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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5월...비온 뒤 더욱 푸르러진 하늘에 흰구름이 둥실~교회 십자탑 위로 펼쳐지고...
▲ 밀양마산교회 ...푸르른 5월...비온 뒤 더욱 푸르러진 하늘에 흰구름이 둥실~교회 십자탑 위로 펼쳐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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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수난기념교회를 찾아 가는 길

비온 뒤, 깨끗한 얼굴을 드러낸 신록이 무성한 5월도 깊어가는 주말, 역사의 숨결이 살아있는 밀양마산교회를 찾았다. 밀양마산교회는 경남 밀양시 상남면 마산리에 위치해 있다.

삼랑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삼랑진 IC로 진입해 조금만 들어가면 '밀양마산교회'라는 교회 팻말이 나오는 것을 종종 보긴 했지만, 고갯길을 조금만 더 넘어가면 일제수난기념교회인 밀양마산교회가 있다는 것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삼랑진 읍내로 들어서기 전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차를 꺾어든다. 우측 길로 가다보니 또 갈림길, 그 갈림길에서 위쪽 언덕길로 향한다. 이런 길이 있었던가. 새로 발견한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놀란다. 처음 와 보는 길이다. 이 언덕길을 넘어가니 바로 밀양으로 통한다.

비온 뒤 더욱 푸른 하늘...그 아래 아름다운 교회...
▲ 밀양마산교회 비온 뒤 더욱 푸른 하늘...그 아래 아름다운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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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깨끗하게 잘 닦여져 있다. 한적한 도로 양쪽으로 펼쳐진 평원에는 포도밭도 보이고 누렇게 익어가는 밀밭도 끝없이 펼쳐져 있다. 당근, 딸기 등이 자라는 하우스도 5월의 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평원 저 끝으로 펼쳐진 푸른 하늘엔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수놓고 있고 하늘빛은 가을하늘처럼 높고 푸르다.

바람마저 씻은 듯 상쾌하니 가는 길이 유쾌하다. 멀리서도 사진으로 보았던 하얀 교회종탑이 아른아른 보일 듯 말 듯 희미하게 보인다. 내 눈길 닿는 저곳이 바로 밀양마산교회인 것이 분명한가보다. 잘 닦여진 도로를 따라 쭉 가다보니 작은 농촌마을로 접어든다. 가구 수는 얼마 되지 않는 것 같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높이 솟은 교회종탑을 바라보며 길을 가다가 골목길을 잘못 들어섰다. 골목길한쪽에 앉아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는 아주머니들한테 밀양마산교회 가는 길을 물어보니 길을 잘못 들었다며 자세하게 알려준다.

보아하니 이곳은 마산리가 아니라 평촌마을이다. 골목길을 다시 빠져나와 마을 입구 쪽에서 조금 큰 길을 따라 마을을 벗어나니 저만큼 마산마을이 보인다. 멀리서도 잘 보이는 교회, 찾기는 어렵지 않다.

사랑과 섬김이 넘치는 전원교회

밀양마산교회...잔디정원에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들...
▲ 일제수난기념교회 밀양마산교회...잔디정원에서 놀고 있는 어린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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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르~아이들 웃음소리, 교회를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어린 아이들의 웃음소리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정원에서 놀고 있다. 요즘 시골에선 아이들의 모습을 보기 힘들다는데, 천진난만한 얼굴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반가움이 먼저 앞선다.

자동차 여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주차공간이 있고 교회를 둘러싸고 있는 나무들, 담이 없는 교회, 전원교회다. 앙증맞은 키 낮은 꽃들이 교회 마당 여기저기 피어 만발하고 울타리엔 붉은 장미넝쿨이 하늘 아래 눈부시다.

언제라도 앉아 쉴 수 있는 큰 나무를 둘러싼 나무의자, 자갈돌 깔린 길과 잔디정원...교회본당 건물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건물들이 사이좋게 앉아 있다. 잔디정원 한켠엔 놀이기구들이 있어 아이들이 뛰어논다. 본당건물 옆에 있는 귀여운 건물은 무엇일까.

교회 본당 옆 예쁜 화장실...
▲ 밀양마산교회 교회 본당 옆 예쁜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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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그곳은 화장실이다.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다. 화장실 앞에도 소박한 화단이 있어 키 작은 꽃들과 나무들이 사이좋게 눈인사를 한다. 화장실 벽면 아래쪽에는 마치 꽃띠를 두른 듯 낮은 꽃들이 울긋불긋 피어 반기니 참 어여쁘다.

너무 잘 꾸며놓은 꽃밭도 정원도 아니지만 소박하고 정겹게 사랑의 손길 닿은 정원 곳곳엔 생기로 가득하다. 여기에 피어지천인 꽃들은 봄부터 가을까지 피고지고 한단다. 교회 전체에서 받은 느낌은 생생한 활기다. 살아 숨쉬는 생생함과 교회를 사랑하는 사랑과 서로 섬기는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하얀 찔레꽃...그 향기 그윽하고...흐드러지게 피어난 어여쁜 꽃들이 먼저 반기는 곳...
▲ 밀양마산교회 ...하얀 찔레꽃...그 향기 그윽하고...흐드러지게 피어난 어여쁜 꽃들이 먼저 반기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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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장미꽃도 흐드러지게 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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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골교회인데도 성도들도 많고 활기도 넘친다. 멀리서도 매주일 오는 성도들이 많다고 한다. 예배를 마친 뒤 밖으로 나오자 목사님을 비롯해 성도들은 아주 밝은 미소로 반가이 인사하면서 점심을 드시고 가라고 한다. 밖으로 나와 교회 뒤쪽으로 돌아가자 식당이 있다.

