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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의 자연은 봄 철쭉과 가을 억새로 대변된다

황매산 철쭉
 황매산 철쭉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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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의 철쭉은 너백이 쉼터에서 정상에 이르는 북릉, 황매산 제단을 중심으로 양쪽에 펼쳐진 황매평전, 베틀봉(946.3m)에서 철쭉제단에 이르는 남릉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이들 세 군데 철쭉군락지는 그 모습이 조금 다르다. 북릉에는 능선 좌우로 철쭉이 펼쳐져 자연스러운 철쭉군락지를 형성하고 있다. 이곳은 경사가 완만한 산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에 비해 황매평전은 넓은 평지에 철쭉이 펼쳐져 있어 이름 그대로 밭이라는 느낌이 든다. 평전이란 넓은 밭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 밭의 관리가 잘 되어 있지 않다는 생각이다. 밭이라면 철쭉이 촘촘하고 일사불란하게 심어져 있어야 하는데 빈 공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황매산 정상에서 황매평전을 내려다보면 철쭉밭보다는 초원이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철쭉 반 사람 반
 철쭉 반 사람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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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철쭉이 완벽하게 군락을 이룬 곳은 철쭉제단 부근의 남릉이다. 이곳에는 철쭉이 빽빽하게 자리잡고 있어 다른 나무나 풀들이 들어설 틈이 없다. 여기다 사람들까지 모여들어 말 그대로 철쭉 반 사람 반이다. 사람들은 5월의 철쭉꽃을 감상하면서 사진도 찍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즐거워한다. 5월이 지나면 볼 수 없는 진풍경이다.

봄 철쭉 말고 황매산의 또 다른 볼거리는 가을 억새이다. 특히 해발이 1000m 전후에 이르는 북릉 쪽으로 구릉을 따라 펼쳐진 억새군락은 가을에 장관을 보여준다. 가을 억새는 누런색으로 가을의 쓸쓸함과 잘 어울린다. 지난 겨울을 견뎌온 누런 억새가 능선을 따라 아직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억새도 조만간 따뜻한 봄기운을 이기지 못해 푸른 잎을 내밀게 될 것이다.   

아직도 건재한 가을 억새
 아직도 건재한 가을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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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에서 모산으로 이어지는 굽이굽이 능선길

황매산은 946m 베틀봉을 축으로 북릉과 남릉으로 나누어진다. 북릉의 중심 봉우리는 황매봉으로 해발이 1108m이다. 이들 북쪽의 산들은 육산(肉山)으로 되어 있다. 물론 황매봉을 비롯한 삼봉, 중봉 하봉 등 봉우리들은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적으로 북쪽 능선은 유장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황매산 북동릉
 황매산 북동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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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황매산에서 하봉으로 이어지는 북동릉은 오르내림이 전형적인 우리 산의 모습이다. 특히 삼봉의 바위가 멋지다. 삼봉은 세 개의 암봉이 연이어 있어 삼형제봉으로 불러도 괜찮을 것 같다. 몇몇 사람들은 그곳으로 산행코스를 잡고 있다. 우리는 원래 계획대로 베틀봉으로 이어지는 남북의 주릉을 탄다.

이에 비해 황매산의 동남쪽을 이루고 있는 모산재(767m)는 해발은 낮지만 암릉미가 뛰어나다. 전체적으로 보면 바위로 이루어진 골산(骨山)이다. 우리 회원들 중 한 분이 금강산 일만이천봉 못지 않다고 말한다. 은백색의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암봉이 모산재를 중심으로 동서로 이어진다. 동남쪽으로 펼쳐진 암릉은 동쪽에 순결바위를 지나 국사당으로 이어진다. 가운데 암릉은 무지개터에서 돛대바위를 지나 영암사지로 이어진다.

모산재의 암릉미
 모산재의 암릉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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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사는 신라말 고려초에 번성했던 절로 보인다. 그것은 지금 남아 있는 쌍사자석등과 삼층석탑 그리고 귀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모산재 서쪽으로는 천황계곡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 계곡 위로 역시 굽이굽이 암릉길이 이어진다. 황매산의 5월은 이처럼 철쭉과 바위 때문에 찾을만한 가치가 있다.

불교의 선맥이 황매산에서 조계산으로 이어진다

황매산 영암사지
 황매산 영암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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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의 과거 역사를 알기 위해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황매산이 나오질 않는다. 『고려사』를 찾아보아도 『조선왕조실록』을 찾아보아도 또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보아도 황매산이 나오질 않는다. 사실 이곳 합천의 황매산보다는 중국의 황매산이 훨씬 더 유명하다. 중국 선종의 5조인 홍인대사(弘忍大師: 602-675)가 황매산에 주석했기 때문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홍인대사가 7세기 중반 이후 중국의 호북성 기주(蘄州) 황매산(黃梅山) 오조사에 주석하고 있었다. 당시 6조대사가 될 혜능(慧能)은 강남 신주에 살면서 나무를 해다 팔아 홀어머니를 봉양하고 있었다. 하루는 시장에서 어떤 사람이 『금강경(金剛經)』을 외우는 것을 듣고 그 얻은 곳을 물어 황매산(黃梅山)으로 홍인대사를 찾아간다.

