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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위에서 먹이를 찾는 도요물떼새 무리
▲ 도요물떼새 무리 갯벌위에서 먹이를 찾는 도요물떼새 무리
ⓒ 윤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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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모르지? 우리가 얼마만큼 높이 나느지? 우리가 얼마만큼 높이 오르는지? 그 몸은 비록 작지만 가장 높이 꿈꾸는 새."

가수 정광태가 부른 '도요새의 비밀'이란 노래 가사의 일부입니다.

도요물떼새는 갯벌이나 논에서 먹이를 찾습니다. 긴 부리를 이용해 갯벌 속에 사는 게나 조개를 잡아 먹기도 하고, 물가에 떼지어 다니며 갯지렁이나 연체 동물, 수서 곤충류를 잡아 먹기도 합니다. 해마다 봄 가을이면 어김없이 한반도 주변 습지를 찾아오는 도요물떼새는 겨울에는 호주와 뉴질랜드 근처에서 월동하고, 여름에는 시베리아나 알래스카 등지에서 새끼를 낳아 기릅니다.

논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알락도요
▲ 알락도요 논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알락도요
ⓒ 윤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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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습지에 머무는 기간은 2주에서 한달 정도 됩니다. 그 짧은 기간 동안 부지런히 먹이 활동을 해서 체중을 늘려나가야 합니다. 비행하는 동안 지방과 근육 속의 에너지를 소진해 뼈와 가죽만 남은 모습으로 우리 나라 갯벌과 습지에 도착하기 때문입니다. 체중은 절반 가량으로 줄어듭니다.

위성추적장치를 달아 이동 거리와 비행속도를 측정한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뉴질랜드에서 알래스카까지 오가는 큰뒷부리도요는 1만km가 넘는 거리를 2000m상공에서 평균 시속 56km로 쉬지 않고 6~7일 동안이나 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논으로 날아든 알락도요
▲ 알락도요 논으로 날아든 알락도요
ⓒ 윤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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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으로 날아든 도요물떼새 무리
▲ 도요물떼새 무리 논으로 날아든 도요물떼새 무리
ⓒ 윤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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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으로 날아든 도요물떼새 무리입니다. 논에서도 먹이를 찾아 이곳저곳으로 분주히 옮겨 다닙니다.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와도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짧은 기간에 체중을 늘리지 못하면 날아가는 중간에 낙오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갯벌과 논 습지는 도요물떼새들의 '주유소'역할을 합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지 못한 차가 목적지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것처럼 도요물떼새들도 중간 기착지인 한반도 주변 갯벌과 습지에서 체력을 보강하지 못하면 날아가는 중간에 생명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논 가에서 쉬고 있는 알락도요
▲ 알락도요 논 가에서 쉬고 있는 알락도요
ⓒ 윤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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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을 거닐며 먹이를 찾는 중부리도요
▲ 중부리도요 논둑을 거닐며 먹이를 찾는 중부리도요
ⓒ 윤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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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우리가 모르는 사이, 빠르게 달리는 길과 편안한 잠자리 아파트 건설에 몰두해 있는 사이, 4대강 정비 사업과 대운하 사업 등으로 논란을 벌이고 있는 사이, 경제 살리기와 경제 발전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사이, 도요물떼새들은 시베리아에서 호주, 뉴질랜드까지 '검푸른 바다와 밑 없는 절벽을 건너, 춤추는 숲을 지나, 성난 비구름을 뚫고서' 그렇게나 빨리, 그렇게나 멀리, 힘들게 힘들게 날아다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강을 파헤치고, 산을 깔아 뭉개고, 들판을 가로질러 도로를 만드는 일에 여념 없는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은 한마디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조금 다른 형식으로 경남도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도요물떼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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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들로 다니며 사진도 찍고 생물 관찰도 하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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