밝은 웃음으로 인사하던 한 분이 우리 먼저 가시더니 실내화를 내주고 자리를 안내한다. 식판을 들고 실내로 들어가자 어떤 여자 분이 다가와 '장로님이 잘 안내해 드리라 했다'면서 자리를 안내한다. 그때서야 현관안쪽까지 안내하시던 분이 장로님이란 걸 알았다. 맛난 점심을 먹고 본당 앞 커피자판기에서 커피 한잔까지 마시고 아름다운 정원을 다시 걸어본다.

정원을 가로질러 '테마공원 역사의 숲'길로 들어선다. 이곳은 지난 2006년에 새롭게 조성된 것으로 한상동 목사와 이인재 목사의 연혁과 사역소개, 첫 선교사, 한국 첫 성경, 교회의 역사 등을 소개한 글과 아름다운 숲으로 어우러져 있다. 선조들의 신앙과 삶을 소개하고 우리 한국교회의 역사를 일깨우고 산 교훈이 되는 장인 것 같다.

아름다운 시작, 아름다운 역사의 숨결

'밀양마산교회'...
▲ 일제수난기념교회 '밀양마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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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마산교회는 1896년 박건선과 박윤선 두형제가 창녕 반월리에서 누님이 전해준 복음을 영접하고 난 후, 이곳 마산리 자신의 집에서 가정예배를 드림으로 가정교회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선교사가 아직 밀양땅에 복음을 전하기도 전에 토착민 스스로가 가정에서 예배를 드림으로써 시작된 보기드문 교회의 기원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 신앙의 역사의 숨결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곳 밀양마산교회는 일제말엽 신사참배로 투쟁하다가 검속되어 평양형무소에서 5년 4개월을 옥고를 치루고 8.15해방과 함께 출옥한 이인재목사(제11대 담임목사)와 한상동목사(제9대 담임목사)의 시무교회로도 유명하다.

교회모양도 아주 특이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 일제수난기념교회 교회모양도 아주 특이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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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수난기념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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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재목사는 1939년 9월부터 시작된 신사참배에 대해서 투쟁했던 신사불참배운동의 대표적인 교회였던 평양산정현교회에 출석했고, 평북과 경남을 오가며 남북교회의 신사참배반대운동의 가교역할을 감당했다. 1940년 5월 13일, 평양종로경찰서의 고등계 형사에 의해 신사참배반대운동자로서 불온언행혐의죄로 체포되었고 종로경찰서의 유치장에 감금됐다.

이후 평양형무소로 이감되어 재판계류 중에 1945년 8월 15일, 해방과 더불어 출옥성도들과 8월 17일 출옥했다. 한상동 목사는 밀양마산교회 제 9대 담임목사로 잘 알려진 대로 고려신학교 설립자이다. 경남김해에서 출생한 그는 평양신학교를 졸업하고 경남노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잔돌 깔린 길을 따라 걸어 교회로 들어가는 길에 볼을 붉히며 미소짓는 낮은 꽃들이 펼쳐지고...
▲ 밀양마산교회... 잔돌 깔린 길을 따라 걸어 교회로 들어가는 길에 볼을 붉히며 미소짓는 낮은 꽃들이 펼쳐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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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10월, 경남지방을 중심으로 일본제국주의자들의 신사참배강요에 항거하며 신사참배반대운동을 전개했다. 경남 경찰부 유치장에 구금되었다가 평양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루었다. 조국의 해방과 함께 평양형무소에서 출옥한 그는 주남선 목사 등과 함께 고려신학교를 설립하였고 고려신학교 학장으로 있었다.

이처럼 '밀양마산교회'는 신앙의 지조를 지켰던 신앙의 선조들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이다. 유서깊은 밀양마산교회는 경남 중부노회에서 지난 2004년 4월 13일 보 정기노회에서서 아름다운 교회역사를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 '일제수난기념교회'로 지정하였다 한다.

예배후...
▲ 일제수난기념교회 예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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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감이 있지만 참으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믿음의 선조들의 위대한 신앙을 알리는 이런 아름다운 일들이 더 많아졌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역사를 무시하면 그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역사를 똑 바로 알고, 그 역사를 통해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며 역사를 바탕으로 신앙의 아름다운 유산을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그런 한국교회와 역사가 되기를 소망한다. 서산대사가 말했던가. "눈 덮인 벌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라고.

테마공원 역사의 숲에서 이 교회가 신앙의 선배요 신사불참배운동으로 일제의 수난기에도 굴하지 않았던 그들의 신앙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 목숨을 내어놓고 신앙을 지켰던 위대한 신앙의 유산을 물려준 선조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교회가 있다.

더 아름다운 신앙으로 거듭나고 더 아름다운 신앙의 유산을 후손들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오늘의 교회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하며 기대하는 마음으로 교회 문을 나선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남양산IC-(신대구고속도로를 타고)삼랑진IC-밀양마산교회

위치: 경남 밀양시 상남면 마산리



태그:#일제수난기념교회, #밀양마산교회, #한상동 이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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