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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른한 오전 10시 반. 집안 일을 대충 마친 나는 찰칵을 들고서는 삼각대와 함께 뒷산에 오른다. 오늘(4일)은 저 건너 뫼등성이에 있다는 으아리를 보러가고파 온몸이 근질근질하다. 며칠 전에 지인이 우리집 건너편 뫼등성이에 으아리가 지천이라 해서, 지척에 보물을 두고서도 몰랐다는 자괴감과 함께 마음이 들떠 기대감이 가득하다.

 

   우선 내집 뒷산으로 길을 잡고 오른다. 길목을 지키는 녀석은 어디에나 눈만 돌리면 잡히는 봄까치꽃이다. 일명 큰개불알풀이다. 앙징맞은 저 자태가 얼마나 깜찍한가!

 

 

봄까치꽃

 

그 모진 북풍한설 아랑곳 저리가라

길가에 새봄이라 둔덕을 수놓더니

이름도 큰개불알풀 새봄 소식 전하네

 

  뫼길을 오르는 길목을 또 이 녀석이 지키고서는 눈인사를 곱게도 한다.

 

  "저는 앵초올시다. 반갑습니다."

 

앵초송

 

보랏빛 사연일랑 겨우내 간직타가

새 봄에 음지에서 자랑홉게 피어나

나들이 오가는 길손 눈 호강에 즐겁네

 

   오늘의 주제인 으아리가 우리 산에 몇 그루 피었다가 이제는 져가는 중이다. 내가 무심해서 때를 놓친 것이다. 꽃잎이 벌써 늘어져 내리고 있다. 꽃아, 미안하구나.

 

큰꽃으아리

 

지난해 이 꽃 보러 화순까지 갔더니만

오늘은 게을러서 피는 줄도 몰랐네

순백의 꽃 요정이여 노여움을 푸시게

 

  제 세상이라 돋아난 잡풀 사이를 미끌미끌 더듬어 오르니, 멧돼지란 놈이 온 땅을 다 헤집어 놓았네. 아마도 땅 속의 무슨 뿌린가를 캐 먹었으리라. 그런데 먹고 남은 흔적이 없어 뭘 먹었는지 상상 불허다. 멧돼지가 제일 좋아하는 건 분명 고구마인데, 지금은 고구마철도 아니잖은가!

 

  매실밭을 더듬어 가니, 그곳에 큰구슬붕이가 한 형제라며 다섯이서 벌어져 있다. 제일 큰형은 벌써 만개를 지나 꽃잎을 다물고 열매를 만드려나 보다. 그게 날까?

 

큰구슬붕이

 

조그만 나발 속에 무엇을 담았기에

형제들 무리지어 어깨도 나란나란

보랏빛 소우주 안에 누리 야그 흘리나

 

  뫼등성이를 넘으면 그곳에는 이웃마을의 어느 집 선영이 자리잡고 있다. 그곳에는 싸리꽃, 제일 흔한 노란 양지꽃, 곳곳에 고사리도 삐죽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런데 그 시절 그렇게도 흔하던 할미꽃은 자취도 없다.

 

솜방망이
 

잎에는 보송보송 새하얀 털이 많아

그 이름도 솜방망이 곱사론 자태로다

한 세월 지나고 보면 새 봄일랑 갔을라? 

 

  되돌아 내 뫼에 접어드니, 소나무 사이사이로 삐죽삐죽 올라와 지천으로 뒤덮은 애기나리가 귀엽다. 이 녀석들은 뭐가 그리도 부끄러운지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하늘을 보려 않는다. 오직 땅귀신만 들렸나 보다.

 

애기나리

 

산엘랑 올라오면 수줍은 애기나리
온 숲을 뒤덮고는 살짝이 하는 말이
나는야 열아홉 처자 가시버시 되었네

덧붙이는 글 | *기사가 길어서 3회로 나누어 올리겠습니다. 이번이 1회 기사입니다.


태그:#야생화, #봄나들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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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와 시와 문학과 야생화 사진에 관심이 많아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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