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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가 뭔가요?

연합뉴스는 한국을 대표하는 통신사입니다. 통신사란 조중동, 경향, 한겨례 같은 다른 언론 매체에 뉴스를 파는 곳입니다. 쉽게 말해 언론 도매상입니다. 연합뉴스의 경우 그냥 언론 도매상도 아닙니다.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독점 언론 도매상입니다. 여러분들이 아시는 대부분의 신문들(소매상)이 연합뉴스로부터 '뉴스'라는 상품을 제공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통신사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연합뉴스이며 다른 하나는 뉴시스입니다. 시사IN이나 오마이뉴스 등 신문사에서 뉴시스의 사진자료를 인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합뉴스가 뉴시스를 이용하는 것은 독특합니다. 자기들이 시장독점을 하지 않고 있다는 근거를 뉴시스에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의 지원을 받는 기간통신사이기 때문에 신문사가 감히 엄두를 못 낼 일을 지속적으로 합니다. 예컨대 연합뉴스의 그래픽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에 신문사뿐만 아니라 방송사에서도 인용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외신에 대한 번역 보도 역시 연합뉴스의 자금력과 노하우가 입증된 상황입니다. A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따위의 단어들이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신문의 나라 영국도 인터넷 이전에 통신사의 대두로 지하철 무료잡지나 인터넷 신문들이 기존 신문사들과 차이가 없는 정보를 내보내니 기존 신문사들이 망할 정도로 파워가 세다고 합니다. 조중동도 연합뉴스는 싫어합니다. 통신사가 인터넷 매체나 지하철 신문에 정보를 제공하다 보니 신문이 잘 안팔리기 때문이죠.

조선일보보다 더 '조선'스러웠던 '연합뉴스'의 기억

조선, 중앙, 동아일보 광고불매운동 재판 때의 일이었습니다. 증인으로 나온 모 관광회사의 직원이 휴정 시간에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이하 '언소주')의 50대 여성 회원과 이야기를 나누다 갑자기 화를 내며 입에 담지 못할 이야기를 하며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졌고, 재판이 속개되었을 때 그 증인은 재판장에게 "폭행이 두려워 증언을 못하겠다"고 말하며 증언을 거부해 장내가 소란해졌습니다.

이 소식을 가장 먼저 보도한 신문사가 어디인지 아십니까? 조선일보라구요? 아닙니다. 바로 '연합뉴스'입니다.

연합뉴스는 조선일보 측 증인의 말만 인용해서 실었을 뿐 '당사자'로 지목된 단체나 회원의 이야기는 전혀 반영하지 않고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언론이 연합뉴스의 논조를 따라 언소주 회원들을 범죄인으로 다루는 기사를 다수 작성했습니다.

특히 "광고중단 운동 재판에서 피해 업체가 공개될 경우의 '2차 피해'에 대해 검찰 측이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던 터여서 이 직원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증인으로 나온 피해 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보호 장치가 필요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와 같이 문법에도 맞지 않고 내용조차 조선일보 사설을 방불케 하는 기사를 게재하였습니다. (2008년 11월 18일 '광고중단 재판'서 "증인 폭행ㆍ협박" 소동(종합))

연합뉴스를 통해 빠른 정보를 접하고 그래픽 뉴스를 즐겨 봤던 나는 큰 충격과 함께 실망했습니다. 모든 신문사에 기사를 제공하는 대한민국 대표 신문사가 보도의 균형도 모르는 편파적인 기사를 양산해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이때부터 연합뉴스의 존재감을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연합뉴스의 이와 같은 논조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매년 정부돈 300억원씩 받는 신문사를 아시나요?

2003년에 제정된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연합뉴스는 한시적으로(5년간) 연간 300~400억 원의 정부 지원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지난 4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제부터 연합뉴스는 '평생 동안' 정부로부터 300억원의 지원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연합뉴스'의 사장 추천권과 예결산 승인권을 가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에는 '동아일보' 논설주간과 이명박 대선 후보 언론특보를 지낸 최규철씨가 선임됐습니다. 이에 비하면 YTN 구본홍 사장은 세발의 피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연합뉴스'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아서 '연합뉴스 낙하산'은 너무도 조용하게 안착할 수 있었습니다.

연합뉴스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한 전직기자의 글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다음 아고라 "'조.중.동'은 당분간 신경꺼라. 문제는 '연합'이다!")

