해 군부독재를 종식하고 민주화의 문을 여는 데는 성공했지만, 강고한 동맹을 맺은 극우언론과 극우정당의 사상적 ․ 정치적 지배에서 사회를 전면적으로 해방시키는 데까지는 못했다는 말이다. <조선일보>를 상대로 한 노무현 전쟁은 바로 이 '앙시앵 레짐'의 해체를 겨냥한 것이다." (7쪽)

 

노무현은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임기를 지냈지만 '앙시앵 레짐'을 완전히 해체시키지 못했다. 그러므로 '노의 남자'답게 굉장히 노 전 대통령에게 너무 편파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유시민은 말한다. 자신은 '객관적 관찰자'가 아니라 "공정하게 편파적인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이며, 공정한 것이 가장 편파적이라"는 한 누리꾼 말을 빌어 "노무현과 <조선일보> 가운데 어느 쪽을 응원해야 할지 분명하게 판단하지 못하거나, 어느 쪽인가를 편들면서도 싸움이 벌어진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이를 알리기" 위해 책을 썼을 뿐이라고 했다.

 

노무현과 <조선일보> 싸움은 1991년 노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변인이 되었을 때 <조선일보>가 프로필을 소개하면서 "고졸 변호사 … 상당한 재산가"라는 제목 기사에서 시작되었다. 그 유명한 '호화 요트'였다. 노 전 대통령은 <조선일보>를 상대로 명예훼손소송을 걸었다 . 다른 정치인들이라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후 싸움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정치인이라면 <조선일보> 같은 거대 언론과 잘 지내려하지만 노무현은 달랐다. 그 이유를 유시민은 "노무현은 '불관용'과 싸우며 통합과 화해를 추구한다."면서 "그는 '조선일보'가 지향하는 '멋진 신세계'와 어울리지 않는 정치인이다. 둘 사이의 싸움은 필연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럼 이 싸움이 언제 끝날까 "노무현이 대통령의 꿈을 접지 않는 한, 또한 '조선일보'가 '밤의 대통령'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조선일보'의 공격과 노무현의 반격은 끝나지 않는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이 싸움은 그의 임기 내내 계속될 것이다"라고 했다. 유시민 전 장관 말처럼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고, 퇴임 후에도 <조선일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은 2001년 6월 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수구세력 선봉에 <조선일보>가 서 있다고"고 했으며, 2001년 12월 3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는 "조선일보는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는 신문입니다. 친일경력과 군사독재정권과 결탁했던 과거가 있는 신문입니다. 기득권층의 편에 서 있는 신문이고,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적대적인 신문입니다. 그들이 왜곡보도를 하는 한 국민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언론의 정도를 벗어난 신문과 어떻게 인터뷰를 할 수 있겠습니까?"라면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약속은 대통령 임기 동안 지켰다.

 

하지만 이제 그가 갔다. 더 이상 싸우고 싶어도 싸울 수 없다. 유시민은 마지막 글에서 "노무현이 낙선한다고 해도 <조선일보>가 웃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했다. 그 이유로 "노무현이 벌였던 <조선일보>와 일전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개혁, 국민톨합과 한반도의 평화를 가로막고 훼손하는 앙시앵 레짐을 백일하에 드러냈기 때문이라"했다.

 

유시민 말과 바람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앙시엥 레짐을 완전히 해체하지 못했지만 <조선일보> 실체가 무엇인지 드러낸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죽기 전까지 그토록 <조선일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그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고 없는 지금과 앞으로 <조선일보>는 노무현과 싸울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노무현을 기다리고 있을까? <조선일보> 일전을 벌여 앙시엥 레짐의 완전한 해체를 실행에 옮길 사람은 누군인가? 궁금하다.

덧붙이는 글 | <왜 노무현은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유시민 지음 ㅣ 개마공원 펴냄 ㅣ 9,500원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

유시민 지음, 개마고원(2002)


태그:#노무현, #조선일보,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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