홍인대사 부도
 홍인대사 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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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가 혜능에게 "너는 어디서 왔느냐?" 하고 묻는다. 이에 혜능은 "영남(嶺南)에서 왔습니다" 하고 대답한다. 대사가 다시 "영남 사람은 불성(佛性)이 없다"라고 하자 혜능은 "사람은 곧 남북(南北)이 있지만 불성은 어찌 그렇겠습니까?"라고 반문한다. 대사는 이 말을 듣고 혜능의 비범함을 알아차린다. 그래서 홍인은 혜능에게 쌀 찧는 일을 하게 한다. 이게 바로 황매산에서 이루어진 선종 5조인 홍인대사와 6조인 혜능대사의 극적인 만남이다.

혜능이 8개월 행자생활을 했을 때 홍인대사는 자신의 의발(衣鉢)을 전해줄 사람을 찾기 위해 대중을 모아 놓고 각기 득법(得法)한 게(偈)를 쓰도록 한다. 이에 신수(神秀)가 다음과 같이 게를 쓴다.

몸은 바로 보리수요         身是菩提樹
마음은 명경대와 같으니,  心如明鏡臺
수시로 부지런히 닦아      時時拂拭勤
먼지가 일지 않게 하리다. 勿使惹塵埃

이에 혜능 선사가 '내가 얻은 것은 이와 다르다'하고는 한밤중에 벽 사이에 다음과 같이 게를 쓴다.

보리는 본디 나무가 아니요        菩提本非樹 
명경은 또한 대가 아니니           明鏡亦非臺
본래 한 가지 물건도 없거늘       本來無一物
먼지가 어디서 일어난단 말이요. 何處惹塵埃

전남 장흥의 보림사
 전남 장흥의 보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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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 선사가 이 게를 보고는 마침내 혜능에게 의발을 전수한다. 이에 혜능은 남방으로 가서 은거한다. 뒤에 혜능은 6조대사로 조계산(曹溪山)에 보림사(寶林寺)를 짓고 선풍(禪風)을 크게 일으킨다. 중국 선종의 맥이 이제 황매산에서 조계산으로 전해진 것이다.

합천 황매산에 대한 기록이 왜 이리 없을까?

역사 속에 황매산의 기록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허사였다. 한국고전번역원 자료에서도 황매산을 찾으면 중국 선종의 5대조 홍인선사 이야기만 나온다. 『세종실록 지리지』,『동국여지승람』등 인문지리서와 조선 후기 백과사전류 어디에서도 황매산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 없다. 그 이유가 무얼까?

영암사 법당 앞 쌍사자석등과 삼층석탑
 영암사 법당 앞 쌍사자석등과 삼층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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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황매산이 그렇게 유명한 산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에 유명한 산이라면 역사 기록에 여러 번 나타났을 것이다. 사실 철쭉군락지가 된 것은 최근의 일이고 영암사는 고려 때까지 번창하다 조선시대 폐사가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과거 사람들이 지금처럼 영암사를 찾지도 않았을 것이고 철쭉을 찾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황매산이 과거에 다른 이름으로 불려졌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곳과 황매는 별 연관성이 없다. 일부에서는 합천호 푸른 물에 하봉, 중봉, 상봉의 산그림자가 잠기면 세 송이 매화꽃이 물에 잠긴 것 같아 황매산이라고 했다는데 이건 정말 최근에 만들어진 스토리텔링이다. 합천호가 생긴 것은 1988년이기 때문이다. 그럼 과거 사람들은 황매산을 뭐라고 불렀을까?

황매산에서 바라 본 합천호
 황매산에서 바라 본 합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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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스님들의 일대기를 기록한 문헌과 비석에서 영암사가 언급되어 황매산의 역사를 유추해볼 수 있을 뿐이다. 886년에 세워진 홍각선사비의 내용 중에 영암사라는 절 이름이 보이는데 이것이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그리고 고려 현종 5년(1014) 적연선사가 영암사에서 83세에 입적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두 가지 외에는 황매산과 영암사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 없다. 이렇게 볼 때 황매산은 역사 속에서 그렇게 유명하거나 중요한 산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황매산은 오히려 요즈음 철쭉 때문에 유명세를 타고 있다.


태그:#황매산, #모산재, #봄 철쭉, #홍인과 혜능, #영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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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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