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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구속부상자회 회원들이 옛 전남도청 별관 철거를 반대하며 농성 중인 5.18유가족회와 부상자회 회원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진입하자 이를 막고 있는 경찰.

 도청 진입을 막는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5.18구속부상자회 회원들.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옛 전남도청 별관 철거문제를 두고 5·18단체끼리 충돌 직전까지 가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5·18단체 간의 갈등은 5·18항쟁 29주년 기념행사는 물론 5·18단체 통합 이견 등으로 확산되고 있어 안팎의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10일 밤 8시 무렵, 5·18구속부상자회 회원 200여 명이 옛 전남도청으로 몰려갔다. 이들은 "옛 전남도청을 원형 그대로 보전해야 한다"며 옛 전남도청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5·18유족회와 5·18부상자회 회원들을 자신들이 해산시키겠다고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 중 일부는 '진행'이라는 글귀가 적힌 완장을 차고 있기도 했다.

 

이에 출동한 경찰 500여 명이 구속부상자회 회원들의 옛 도청 진입을 가로막았다. 경찰과 한동안 몸싸움을 벌인 구속부상자회 소속 회원들이 결국 자진해산해 5·18단체 회원 간의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충돌 직전까지 간 자체만으로 큰 상처를 남긴 밤이었다.

 

구속부상자회 회원들은 유가족회와 부상자회의 농성을 해산시키려 했던 이유에 대해 "결자해지 차원"이라고 했다. 즉 원래 도청 별관 반대 농성은 자신들이 먼저 시작했지만 도청 별관 구간이 새로 지어질 아시아문화전당의 유일한 인도 구간임을 알고 지난 2월 17일 농성을 스스로 풀었다는 것이다.

 

구속부상자회 한 관계자는 "우리가 싸울 때 정작 가만있더니 생뚱맞게 우리가 농성을 푸니까 도청에 들어가서 시민들의 숙원사업인 아시아문화전당 건립사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런데도 그들은 우리 보고 '추진단(문광부 산하 아시아문화전당 추진사업단) 앞잡이'이라고 비상식적인 비난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유가족회와 부상자회는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작년 6월부터 농성에 들어갈 때도 세 단체가 모여 공동대책위를 꾸렸고, 함께 회의하며 비용까지 갹출해왔는데 자기들만 별관 문제로 농성을 시작했다는 것이 말이 되나"고 맞받아쳤다.

 

또 이 관계자는 "지난 2월에 자기들이 농성할 여력이 없어서 못하겠다고 해서 이야기하는 도중에 갑자기 중재안 합의한다고 기습발표하고 농성장을 치웠다"며 "공동대책위 소속 다른 단체와 상의도 없이 자기들만 농성에서 빠지고 추진단과 합의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냐"고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5·18 행사주간에 더욱 선명하게 불거진 갈등과 반목

 

10일 밤, 구속부상자회 회원들의 옛 전남도청 무력진입 시도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논의돼왔던 5·18 세 단체의 통합단체 구성 논의는 사실상 결렬된 것으로 보인다.

 

부상자회 관계자는 "죽음의 사선을 넘어온 동지와 동지의 유가족을 강제로 끌어내려고 한 저들이 과연 사람인가"라고 개탄하면서 "우리 부상자회와 유가족회는 앞으로 구속부상자회와는 절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어젯밤 사태를 겪으면서 깨달았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5·18 관련 직접 당사자들인 세 단체는 지난해부터 5·18기념재단과는 별도로 새로운 공법단체 구성을 논의해왔다. 하지만 이들의 통합과 단일조직 논의는 5·18 항쟁근거지였던 옛 전남도청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로 결국 무산되고 만 것이다.

 

참고로 유족회와 부상자회는 옛 전남도청을 원래 그 자리에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구속부상자회는 별관을 철거해서 시민의 숙원사업인 아시아문화전당 건립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5·18 29주년 기념행사가 항쟁관련 단체들 간의 갈등으로 반쪽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선 유가족회는 그동안 망월동 5·18묘지에서 진행해왔던 추모제를 올해에는 농성장소인 옛 전남도청에서 치르겠다고 밝혔다. 또한, 부상자회 관계자는 "앞으로 구속부상자회와는 어떤 일도 함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 관계자는 "구속부상자회와는 10일 밤 사태를 계기로 5·18 추모 및 기념, 정신계승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이 유가족회와 부상자회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유족회 관계자는 "구속부상자회가 유족회가 추모제를 도청에서 치르는 것을 뭐라 하는 모양인데 제주가 제사지낼 장소를 결정하는 것이지 자기들이 뭔데 왈가왈부하냐"며 극도로 불쾌해했다.

 

10일 밤 구속부상자회 회원들의 옛 전남도청 무력진입 시도는 그동안 물 아래로 흐르던 5·18단체 간의 갈등 골을 더욱 깊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5·18행사주간에 더욱 선명하게 불거진 5·18단체 간의 갈등과 반목을 바라보는 광주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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