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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는 다소 거리감 있게 느껴지는 체전에서도 마당극을 통한 시민들과의 소통이 시도되고 있다.

 

경남 진주시는 임진왜란 3대 대첩중의 하나인 진주대첩을 극화한 '진주성 싸울애비'를 제 48회 경남도민체전 공식 지정작으로 선정하여 체전이 개최되는 기간중인 5월 1일과 2일 저녁 각 9시에 진주성 야외무대에서 이를 공연한다.

 

'진주성 싸울애비'는 경남도민체전을 체육과 문화가 하나되는 문화체전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진주시가 주최하고 큰들문화예술센터(이하 큰들, 대표 전민규)가 제작한 마당극으로 진주대첩, 남강, 유등, 육회비빔밥, 진주비단, 남강대밭 등 진주를 대표할만한 상징들이 맛깔나게 담겨져 있다.

 

마당극 대본을 쓴 이명자 작가(35)는 "진주대첩 당시 6박 7일에 걸친 치열한 전투속에 삶의 모든 것을 바쳐 진주를 지켜낸 진주 민초들의 이야기를 꺼내 들려주고 싶었다"고 작품의 배경을 밝혔다. 40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진주성 돌담 사이사이에 새겨져 숨쉬고 있는 듯한 민초들의 소리없는 이야기들이 그 후손들에 의해 마당극으로 다시 재현되는 것이다.

 

전민규 대표와 일문 일답 

-진주에는 이야깃거리가 많은데 특별히 '진주대첩'을 소재로 한 이유가 있습니까?

"보통 '진주'하면 제일 먼저 '진주성'과 '진주남강'을 생각합니다. 그래서 진주성은 진주의 상징이고 역사라고도 할 수 있는데,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에서 펼쳐졌던 그 치열했던 전투를 다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임진왜란 3대 대첩의 하나로 꼽히는 진주대첩은 민·관·군이 함께 만든 승리의 역사로서 진주시민들의 정신적 토대입니다. 오늘의 진주정신을 만들어 낸 사람들, 500년 전 진주성에서 이름없이 죽어간 민초들의 이야기를 지금 이 시대 진주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이번 마당극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게 되었습니까?

"2006년도에 김해의 설화인 '여와와 황세'를 마당극으로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5월에는 산청군의 의뢰로 마당극 '허준'을 만들었고, 10월에는 안동화회탈에 얽힌 설화를 배경으로 해서 '굿모닝, 허도령'이라는 작품을 만들어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공식지정작으로 공연을 했었습니다. 3작품 모두 관객들과 해당 지자체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런 작업들을 하면서 큰들이 소재한 진주의 이야기를 마당극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 왔는데 기회가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침 진주시에서 경남도민체전을 앞두고 진주를 배경으로 하는 마당극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들어와 작년 하반기부터 조금씩 준비를 하다가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싸울애비'가 생소한 낱말인데 무슨 뜻입니까?

"'싸울애비' 또는 '싸울아비'라고도 표현을 하는데 무사 (武士)를 일컫는 옛말입니다. 지금은 잘 안쓰는 말이지만 '지애비', '중신애비' 등에서 아직 그런 표현들이 남아있지요. 여기서는 진주대첩 당시 왜적으로부터 진주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 '진주성 싸울애비'에 진주에 얽힌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있다던데...

"진주대첩외에도 진주에는 이야깃거리가 참 많습니다. 진주 소싸움, 진주육회비빔밥, 진주비단, 진주 남강, 그리고 진주의 각 지명에 얽힌 이야기들.... 이야기할라치면 무궁무진하지요. '진주성 싸울애비'에 이런 것들을 양념처럼 적절하게 비벼넣었습니다. 하지만 양념이 과하면 비빔밥 맛이 없어질 것 같아서 생략도 많이 했습니다."

 

- 극단 큰들은 진주에서 창단되어 20여 년 동안 진주를 기반으로 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진주를 소재로 한 이번 작품을 만든 감회가 조금 특별하겠군요.

