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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캐스트를 중앙에 노출시키고 있는 네이버 초기화면.
 뉴스캐스트를 중앙에 노출시키고 있는 네이버 초기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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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이 '언론의 역사'라고 자부하던 신문의 체면이 구겨졌다. NHN이 네이버 뉴스캐스트에서 <국민일보>를 방출시켰기 때문이다.

NHN은 지난 1일 공지사항을 통해 <국민일보>가 운영해 온 뉴스캐스트가 네이버 뉴스 제휴평가위의 평가 결과에 따라 '기본형'에서 '선택형'으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평가에 따라 진행된 것이지만 네이버 뉴스캐스트에서 기성 언론사가 방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뉴스캐스트는 지난 1월 1일 네이버 메인 페이지의 개편과 함께 생성된 새로운 뉴스 코너로 언론사가 직접 제작, 편집할 수 있는 골드 존(gold zone)이다. 초기화면 중앙에 배치돼 이용자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끄는 곳이어서 서울에서 발행되는 주요 신문들뿐만 아니라 지역 신문들도 눈독을 들여온 곳이다. 그러나 많은 이용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기성 언론사들의 경쟁이 결국 '퇴출'이라는 수모를 당하는 사례로 이어졌다.  

네이버, "선정기사 많아 시정조치 요구해 왔다"

기본형은 별도로 언론사를 선택하지 않은 독자들이 네이버에 접속했을 때, '기본형'에 속한 언론사들의 주요 뉴스가 뉴스캐스트에서 랜덤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선택형의 경우 독자가 My뉴스로 설정해야지만 볼 수 있다.

이번 결정에 대해 NHN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뉴스캐스트 오픈 이후 선정적인 기사들이 많아져 이에 대해 몇몇 언론사에게 시정조치를 요구해 왔다"며 "<국민일보>에도 지금껏 여러 차례 선정적 기사 편집 자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러한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역신문사 내부에선 "올 것이 왔다"며 "과도한 기대가 이런 결과를 자초했다"는 자조 섞인 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지역일간지 편집기자는 "더 많은 방문자를 유입하기 위해 선정적이고, 낚시 제목 편집을 펼치면서 트래픽 폭주를 기대하는 게 보편적 추세"라며 "신문들이 바른 뉴스를 포털에 줘야 서로가 상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해외토픽이나 연예인 이야기가 뉴스캐스트의 주 타깃이 되면서 선정성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네이버가 올해 초 선보인 뉴스캐스트는 등록된 언론사 사이트의 트래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면서 언론사들 간 선정적인 제목 경쟁을 불러 일으켰다. 네이버 제휴평가위원회는 한 달에서 석 달여간의 재심사를 통해 이러한 문제가 개선될 경우 다시 기본목록에  <국민일보>를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포털, 더 이상 규제의 공백지대 아니다

NHN은 지난 1일 공지사항을 통해 <국민일보>가 운영해 온 뉴스캐스트가 네이버 뉴스 제휴평가위의 평가 결과에 따라 '기본형'에서 '선택형'으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NHN은 지난 1일 공지사항을 통해 <국민일보>가 운영해 온 뉴스캐스트가 네이버 뉴스 제휴평가위의 평가 결과에 따라 '기본형'에서 '선택형'으로 전환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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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이 어떤 곳인가. 2005년 1월에 제정된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엔 포털 사이트가 언론의 범주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 후 포털 사이트의 언론중재법 포함 여부와 재개념화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포털이 유사 언론사 기능을 하면서도 언론사로서의 책임은 지지 않은 채 손쉽고 약게 '장사'를 했던 관행이 더는 통해서는 안 된다는 게 중론이었다. 언론이나 다름없는 영향력을 발휘해 온 일부 포털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반대 시위로 사회적 갈등이 팽배한 가운데 특정 정치세력을 대변하는 매체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다 최근 포털 뉴스의 피해 구제를 강화하는 언론중재법이 개정되고 법원이 뉴스 피해자에 대한 포털의 책임을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규제의 공백지대'에서 성장해 온 사업의 기반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포털도 뉴스편집 등 사실상의 언론 행위를 한다는 점이 인정되면서 임의적인 기사 제목 수정을 금지하고 논평활동을 금지하는 등의 각종 관계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언론사들이 공동 뉴스포털 설립을 추진하는 점도 사업 환경 변화로서 갖는 의미가 작지 않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올해 초부터 초기화면의 뉴스 편집권을 언론사에 넘기는 '뉴스캐스트'를 도입했다. 또 최근에는 디지털 뉴스 아카이브(Digital News Archive)를 도입해 신문들의 주목을 잇달아 끌었다. 1920년부터 1999년까지의 옛날 신문을 디지타이징(Digitizing)해, 총 53만 장의 지면에서 285만 건의 기사를 추출하여 종이 신문 그대로 웹 상에 구현한 새로운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다.

디지털 뉴스 아카이브는 단순 이미지 형태로 신문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사 전문(Full text)을 제공하여 키워드나 날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과거의 신문 기사를 쉽게 검색해 읽을 수 있도록 해 종이신문들이 네이버에 종속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문도 바른 뉴스 포털에 줘야 서로 '윈윈'

어쨌든 포털을 이제는 단순히 '뉴스 유통사'로 볼 수 없게 됐다. 그동안 대단한 파급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언론으로서의 책임으로부터는 자유로웠던 포털이 이제 그만큼의 책임을 부여받게 된 데 대한 나름대로의 방어기제가 작동된 것에 불과하다. 

포털도 이제 단순히 기사를 매개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근본적으로 언론사가 제공한 기사에 대해서도 진실성 여부를 판단하고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신문사를 길들이는 수단으로 방어기제를 악용해서도 안 된다.

포털사이트도 명예훼손 게시물에 대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지난 4월 16일 대법원의 판결은 포털 사이트가 지금처럼 언론사와 유사한 역할과 기능을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삭제를 먼저 요구하지 않더라도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게시물을 알아서 차단해야 한다며 책임 범위를 넓혔다. 이번 판결에 따라 앞으로 포털 업체들의 운영 방식에 큰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성언론사들도 바른 뉴스를 포털에 줘야 서로 윈윈할 수 있다. 인터넷 포털이 정정보도를 청구 받는 경우 기사를 제공한 신문도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전국 규모의 신문과 지역신문들이 정밀하게 생산된 정보나 뉴스를 포털에 제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선정적인 뉴스와 자사 입맛에 맛는 편집을 고집한다면 <국민일보>와 같은 수모를 언제든지 겪게 될 것이다.


태그:#네이버,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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