아침 9시쯤에 재정기획부에서 보도자료가 하나 기자실에 배달됩니다. 그럼 연합뉴스 기자가 제일 먼저 득달같이 이것을 집어들고 몇 군데 전화를 해가며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작성된 연합뉴스 기자를 가지고 해당 매체의 기자들이 기사의 밸류 판단을 합니다. 별 볼일 없는 기사면 그냥 '연합뉴스 제공'으로 연합이 쓴 기사를 그대로 Copy and Paste 해서 송고합니다. 조금 밸류가 있는 기사면 자기도 추가적으로 몇 군데 취재원에게 연락해 몇 가지를 더 첨가해, 선수끼리 하는 용어로 연합뉴스 기사 원문에 소위 '우라까이'를 해서 자기 이름을 붙여 송고합니다. (아주 중요한 뉴스면 연합뉴스는 연합뉴스대로 빠르게 송고하고, 별도 심층 취재에 들어갑니다.)
- 다음 아고라 토론글 인용

각 신문사에서 연합뉴스에 이렇게 의존하는 이유는 활용 가능한 인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연합뉴스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증폭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대한민국 언론의 빅3인 조중동과 방송사는 연합뉴스를 이용 안 해도 신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 정도는 가능한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매체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조중동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매일 일정한 지면의 신문을 내놓아야 합니다. 또 정치, 경제, 사회뿐 아니라 조중동이 강점이 있는 영화, 연예 같은 기타 분야도 폭넓게 다뤄야 합니다.  결국 한정된 인원으로 일하다 보니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 과부하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연합뉴스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신문사의 규모가 작을수록 그 신문에 들어가는 연합뉴스의 비중이 높아집니다. 지방지들 같은 경우 전체 신문의 70~80%가 연합뉴스로 채워지는 날도 있습니다.
- 다음 아고라 토론글 인용

한마디로 거의 모든 신문사들의 재구성을 통해서 연합뉴스의 기사가 확대됩니다. 뭐든지 초동조치가 중요하죠. 한 사안에 대해서 연합뉴스가 특정한 관점으로 기사를 쓴다면 이것은 별 문제의식 없이 확대재생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통신사가 제공하는 기사의 논조를, 모든 언론사들이 그대로 받아서 활용하진 않습니다만, 아무래도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논조와 팩트를 뒤집기 위해서는 별도의 취재를 하는 등 '인건비'가 따로 들기 때문이죠.

이것을 가지고 앞선 편파보도 사례를 다시 살펴보면 끔찍합니다. 언소주 회원들을 범죄시하는 연합뉴스의 보도는 재생산의 재생산을 거쳐서 대다수 언론을 통해서 확대됩니다. 삼인성호(三人成虎 : 세 사람이 말하면 호랑이도 만들 수 있을 만큼 다수의 말이 영향력이 있다는 뜻)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납니다. 그렇게 되면 이미 언소주 회원들은 '범죄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언론사가 정부로부터 매년 300억원을 영구적으로 받게 된다면 정부에 대해서 비판적인 기사를 쓸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언론계를 포함해 많은 독자들이 우려하는 상황입니다. 비록 공정보도 실현을 위해 자체 설치하기로 한 편집위원회, 수용자권익위원회를 만들어 맹점을 보완한다고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지켜질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공룡이 된 연합뉴스를 독자들의 힘으로 견제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독자들이 연합뉴스에 대한 모니터링 활동을 해야 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별적인 차원의 견제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물론 방향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방법입니다. 독자들이 개별적으로 연합뉴스 기사에 댓글을 다는 것을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협력시스템을 만들어 연합뉴스 모니터링이 끊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연합뉴스의 일선 기자들은 정치권의 입김을 받는 데스크에게 기사 논조의 압박을 당하고, 굴복하여 데스크의 요구에 맞는 기사를 쓰면 독자들에게 질타를 당하게 됩니다.

기자들이 데스크에 반론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독자 피드백'이라는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기사를 써서 이에 대한 비판댓글이나 비판글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데스크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입니다. 이것은 실제 사례인데, 한 기자에게서 자사의 기사에 대해서 비판적인 글을 올려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편집국장을 압박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요구를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우리는 특정 언론사의 논조를 특정 언론사의 기자 개개인에게 덮어씌우려는 유혹에 번번이 빠집니다. 연합뉴스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취재현장을 바쁘게 뛰어다니는 기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독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도 그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씁니다. 눈에 불을 밝히고 연합뉴스 기사를 모니터링하여 댓글이나 모니터링 글을 지속적으로 게재하며 논조를 흐리지 않도록 견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중동 불매운동, YTN 지키기, MBC/KBS 지키기보다 어쩌면 연합뉴스를 견제하는 것이 더 큰 일인지도 모릅니다. 정부가 괜히 300억원을 평생 제공하기로 했겠습니까?

덧붙이는 글 | 블로그에 이와 비슷한 글이 있습니다.



태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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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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