"김해, 산청, 안동 등 다른 지역의 이야기는 작품으로 만들고 공연도 했는데 정작 우리 지역 이야기는 작품화하지 못한 것이 좀 서운하기도 하고 진주 사람들에게 약간의 빚진 느낌 같은 것도 있고 그랬어요. 그런데 이번에 이런 작품을 만들게 되니 좀 설레기도 하고 그렇네요. 특히나 경남도민체전을 맞아 진주를 찾아올 체육인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곳, 어릴 적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들을 작품을 통해 보여줄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 이번 공연 이후에는 어떤 계획들을 갖고 계십니까?

"진주성 싸울애비 공연을 마치고 나면 5월 4일부터는 산청한방약초축제에서 마당극 '허준'을 공연하게 됩니다. 그리고 내년 2월부터 일본에서 2달 정도 마당극과 풍물놀이 등 순회공연을 할 예정인데, 그 공연을 기획하실 일본관계자들이 8월 경에 큰들을 방문합니다. 그때 내년 공연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도 하고 일본에서 공연할 작품 시연도 할 예정입니다."

 

마당극에는 진주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있다. 섭천골 번개와 옥봉골 망치의 소싸움과 남강물 맑은 물처럼 고운 빛깔의 진주비단이야기, 아낙들이 빨래하며 부르는 진주난봉가, 진주가 자랑하는 진주의 명물 육회비빔밥과 남강유등축제의 유래 등.  

 

특히 진주 사람이면 으레 한 소절쯤은 부를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 '진주난봉가'는 극 전반에 흐르며 진주 사람들의 웃음과 슬픔, 그리움을 담아내고, 진주육회비빔밥은 치열한 6박 7일의 전투 속에 지쳐가는 진주성 싸울애비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보양식이 된다.

 

마당극 '진주城싸울애비'는 전체 다섯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마당 '진주 소싸움 그리고 남강'에서는 진주 명물 중의 하나인 진주 소싸움장과 진주 남강을 배경으로 하여 옥봉골 농꾼 덕팔이와 덕팔이를 사랑하는 여장부 강자의 사랑이 펼쳐진다.

 

2마당 '전쟁이 터졌다!. 임진왜란'에서는 전라도의 길목이 되는 진주로 왜군들이 진입하자 양반과 조정대신들은 도망가기 바쁘지만 덕팔이를 비롯한 민초들은 진주를 지키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진주성으로 모여든다.

 

3마당 '진주성 훈련'에서는 진주성 싸울애비들이 훈련을 받고 있는 진주성의 모습이 그려진다. 농사짓던 낫과 곡괭이 대신 총과 검을 든 진주성 싸울애비들. 그러나 훈련이 계속되고 설상가상으로 왜군들의 묘략으로 식량창고마저 불타버리자 사기가 급격히 저하된다. 이때, 김시민 장군은 '비격진천뢰'라는 대형화포를 가지고 나타나고 진주성 싸울애비들은 다시 전의를 불태운다.

 

4마당 '남강, 유등을 띄우다'에서는 오늘날 남강유등축제의 유래가 된다고 하는 '유등'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언제 끝날지 모를 싸움속에 진주성 싸울애비들은 유언을 남기는 심정으로 남강물에 등을 띄워 그리운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한다.

 

5마당 '진주대첩'은 6박 7일이라는 긴 시간동안 잠깐의 휴식도 없이 치열한 전투를 이겨내며 진주를 지켜낸 진주성 싸울애비들의 투혼과 조국애가 그려진다. 김시민 장군의 지휘아래 '내가 아니면 진주성을, 조선을 지킬 수 없다'는 자세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운 끝에 마침내 왜군을 물리치고 진주성을 지켜낸 민초들의 승리의 현장을 담아냈다. 

 

진주대첩 당시 목숨을 걸고 진주성을 지켜낸 이름 없는 백성들의 숭고한 삶을 그린 마당극 '진주성 싸울애비'를 관람하며 진주성 돌담 하나 하나에 스며져  숨쉬고 있을 민초들의 소리없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공연문의 055-742-0802)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태그:#진주성 싸울애비, #경남도민체전 공식 지정작, #극단 큰들, #진주대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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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 tracking photographer. 문화, 예술, 역사 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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