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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산 보림사에서 만난 용 두 마리. 여의주 하나를 물고 있는 용(왼쪽)과 그렇지 않은 용(오른쪽).
 가지산 보림사에서 만난 용 두 마리. 여의주 하나를 물고 있는 용(왼쪽)과 그렇지 않은 용(오른쪽).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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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두 마리가 먼저 나와 양 쪽에서 반긴다. 오른 편에 있는 용은 입을 벌린 채 밑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 입 안에는 아무 것도 없다. 부릅뜬 눈은 뭔가를 찾아 살아 움직인다. 사냥의 의지가 엿보인다. 다만 부러진 이 몇 개가 웃음을 자아낸다. 어린 '개구쟁이' 친구들 같다.

왼편의 용은 고개를 든 채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입 안에 여의주 하나 들어 있다. 그 때문인지 눈동자도 평온하다.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것처럼 만족스런 표정이다. 부처님처럼 인자한 용의 얼굴이다.

생뚱맞게도 그 모습을 보고 이솝우화에 나오는 '욕심꾸러기 개'가 떠오른다. 고깃덩이를 물고 가다가 냇가에 비친 험상궂은 개를 보고 컹-컹- 짖어 고기를 놓쳐버린…. 욕심 많게도 다른 개가 물고 있던 고깃덩이까지 탐하다가 자신의 것까지도 잃어버린 그 개 말이다.

그 생각도 잠시. 문화유산해설사의 얘기를 듣고 보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절에는 보물과 문화재가 많단다. 들어갈 때는 빈 손으로 들어가지만 나올 때는 보물 하나씩 가지고 나온다는 의미란다. 물론 마음 속의 보물이다.

전라남도 장흥에 있는 가지산 보림사 풍경.
 전라남도 장흥에 있는 가지산 보림사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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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절에는 보물과 문화재가 많다. 석탑과 석등, 철불은 국보로 지정돼 있다. 동부도와 서부도, 보조국사 창성탑과 창성탑비, 목조 사천왕상, 월인석보, 금강반야밀경 등은 보물로 지정됐다. 이밖에 전라남도지방유형문화재도 12점을 간직하고 있다.

단위 사찰로는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불교문화의 보물창고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 절은 선종 대가람 '보림사(寶林寺)'다. 우리나라에 선종이 가장 먼저 들어와 정착된 곳으로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터를 잡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전라남도 장흥군 유치면에 있다.

두 마리의 용을 보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절에 발을 들여놓는다. 이번엔 사천왕문의 나한상이 반긴다. 목각 나한상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규모를 자랑한단다. 겉보기엔 평범한 절인데 조각들에서 범상치 않은 절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다.

가지산 보림사 대적광전 전경.
 가지산 보림사 대적광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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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사 대적광전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왼손 검지 손가락을 오른손으로 잡고 있다.
 보림사 대적광전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왼손 검지 손가락을 오른손으로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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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상을 뒤로 하고 만난 대적광전에선 철불(철조비로자나불좌상)이 눈길을 끈다. 보통의 절에서 보기 힘든 불상이다. 우리나라에 전해 내려오는 철불 50여구 가운데 조상 연대가 가장 빠른 것이란다. 왼손 검지 손가락을 오른손으로 잡고 있는 형상이 특이하다.

신라 말부터 고려 초까지 유행했던 대표적인 불상이란다. 반쯤 뜬 눈과 굵은 입술 평면으로 깎인 콧등이 근엄해 보인다. 한편으론 자비스런 미소를 띠고 있다. 헌안왕 2년(858년) 장사현 부수 김언경이 사재로 쇠 2500근을 사서 만들었다는 기록이 불상의 왼팔 후면에 새겨져 있단다. 국보 제117호로 지정돼 있다.

대웅보전은 2층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니 단층이다. 이 또한 특이한 형상이다. 동부도와 서부도 옆으로 요사채를 아우른 담장과 계단도 옛날 돌담길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정겹다. 야생의 차밭도 절집의 품위를 높여준다.

가지산 보림사 대웅보전. 왼쪽 아래 나무 사이에 약수터가 자리하고 있다.
 가지산 보림사 대웅보전. 왼쪽 아래 나무 사이에 약수터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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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사에 와서 약수 한 모금 안 할 수가 없다. 약수터는 대웅보전 앞마당에 자리하고 있다. 늘 일정한 수량을 유지한다는 곳이다. 하지만 선뜻 마음이 내키질 않는다. 겉보기에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아서다.

그래도 한국자연보호협회가 '한국의 명수'로 지정한 곳이고, 또 우리나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좋은 물이라는데 그냥 지나치기엔 서운하다. 물 한 모금 떠서 목에 적신다. 생각과 달리 시원하고 맛있다. 가지산의 천연 비자림과 차나무에서 뿜어내는 자양분 덕에 미네랄이 풍부해서 그렇단다.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절이다. 웅장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정겨운 절이다. 존재만으로도 편안한 마음의 안식처 같은 절이다. 모든 근심과 걱정을 다 풀어 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보물' 같은 절이다. 보림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에 소속돼 있다.

보림사 대웅보전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야생 차밭.
 보림사 대웅보전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야생 차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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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사 찾아가는 길. 보림사는 전라남도 장흥군 유치면 장흥댐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보림사 찾아가는 길. 보림사는 전라남도 장흥군 유치면 장흥댐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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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보림사, #가지산, #장흥, #철조비로자나불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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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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