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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 1주년을 맞이해 이명박 정권 등장이후 불교와 개신교간에 진행되었던 배타적 종교갈등의 원인과 문제점, 해결방안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기자주>

정부의 종교 편향에 항의하는 '범불교도 대회'가 2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려 대한불교조계종 등 주요 종단 승려와 신도들이 종교 차별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종교 편향에 항의하는 '범불교도 대회'가 2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려 대한불교조계종 등 주요 종단 승려와 신도들이 종교 차별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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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 27일은 한국 불교사에 길이 기록될만한 날이다.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가 총집결하여 정권에 맞서는 대규모 종교집회를 개최한 것이다. 당시 서울시청 앞에 모인인원은 20여만명으로 종교계가 주최한 시국행사로는 최대인파가 모였으며 이날 불교계는 정부에 대해 네 가지를 요구했다. △종교편향에 대한 대통령의 공개 사과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공직자 종교편향 금지입법 △시국 관련 국민대화합 조처 등이었다.

불교계의 대규모 봉기가 현실화되자 이명박 대통령은 9월9일 종교편향 논란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10월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 산하에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를 두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어청수 청장 파면이나 시국관련 대화합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불교계 주류는 소장파나 진보세력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하고 11월 1일 대구 불교도대회를 끝으로 슬그머니 투쟁의 깃발을 내렸다. 

그리고 올 3월에는 서울 그랜드힐튼에서 열린 '경제난 극복과 국민화합'을 주제로 열린 대법회(한국불교종단협의회 주관)에 이명박 대통령을 초청해 양자 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에 화답하듯 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5월 1일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 총무원장 지관 스님에게 직접 봉축 전화를 했고 청와대는 이대통령 명의로 전국 주요 사찰에  200여개의 연등을 달면서 불심달래기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한국불교는 지난 1년간 종교편향의 피해자(?)이면서 몇 번의 대정부 규탄집회를 통해 기독교, 특히 개신교 보수세력이 불만을 가질 정도로 수혜를 받는 입장이 되었다. 일제시대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대 권력의 탄압과 조종을 받아왔던 불교계의 입장에서는 눈물이 날만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조선 5백년을 포함해 역대 권력의 탄압에 이렇다 할 저항조차 제대로 못했던 불교계가 정권에 맞서 수십만이 거리에 나선 것은 무엇 때문이고 어떻게 가능했을까?! 거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첫 번째로 큰 요인은 기독교정권에 의한 철저한 불교배제때문이었다. 대통령 취임전후에 이대통령이 속한 강남의 소망교회를 중심으로 하는 기독교 인맥이 권력 핵심을 장악하고 불교계 인사들은  철저히 배제되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어륀지 파동으로 유명한 이경숙 전 숙대총장(소망교회 장로) 인수위원장을 필두로 이명박 정권 초기 국무위원 가운데 한승수 총리 및 15개 부처 장관의 경우 개신교 신자가 9명으로 가장 많았고, 천주교가 4명으로 뒤를 이었으며 불교 신자는 당시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단 1명에 불과했다. 전체 종교인구 비율로 보면 불교신자가 가장 많음에도 권력 핵심에는 극히 소수였던 것이다.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봉헌파동'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이명박 대통령의 신앙관에 대한 우려는 있었지만 국정운영에까지 철저하게 십자가를 앞세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여러 우려에도 대선기간 아낌없이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영남권 기반의 불교계로서는 뒤통수를 맞아도 크게 맞은 것이다.    

두 번째는 개신교에 대한 불교계와 신자들의 불만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권차원의 불교배제와 아울러 지난 수십 년간 계속되어온 개신교 공직자나 신자들의 종교편향행위나 불상훼손과 같은 불교모독행위에 대한 불교신자들의 묵은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특히 95년 자자단체선거가 부활한 이후 개신교를 믿는 민선자치단체장들의 노골적 종교편향행위는 불교계의 공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예를 들어 2004년 5월에 열린 포항성시화대회에 참석한 정장식 당시 포항시장은 시 예산의 1%를 성시화 운동에 사용하겠다고 천명해 이에 분노한 불교도들이 성토집회를 갖기까지 했다. 이상득 의원과 절친한 관계로 알려진 정장식 전 시장은 물의의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2008년 3월 중앙공무원교육원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많은 자치단체장들이 이와 비슷한 행위로 반발을 샀으며 올 2월에도 개신교 안수집사로 알려진 김황식 하남시장이 "하남시로부터 전국에 여호와의 복음화가 시작되기를 간절히 원한다"라는 발언으로 문광부의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세 번째는 시국상황이 불교계에 유리하게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정권에 대해 불만이 하늘을 찌른 다해도 불교계가 종교편향만을 이유로 거리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있었다. 경제위기속에 자칫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한 집단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작년 5월초부터 전개된 촛불정국은 정권을 압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고 결국 오랫동안 갈등관계에 있었던 각 문중들이 하나가 되고 80년대 실천승가운동을 주도하고 조계종내에 세력을 확보하고 있었던  소위 운동권(?) 스님들이 앞장서면서 동력을 얻게 된 것이다. 또한 불교계 주류에 비판적이던 참여불교재가연대를 중심으로 한 개혁세력도 힘을 보태 모처럼 불교계 전체가 대정부 투쟁에 나설 수 있었다.


태그:#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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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모.함석헌 선생을 기리는 씨알재단에서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씨알정신을 선양하고 시민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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