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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당공천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1부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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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의 차기 총선은 내가 확실하게 책임지고 치르겠다.'
'향후 4년간 의원님의 사무실 운영은 재정을 포함해 전부 책임지겠다.'
'구정에 관해 의원님께 주1회 보고드리고 지시에 따르겠다.'

위의 내용은 지난 2006년 부산지역 국회의원의 동생 박아무개씨가 모 인사로부터 구청장 후보 공천을 조건으로 받았다가 경찰에 적발된 '충성서약서'의 내용이다.

중앙정치에 종속된 지방자치제도의 문제점 한가운데에 정당공천제가 있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거나, 중앙정당이 아닌 지역정당에 정당공천제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8일 국회의원 연구모임인 지방자치발전연구회(회장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정당공천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나온 정치학, 행정학 교수들은 하나같이 지방선거에 대한 정당공천제의 역기능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대안을 제시했다.

김익식 교수 "정당공천제로 중앙정당이 지방정부 지배"

발제를 맡은 김익식 경기대 행정대학원장은 "한국의 지방선거는 지방선거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현재의 지방선거는 중앙의 선거를 지방에서 다시 하고 있을 뿐"이라며 "중앙에서 지방으로 권력이 분산된 것이 아니라 중앙정당이 지방정부를 지배하는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방선거에 중앙정당 구조가 적용돼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 성향도 그대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또 다음 선거에도 중앙당의 공천을 받아야하는 기초의원들로서는 주민들의 생활에 밀착한 정책을 실천하기 보다는 소속 정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지방의회의 자율성과 독립성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 김 교수가 지적한 문제점의 요지다.

김 교수는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정당공천제 자체가 아니라 기존의 거대 전국정당들이 지방정치 독점 구조에 있다"며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의 다원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즉,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광역시·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도당으로 구성, 시·도당을 5곳 이상 두어야 하며 각각 1천 명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정당법상 전국정당만이 지방선거에 공천권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역 문제 해결과 주민의사 형성을 주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결사체인 '자치단체정당'이나, 정당은 아니라도 선거에 참여할 목적으로 구성된 '선거인 그룹' 등 지역 정치세력들에게도 전국정당과 동등한 지방선거 참여권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 정당공천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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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태 교수 "시민단체에 후보 추천권" - 김도종 교수 "정당공천제 폐지가 답"

또 다른 발제자인 강경태 신라대 교수(한국정치학회 이사)도 지역정당의 지방선거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정당 설립 요건상의 5개 이상의 시와 도에 시·도당을 두도록 한 것을 '3개 이상의 시·도'로 완화한다면 광역권별로 지역정당이 설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의 낙천·낙선운동이나 메니페스토 운동 등의 예를 든 강 교수는 "시민단체에도 후보추천 기능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도종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앞선 두 교수의 발제에 대해  "주요 정당의 주요 지지기반이 지역성인 현실에 지역정당이 출현했을 경우 정당구조의 중첩성으로 지금보다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며 "시민단체에가 후보 추천권을 발휘하면 사회 모든 분야의 정치화로 정치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광역자체단제장만 제외한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것"이라며 "기초자치단체들이 단체장의 소속과 상관없이 90% 이상 비슷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현실에서 지금과 같은 폐해를 감수하며 정당공천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강형기 충북대 교수도 "정당정치의 국가 미국에서 70%가 넘는 지방자치단체가 정당의 선거 참여를 금지하고 있다"며 기초자치단체의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것을 주장했다.

9월 정개특위에서 논의 가능할까?... 여당 공식입장은 "정당공천제 필요"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여당 의원이 회장인 지방자치발전연구회뿐 아니라 야당에서도 정당공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어 법 개정 가능성이 주목된다.

지방자치연구포럼 대표를 맡고 있는 이시종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 앞서 축사를 통해 "국민 80%가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없애야 한다고 하는데 정치권이 무시하고 공천제를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법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당공천제 개선 혹은 폐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이르면 오는 9월 정치개혁특위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정당공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어서 관련 법 개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안경률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지난 3월 30일 국회의원 및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한나라당의 기본 입장은 기초단체장-지방의원의 정당공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변함없는 원칙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태그:#정당공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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