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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타운의 목장. 소떼가 동양인을 처음 보는지 우리를 구경하고 있다.
 조지타운의 목장. 소떼가 동양인을 처음 보는지 우리를 구경하고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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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무화과나무 (Fig Tree)

내 자동차로 올라올 수 있는 만큼 동해를 끼고 올 수 있는 최북단에 있는 동네, 케이프 트리뷸레이션(Cape Tribulation)을 떠나 사진으로만 보던 호주 내륙으로 가는 날이다. 경치 좋고 지내기 편한 바닷가는 많이 다녀 보았지만 호주 대륙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여행은 처음이다. 그만큼 마음 설레는 여행이기도 하다. 내륙으로 들어가기 전에 호스만(Hosman)이라는 작은 동네에 들려 생필품을 사고, 자동차에 기름도 가득 채우고, 바퀴에 공기도 정확하게 넣고 떨리는 마음으로 내륙을 향해 달린다.

본격적으로 내륙에 들어서기 전에 관광객이 심심치 않게 찾아오는 밀라밀라(Milla Milla)라는 동네에 들렸다. 이 지역은 테이블 랜드(Table Land)라고도 부른다. 오래전 학생 시절 선생님이 이야기하시던 한국의 지붕 개마고원 같은 곳이다. 지대가 높다고 해서 테이블랜드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이곳에는 호수가 있다. 사람들은 호수에서 낚시하거나 보트를 타며 물놀이를 즐긴다. 특히, 이 호수에 바라만디(Barramundi)라는 호주 사람들이 좋아하는 생선이 많다고 한다.

고지대라 날씨가 쌀쌀하다. 지대가 높아서일까? 하늘의 구름도 낮게 떠 있다. 숙소에 여정을 풀고 근처에 있는 댐을 가 보았다.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다란 댐이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댐 위에서 아래를 내려볼 때 느끼는 아찔함과 넓은 호수를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하다가 댐이 있다는 표지판을 보면 운전대를 댐 쪽으로 돌리는 습관이 생겼다. 댐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아름답다. 호주의 많은 댐은 댐 위를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다. 오른쪽으로는 깎아지른 낭떠러지, 왼쪽은 바다를 생각하게 하는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다.

밀라밀라는 볼거리가 많다. 또한, 관광지도가 잘 마련되어 있다. 이곳의 관광지도는 조금 특이하다. 관광지도에 관광명소마다 번호를 적어 놓았다. 이곳을 처음 찾은 관광객은 1번부터 번호를 따라 운전을 하면 이곳의 모든 관광지를 볼 수 있도록 배려해 놓은 것이다. 모든 관광지를 둘러보기에는 무리인 것 같아 이곳에서 유명한 무화과나무(Fig Tree)와 폭포만 들리기로 하였다.

무화과나무가 왜 관광명소로 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지도를 보며 찾아가 보니 세 개의 거대한 무화과나무가 서로 엉키어 있다. 관광객의 눈을 끄는 것은 세 그루의 무화과나무 뿌리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거대한 뿌리들이 커튼처럼 늘어져 있어 일명 커튼 튜리 (Curtain Tree)라고 이름 지어진 나무다. 나무의 웅장함과 특이함에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곳의 또 다른 유명한 관광지는 폭포다. 나름대로 특색을 가지고 있는 폭포 세 개가 있다. 지대가 높기는 하지만 폭포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평원이다. 아름다운 초원의 풍경을 감상하며 지도책을 따라 운전한다. 그러나 초원을 벗어나 갓길로 들어서면 자그마한 언덕이 계속되다가 갑자기 울창한 밀림 지대로 들어서면서 폭포 안내문이 나온다. 폭포가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서 폭포를 대하게 된다. 이곳의 폭포들은 참 아름답다. 물도 적당히 흐르고 폭포를 둘러싼 돌들도 특이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 아무리 아름다움을 자랑해도 자연이 만든 섬세함과 웅장함을 넘어서지는 못하리라…

