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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제보를 받고 찾아간 계룡시 외곽 시골마을 사무실 옆 비닐하우스의 모습은 가히 충격이었다.

 

19일 창고 용도로 사용되던 비닐하우스에 누군가가 들어와 살고 있는 흔적이 보인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았다.

 

대형비닐하우스엔 각종 건축자재며, 농사에 쓰였던 대나무며, 쓰지 못하는 쇼파 의자 등 물품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다. 그 옆 한쪽 구석에는 안에 버려진 자재들로 누군가가 잠을 자기 위해 만들어놓은 침대 매트리스와 이불이 있다. 누군가가 술을 마셨던 흔적도 보였다.

 

특히, 잠을 잔 것으로 보이는 작은 공간에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침대 매트리스, 이불, 베개가 놓여져 있었다. 입구는 군대모포를 잘라 못질을 해서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았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매트리스가 있는 작은 공간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금방이라도 공격할 태세를 갖추고 이방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현장을 찾은 하우스 주인은 기가 막히다며 한동안 멍하니 서 있더니 "하우스에 올 일이 별로 없어서 한참동안 발길을 끊었다가 오랜만에 찾았는데 누군가가 집까지 지어놓고 거기서 술도 마시고 잠까지 잔 것 같다"고 말을 꺼냈다. "주변사람들한테 물어보니 낮에 봤다는 사람이 없는 걸 보면 밤에 몰래 왔다가 아침에 일찍 나가는 것 같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다지만 시골마을에 노숙하는 사람이 있다니 참으로 놀랍다"고 말했다.

 

주인과 같이 현장을 찾은 한 주민은 "그동안 이곳을 많이 지나다녔는데 별 관심 없이 봐서 그런지 전혀 몰랐다"며 "저렇게까지 만들어서 노숙을 하는 사람이 불쌍하긴 하지만, 주인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들어와서 집을 짓고 사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라고 말했다. "스스로 나타나서 주인에게 사정을 이야기한다면 모르겠다. 그렇지 않으면 주위 사람들에게도 알려서 주의 깊게 관찰한 뒤 적발되면 신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도시에서나 볼 수 있었던 노숙자가 이제는 작은 시골마을에까지 침투한 것일까? 직접 노숙현장을 보고나니 한편으로는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비닐하우스 안에 무허가 집을 지어놓은 노숙자가 누구이건 간에 그곳에서 잠만 자면서 들락날락거리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행여나 다른 생각을 품고 주변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더군다나 아직까지 노숙의 흔적만 발견되었을 뿐 그곳을 드나드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실정이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하루빨리 당사자가 나타나 주인에게 사정설명을 하던지, 아니면 더 이상 하우스에 나타나지 않는 길만이 주인에게도 그렇고 주변 마을주민들에게도 불안감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싶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경기침체, #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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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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