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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인터넷과 TV를 달구던 23일. TV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마치 꿈을 꾸는 듯한 소식이어서 잠시 귀를 의심한 뒤, 지상파 방송에서 나오는 뉴스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유심 있게 지켜봤다.

실족사냐 자살이냐를 놓고 공방을 벌이던 중 오전 11시경에 발표된 병원측의 발표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표는 서거한 원인이 자살 쪽으로 치우쳤고, 추후에 공개된 유서의 내용으로 자살임이 확실해졌다.

주말 아침 들려온 충격적인 소식으로 인해 마음이 뒤숭숭해지고 있을 즈음, 마음을 더 뒤숭숭하게 만들고 심지어 짜증까지 나게 하는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더군다나 그 소리는 며칠 사이를 두고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여서 더욱 짜증이 났다. 아파트와 주택이 모여 있는 곳에 자주 출몰하는 이 게릴라성 트럭은 20여 분 동안 내내 방송 소리로 주변의 주민들을 짜증나게 한 뒤 스르륵 사라져버렸다.

이 트럭의 정체는 바로 굴비와 고등어를 싸게 판다는 홍보용 트럭. 이 트럭에서 흘러나오는 짜증나는 방송의 멘트는 대강 이렇다.

특히, 방송을 하면서 특별히 목소리를 크게 하며 강조하는 멘트는 오히려 사람들을 끄는 게 아니라 제품에 대한 의심을 갖게 만들었다.

특별히, 깜짝, 무조건, 정말, 진짜, 단 한 마리라도, 자신있다... 등

"정말 맛있는 영광 법성포산 햇굴비를 오늘만 특별히 1마리에 250원씩 드립니다. 1마리에 250원, 40마리를 단돈 만원에 드리겠습니다. 10분 동안만 특별히 진행합니다. 조금만 서둘러 주세요. 어머니! 차량 뒤쪽으로 오세요!"

방송차량 방향으로 오는 사람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데 일부러 눈길을 끌기 위해서 그러는 것인지 정겹게 '어머니'를 부르며 차량 뒤쪽으로 오라고 주저 없이 방송한다. 이것도 홍보의 한 방법인가보다. 이어서 방송은 계속된다.

"이렇게 말도 안되는 가격에 싸게 드리는 이유는 최근 중국산 조기가 영광굴비로 둔갑해서 팔리는 경우가 너무나 많아서 오늘 짧은 시간이나마 행사를 통해서 진짜 영광굴비를 홍보차원에서 제공해 드리고 있으며, 진짜 영광굴비를 구별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드립니다. 만약 단 한 마리라도 중국산 굴비가 섞여있다면 1천만원까지 보상을 해 드립니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말입니다. 저희는 먹는 것 가지고 절대로 장난치지 않겠습니다."

자신들이 파는 제품이 진짜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너무 과장되게 홍보하는 게 아닌가 할 정도로 방송멘트에는 믿고 구매해 달라는 호소가 담겨져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멘트가 너무 과장된 홍보라고 생각했는지 굴비를 사기 위해 차량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리 많지 않았고, 심지어는 굴비를 구입하러 왔다가 그냥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방송소리가 잠시 잦아드는 듯 싶더니 이제는 방송멘트를 바꾸어 다시 시끄러운 방송을 시작한다. 이번에는 고등어다.

"OO 간고등어도 깜짝 세일합니다. 지금 방송이 들리는 차량 뒤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오늘 특별히 잘 들으세요. 깜짝 놀라시니까요. 잘 들으셔야 합니다. 시중에서 3손 6마리에 만원에 드리던 안동고등어를 오늘 특별히 위생진공포장으로 5손 10마리를 드립니다. 그러다보니까 한 마리당 천원씩 구입하게 되는 것이고요, 특별히 손질할 필요도 씻을 필요도 없습니다. TV홈쇼핑처럼 바쁜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춰서 간편하게 드실 수 있습니다."

이번 방송은 굴비보다 더 심하다. 계속해서 잘 들으라는 말과 함께 깜짝 세일을 하는 것이니 싸게 구입하려면 빨리 방송차량 뒤쪽으로 오란다.

이는 '마지막', '깜짝'이라는 말만 들으면 마치 횡재를 얻는 양, 그리고 '10분 동안만' 하는 시간의 제약을 두게 되면 마치 금단현상을 겪는 것 마냥 이번 기회를 놓치게 되면 손해를 보게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상술로밖에 비쳐지지 않았다.

특히, 방송 초기에는 단 10분 동안만 폭탄세일을 한다고 방송을 하더니만 똑같은 방송멘트를 네 번씩이나 쉬지 않고 반복하면서 20여분 동안 주택가를 시끄럽게 하더니 조용히 현장을 떠나는 것으로 보아 상술로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동안 이 마을을 찾았던 차량의 넘버와 다른 것으로 보아 한번 찾아서 물건을 판 장사꾼은 다시 오지 않으니 오해의 소지도 있다. 물론, 소비자들은 유심히 차량번호를 보고 굴비를 사지 않으니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직접 구입을 하지도, 먹어보지도 않아서 그것이 진짜인지 알 수는 없다. 비록 조용했던 시골마을을 시끄럽게 만들어놓고 현장을 빠져나가서 짜증나게 만들기도 했지만, 이날 이들에게 제품을 구입한 주민들도 몇 몇 있듯이 이들이 진품이 아닌 제품을 가지고 어려운 경기를 틈타 서민들을 이용한 상술이 아니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영광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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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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