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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여남중 안도분교장에서 미술과목을 담당했던 이성민 교사는 정원감축으로 인해 근무한 지 1년 만에 삼일중 모도분교장으로 전근을 왔다. 하지만 이 교사는 1년 만에 또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야만 했다. 학교가 폐교됐기 때문.

 

이 교사는 "1년에 한 번씩 전근을 다니다 보니, 교직에 대한 사명감도 줄어드는 것 같다"며 "교과부 지시에 따라 부평초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실감은 이성민 교사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속한 학교가 폐교될 때마다, 교사들은 많은 좌절감을 느끼고 애교심도 떨어진다고 말한다. 특히 폐교라는 극단적 상황이 반복될수록 기본적인 학생지도마저 어렵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학교정원 60명 이하 학교통폐합 정책'을 내놓았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전남지방의 경우 학교 통폐합이 아니더라도 인구 유출이 많아 문제인데, 이렇게 통폐합이 가속화될 경우 소규모 학교 교육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우선 2009학년도 경우만 따져보더라도 전남에서 통폐합 되는 학교의 수가 꽤 된다. 유치원 16개, 초등학교(분교장 포함) 26개, 중학교의 경우 분교장 격하 및 폐교가 6개다. 이에 따라 폐교된 학교에 재학 중이던 학생들은 인근 학교에 흡수되거나 원거리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하게 된다.

 

감축대상 되는 비인기 과목 교사들은 어디로

 

학교 통폐합은 지역 교사들의 불안도 가중시킨다. 전남지역에선 통폐합에 따른 후유증으로 인해 해마다 200~300명의 과원 교사가 발생하고 있다. 2010년에도 200여명의 과원 교사가 발생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특정 비인기 과목 교사가 감축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특정과목 기피현상으로까지 연결되며 해당 과목 교사들에겐 한없는 자괴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물론 타 과목으로 전과하는 이들이 종종 있지만, 교과의 전문성이 몇 시간의 연수로 길러지는 것이 아님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이다.

 

학교는 한 번 없어지기는 쉽지만, 해마다 많은 인구가 유출되는 현재의 전남지역 여건으로서는 새로 만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2012년에 여수엑스포가 실시될 예정이어서 어느 정도는 인구가 늘지 않겠는가 하는 소박한 기대감도 있다. 하지만 엑스포가 끝나고 나면 언제 또 인구가 밖으로 유출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설령 외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중 고향으로 귀향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근에 학교가 없어 통학하기가 어렵다면, 귀향을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전남 지방의 인구가 계속 유출되는 마당에 소규모 학교를 계속 존치시키는 게 타당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교육은 단순한 투입과 산출이라는 경제 논리로만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단순한 논리대로만 학교를 운영하게 된다면, 인구가 적은 시골이나 어촌, 산촌은 국민의 기본 권리인 최소한의 의무교육마저도 제대로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고 결국은 지역사회의 붕괴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통폐합으로 농촌학교 특성인 맞춤식 교육 어려워져"

2009년 3월자로 통폐합된 학교 교사와 학부모 모두 '불만'

 

 

전남에 있는 B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박아무개 교사는 올해 초, 새로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게 됐다. 인근에 있던 A초등학교가 폐교되면서 그곳에서 공부하던 아이들 중 일부가 박 교사네 학교로 전학을 왔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최근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학생수 60명 이하인 학교를 인근 학교와 통폐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본교가 폐교될 경우 통합학교엔 10억원의 인센티브를, 분교가 폐교될 경우 지원금 3억원이 지급된다.

 

미리 학교 간 통폐합을 경험해본 박아무개 교사는 통폐합을 할 경우 현장에서 드러나는 문제들을 조목조목 이야기하며 '통폐합'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박 교사는 "통폐합 정책은 농·어촌 지역을 심각한 교육위기로 내몬다"며 "특히 전라남도 농·어촌에 자리 잡고 있는 학교들은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박 교사네 학교로 학적을 옮긴 아이들은 대부분 5~6학년 아이들이다. 저학년 학생들은 읍내학교나 관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고. 물론 집에서 다니기는 멀기 때문에 부모들이 자가용으로 통학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통폐합의 가장 큰 문제는 급식비 등 지원받을 수 있는 학생 수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박 교사는 "농·어촌 지역의 경우, 도시에 비해 결손가정(한 부모 가정,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이 많다"며 "학교별로 일정 비율의 아이들이 우유나 급식비를 지원받고 있는데 통합이 되면서 지원 받는 아이의 수를 조정해야 했다, 이럴 경우, 지원을 받던 학생이 못 받는 일도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지원과 더불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아이들의 통학이었다. 학교 통합 이전에 A초등학교 아이들은 오전 8시30분까지 등교하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오전 7시50분까지 나와서 통학버스를 기다려야한다. 아침밥을 준비하는 학부모도 바쁘고, 밥을 허겁지겁 입 안으로 밀어 넣는 아이들은 더욱 더 정신없을 것은 안 봐도 알 수 있는 일.

 

박 교사는 등교도 문제지만 하교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저학년은 오전 수업만 있음에도, 하교 통학버스가 운행되는 오후 4시20분까지 학교에 남아있어야 한다"며 "통학버스 시간에 맞추느라 학원에 다니고 싶어도 다닐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학급당 학생 수가 증가해 농촌학교 특성을 살리는 개별학습, 부진아 지도 등이 어렵게 됐다"고 덧붙였다.

 

A초등학교에서 1학년을 보낸 학부모 이은선(가명)씨는 이번 통폐합에 대해 "통합은 큰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이씨는 "우리 아이는 전교생 50여명 되는 작은 시골학교에서 1학년을 보냈다"며 "담임선생님이 한 반에 6명 정도 되는 아이들 개개인의 장단점을 모두 파악하고 맞춤식 교육을 해줬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전 학교의 가족적인 분위기를 그리워하며 "정말 참교육이란 이런 거구나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우리 아이들에겐 정말 축복스러운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숨 쉴 수 없을 만큼 빡빡한 시간표에 우리 아이들은 마음 놓고 운동장 한 번 뛰놀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돼 버렸다"며 "작은 소망은 도시에선 찾아볼 수 없는 차별화된 학교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렇게 차별화 없는 학교 운영이었다면 지금이라도 학교간 통합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학교통폐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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