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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개발과 성장이란 미명하에 산업화와 도시화만을 쫓던 인간들에게 잊혀졌던 야생동물과의 따스한 교감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황윤 감독의 다큐멘터리 <어느날 그 길에서>에서는, 길에서 아니 집에서 쓸쓸하게 죽어간 동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감독은 3년간 130km로 차들이 질주하는 도로 위에서 목숨을 걸고 야생동물의 교통사고를 일컫는 로드킬(Roadkill)을 조사하면서, 지리산 인근 120km 도로에서 30개월 동안 발견된 로드킬만 5769건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야생동물들의 교통사고를 말하는 로드킬
 야생동물들의 교통사고를 말하는 로드킬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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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묻는다. 전국 곳곳 산하를 파헤쳐 만든 10만km 도로와 그 배인 20만km 도로를 공사 중인 곳에서는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검은 자동차 바퀴에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있는지 아느냐고 말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무자비한 로드킬로 야생동물이 멸종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2050년에 한반도 남한지역의 산림생물들이 모두 멸종하기 전에, 탐욕스런 인간은 쉴새없이 야생동물을 길 위에서 아무런 슬픔도 없이 죽이고 있다는 말이다. 

작은 동물들의 죽음은 자동차에 올라탄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작은 동물들의 죽음은 자동차에 올라탄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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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로를 만들면서, 생태통로가 무슨 소용인가??

이 가운데 뻔뻔한 인간들은 "동물들아 고맙지?"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야생동물 이동통로라는 거대한 생태통로를 만들어댄다. 하지만 그 뒷편에는 골프장을 개발하려 하고 민간자본을 투자해 얼마 남지 않은 한남정맥 녹지축을 훼손하면서까지 민자도로를 건설하려 한다.

'친환경-생태'라는 미사여구로 야생동식물의 서식지와 길을 파괴하고 삭막한 콘크리트-아스팔트 도시를 만들어대면서 온갖 녹색으로 덧칠하고 있다.

자동차 바퀴에 치인 뱀의 사체
 자동차 바퀴에 치인 뱀의 사체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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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온실가스를 풀풀 내뿜는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절대 알아챌 수 없다. 모든 것이 눈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지기 때문이다. 느리게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갈 때야 미친 듯이 질주하는 개발에 숨겨진 이면들을 볼 수 있다.

얼마 전 강화도 무박2일 자전거 방랑길에 그의 메마른 주검을 마주한 것도 느리게 가파른 고갯길을 오르던 길이었다. 인적이 없는 고갯길에는 뻔질나게 오르내리는 자동차들뿐이었다. 그 길 가장자리 한편에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가 누워 있었다.

땅꾼이라 불리는 밀렵꾼들 때문에 그 개체수도 얼마 남지 않는, 뱀은 머리를 차디찬 아스팔트 위에 뉘인 채 칼날같은 자동차 바퀴자국을 몸에 새긴 채 누워 있었다. 그의 쓸쓸한 죽음 앞에 죄스러워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무서운 자동차와 도로가 없는 저 세상에서 편히 쉬라고...

이 길은 야생동물의 길이자 집이었다.
 이 길은 야생동물의 길이자 집이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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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로드킬, #도로, #뱀, #야생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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