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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 연봉도 깎인다는 요즘, 우리 회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4월 우리 회사 노조는 사측과의 줄다리기 협상 끝에 '연봉 20% 삭감'에 최종 합의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직장 동료들은 '이걸로 어떻게 한 달을 살지' 하는 얼굴로, "더 이 회사를 다녀야 할지 고민"이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허허' 웃었다.

그런데 월급 삭감으로 인한 직장남녀들의 고민이 비단 얇아진 봉투에만 있는 것 같진 않다. 당장 이직을 고민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게 맞는 건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는 동료나 친구들이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월급 깎인 거야, 뭐 다들 그런 분위기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는데… 과연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게 맞는 걸까? 심란해서 그런지 그런 고민이 부쩍 는다야."

친구 말마따나 사실 최악의 경제위기라는 요즘, 줄어든 월급보다 더 고민인 건,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하긴, 어쩌면 이 문제는 '나는 누구인가'에 가까운, 경제 불황과는 하등 상관없는 본질적인 문제일 수도 있겠다).

크리에이터 10명을 인터뷰한 책 <당신은 스토리다>
 크리에이터 10명을 인터뷰한 책 <당신은 스토리다>
ⓒ 소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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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즈음 각기 다른 분야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크리에이터 10명을 인터뷰한 모음집 <당신은 스토리다>를 만난 건 참 적절했다. 읽고 나니 참 좋았다. 나에게 이 정도의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직장 동료가 있다면, 그 조직에 '짱' 박고 싶을 만큼.

이 책은 각 분야에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소위 성공한 사람들의 '일' 이야기를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광고감독 차은택, 사진작가 김중만, 드라마 제작가 김기범 외 7인이 '왜 이 일을 하는가', '자신에게 이 일은 무엇인가', '지금의 위치까지 오기까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등 쉽지 않은 질문들에 대한, 깊이있는 답들을 내어놓는다.

"뭐 성공한 사람들의 그저그런, 잘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 따위를 늘어놓은 거 아닌가" 싶어 별스럽지 않게 책장을 넘겼던 건 나의 '오만한' 편견에 가까웠다. 내 인생의 멘토가 되어줄 책 한 권을 만난 기분이랄까.

저자는 열 명의 인터뷰이를 통해 나 같은, 사회에 나와 간절히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다녔던 '야생의 시기'를 뒤로 하고 '몇 년차 사회인'이라고 '스스로 한계를 지으며' '내 가슴이 시키는 일'을 따르지 않고,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는' 인간들에게 지금이라도 '벌떡' 일어나라고, 너 자신이 바로 크리에이터라고, 개인주의가 난무하는 시대, 주변에서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격려'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책 가운데 '꿈에 관한 이야기'에서 패션디자이너 강진영은 패션 전공자도 아닌 자신이 패션의 도시 뉴욕에서 끊임없이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와이엔케이(강진영이 론칭한 브랜드)는 아직 샤넬이 아니다. 프라다도 아니다. 그것이 내가 여자들의 욕망을 관찰하고 스케치 하고 밤을 새워야 하는 이유다. 나는 아직도 더 발견해야 할 것이 많다. 자꾸 많아진다. 꿈을 더욱 확장하는 것, 그것이 꿈에 날개를 다는 과정이다."

우리가 일하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는지. 아직 미완이기에 완성의 그것을 향해, 고민하고, 기획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그것들이 모두 꿈에 날개를 다는 '과정'임을 우리는 너무 모르고 산다. 아니 잊고 산다. 그래서 삶은 언제나 힘에 겹다, 고 우리는 말한다. 과정의 기쁨은 생략한 채 말이다. 당신의 꿈에 날개를 달아 줄 '한 줄의 멘토'가 필요하다면, 당장 서점으로 가보자.


당신은 스토리다

서영아 지음, 민택기.홍기영 그림, 소담출판사(2009)


태그:#크리에이터, #당신은 스토리다,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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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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