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16일(토) 오전 한국산업인력공단 경기지사에 큰 가방을 든 여성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가방에는 하얀 위생복과 크고 작은 타올, 브러시를 비롯한 미용 재료들이 들어있었다. 피부미용사 자격시험 필기고사를 통과한 이들이 실기고사를 치르기 위해 모인 자리였다.

"여긴 필기고사 다 합격한 사람들이죠?"
"그럼요."
"필기시험이 어렵나요?"
"아무렴요, 명색이 국가고신데요. 100점 만점에 60점인데도 저는 두 번씩이나 떨어졌었는데요."
"공부는 어떻게 하셨는데요?"
"학원에서도 하고, 집에서도 했지요. 그래도 나이 들어서 하려니까 쉽게 되지 않더라고요."
"외국인들 있잖아요. 결혼하고 오신 분들이 이런 시험 합격할 수 있을까요?"
"여간해서 쉽지 않을 거예요. 그냥 실기시험만 본다고 하면 모를까. 말이 어려워서요."

결혼이주여성은 늘고, 현실은 팍팍하고

결혼이주민 한국어교실
▲ 결혼이주민 한국어교실 결혼이주민 한국어교실
ⓒ 고기복

관련사진보기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자격증 취득 및 창업, 취업에 대한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으나, 그 과정에서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좌절하고 있어 현실에 대한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다.

2009년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115만 명으로 우리사회 구성원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 결혼이주여성은 2007년 3만1987명에서 2008년 3만9395명으로, 다문화 가정 자녀는 2007년 6617명에서 2008년 1만1131명으로 늘었다. 이에 비해 다문화가정의 자활과 결혼이주여성의 국내 정착을 돕기 위한 자격증 취득 및 창업, 취업에 대한 제도적 지원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나 이주민 지원 단체들이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이미용, 봉제, 제과·제빵, 요리, 컴퓨터, 간병인, 어린이 영어 지도사, 다문화교육 강사 등의 전문 자격증 취득 및 창업·취업 교육지원 사업을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결혼이주민들의 현실을 무시한 일회성이나 전시행정으로 치우쳐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

매주 토·일요일 한국어교실에 참여하고 베트남 출신 후이씨는 "베트남에서는 오토바이 타고 다니니까, 여기저기 다니는데 불편하지 않아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운전면허증 없으니까 힘들어요. 면허증 따고 싶지만 한국말 어려워요. 또 아이도 있으니까 한국어교실처럼 아이를 봐 주지 않으면 공부하기 힘들어요"라며 결혼이주민 대상 운전면허증 취득 지원 사업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미용사 자격증 11번의 시험 끝에 합격

결혼이주여성들
▲ 전통음식교실 결혼이주여성들
ⓒ 고기복

관련사진보기

결혼이주민들의 경우 자격증 취득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가 되고 있는 점은, 우선 언어 소통의 문제를 들 수 있다.

한 신문보도에 따르면, 금년 2월 미용사 시험에 합격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엘레라씨의 경우 자격증 시험에 도전한 지 2년 만에 11번의 시험 끝에 합격했다.

그녀는 자격증을 따서 당당한 직업여성이 되길 원했으나, 필기시험 문제를 이해하는 것조차 어려워 여러 차례 포기하려고 했다면서 다행히 주위의 격려와 도움으로 결혼한 지 8년 만에 미용사 자격증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결혼이주여성들이 자녀양육과 교육 기간 동안의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인해 중도에 자격증 획득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해 작금의 다문화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

결혼이주여성이나 다문화가정을 단순히 호혜의 대상으로만 보고, 일시적이고 재정적인 지원에 만족한다면 다문화가정과 관련한 복합적인 문제를 풀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다문화가정이 우리사회의 주체적 존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결혼이주여성들의 전문자격증 취득이나 창업, 취업 지원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조력이 필요한 일이다. 

또 결혼이주여성들의 전문자격증 취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는, 각종 자격증 시험에 있어서 필기시험의 경우 다국어로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고,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현지어가 가능한 강사의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자격증을 딴 결혼이주여성들이 실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취업 알선을 지원해야한다. 언어, 자녀양육, 가족문제, 문화 등 다양한 지원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의 예산 편성과 함께 해당 사업을 충실히 수행해 오고 있는 민간 지원 단체에 대한 지원 역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보육시설 및 유치원 등 유아탁아기관을 결혼이주여성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안내와 시스템 구축,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한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이해 교육 등이 필요하다 하겠다.


태그:#결혼이주여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