밀라밀라의 아름다운 폭표. 특색있는 폭포 세 개가 관광객을 부른다
 밀라밀라의 아름다운 폭표. 특색있는 폭포 세 개가 관광객을 부른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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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밀라의 볼거리 커튼튜리. 이 나무 뒤로는 아름다운 산책로가 있다.
 밀라밀라의 볼거리 커튼튜리. 이 나무 뒤로는 아름다운 산책로가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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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에 산다

밀라밀라를 막 벗어나는 길복에는 수십 개의 풍차가 돌아가고 있다. 수십 개의 풍차를 뒤로하고 내륙의 자그마한 동네 조지타운(George Town)을 향해 차를 몬다. 본격적으로 들어서는 호주 내륙이다.

내륙으로 들어서면서 해안가에서는 볼 수 없던 수많은 개미집이 보이기 시작한다. 공동묘지 비석을 연상시키는 개미집이 도로변에 끝없이 펼쳐진다. 사람보다 더 큰 개미집도 있다던데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조지타운을 가는 내륙도로는 완전히 포장되어 있지 않다. 차 한대 다닐 정도의 중간 부분만 포장이 되어 있다. 따라서 앞에서 차가 올 때마다 바퀴 한쪽은 비포장도로 쪽으로 달려야 하기 때문에 흙먼지를 뒤집어쓰게 된다. 특히 로드 트레인(Road Train)이라 불리는 50미터 이상 되는 트럭이 질주해 올 때에는 먼지는 물론 비포장도로에서 작은 돌멩이들이 튀겨 나와 자동차 유리창을 때리기도 한다.

조지타운에 도착하니 하얀색 자동차는 황토 흙먼지를 뒤집어쓴 꼴이 말이 아니다. 자동차 앞부분은 돌에 맞아 팬 곳이 서너 군데 보인다. 만나는 사람마다 유리창은 파손된 곳이 없느냐고 물어보는 것이 인사다. 아마도 이곳을 자동차로 여행하는 사람의 반 이상은 유리창이 돌 때문에 금이 간 모양이다.
  
조지타운에는 큰 다리가 있는 데 지금은 건조기라 강바닥 모래들만 보일 뿐 물은 한 방울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우기에는 다리가 범람하는 일이 종종 있을 정도로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우리 텐트 옆 캐러밴에서 지내고 있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었다. 영국에서 오래전에 이주해온 사람으로 지금은 취미 삼아 아내와 함께 금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건조기 약 4개월 동안 조지타운에서 지내다가 우기 때는 다른 고장으로 옮겨 다니며 금을 찾는다고 한다. 우리를 자기 캐러밴에 들어오게 하더니 이런저런 모양의 손톱 크기 정도의 금을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이 동네는 규모는 작아도 도서관을 비롯해 정육점과 구멍가게도 있다. 여행객이 많이 이용할 것 같은 도서관에 들르니 일하는 아가씨가 반가이 맞아준다. 자신은 새 구경을 하는 것이 취미라 이곳에 정착하였다고 한다. 기후는 안 좋아도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취미 생활을 즐길 수 있어 이곳이 좋다고 한다.

이 거친 들판, 여름에는 기온이 40도를 넘어가는 이러한 곳에 몸을 담고 사는 사람들.  자신의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남의 눈치 안보며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신만의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이다.

나도 이제 내 인생을 한번 살아보자. 남이 좋다는 것만 따라다니지 말고, 남의 눈치도 멀리하고, 모든 사람이 앞으로만 열심히 달려 갈 때 가끔은 길가에 앉아 살아온 삶의 뒤안길도 돌아보고 싶다.

호주 내륙으로 들어서면서 보이기 시작하는 수많은 개미집
 호주 내륙으로 들어서면서 보이기 시작하는 수많은 개미집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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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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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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