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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위원장을 맡아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며 환경노동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대해 '불량 상임위'라고 비난했던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자신이 상임위원장인 운영위원회도 '불량 상임위'라고 인정하는 '굴욕'을 당했다. 야당 상임위원장과 의원들을 향해 '놀고 먹는다'고 막말을 했던 홍 위원장 본인이 '놀고 먹은' 셈이다.

 

24일 오전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고흥길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은 홍 원내대표를 향해 "국회 운영위원회가 지금 뭘하고 있느냐, 운영위에서 그렇게 하니까 다른 상임위는 물어보지 않아도 뻔한 것 아니냐"고 일침을 날렸다.

 

오는 5월 임기가 종료되는 홍 위원장을 향해 고 위원장은 "'제대 말년'이라고해서 이걸 그대로 놔둘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홍 원내대표는 멋쩍은 듯 씩 웃으며 "운영위도 불량 상임위원회다, (앞으로는) 불량 상임위원회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고 위원장의 갑작스런 문제제기는 지난 22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위원장석을 둘러싼 몸싸움이 벌어진 것과 관련해 나온 것이다. 오는 6월 야당이 극렬 반대하는 언론 관련 법안들을 표결처리해야 하는 고흥길 위원장의 입장에선 폭력을 방지하는 조치가 없으면 자신도 박진 외통위원장 처럼 '수난'을 당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행정관 e-메일·성접대 등 현안 불구 4개월 동안 안열려

 

홍 원내대표는 지난 연말 국회 폭력 사태 이후 국회법 개정을 통해 국회 폭력을 방지하겠다고 공언해왔고, 지난 1월 이범래 의원의 발의로 해당 내용이 반영된 국회법 개정안이 운영위원회에 제출돼 법안심사소위로 넘어간 뒤 아직까지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운영위원회를 향해 '일 좀 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두 번이나 발표한 바 있다. 김 의장이 제안한 국회사무처법과 국회인사규칙 등 국회 내 각 기관의 직제 개편과 관련된 법안들이 지난 1월 운영위에 상정됐지만, 마찬가지로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

 

상임위에서 여야가 격렬하게 논쟁하면서 법안 처리가 미뤄지는 것과는 달리 운영위에서 법안처리가 안된 것은 운영위가 아예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영위원회는 지난 1월 운영위에 제출된 법안을 상정하고 두 차례 법안심사소위를 연 뒤부터는 거의 열리지 못했다. 2·3·4월에 각 한 차례씩 전체회의가 열리긴 했지만 각 임시국회의 회기를 결정하고 의사일정을 협의하기 위한 최소한의 업무만 처리했다.

 

이러다보니 운영위 소관인 대통령실, 국가인권위원회, 국회 내 각 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도 거의 하지 못했다. 지난해 가을 국정감사와 연말의 2009년 예산안 심의 이후 2009년 들어 소관 기관에게서 업무보고를 받은 적이 없는 것이다.

 

지난 2월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을 활용해 용산 참사에 대한 국면전환을 유도하라'는 e-메일을 경찰에 보낸 사건이 불거지자 야당은 대통령실의 현안보고를 받기 위해 운영위 소집을 요구했으나 한나라당은 의도적으로 응하지 않았다. 또 그 뒤로는 청와대 행정관이 유선방송사업자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사건까지 불거졌으나 운영위는 역시 열리지 않았다. 

 

오늘 첫 대통령실 보고... 성접대·포스코 인사 개입 등 질타 이어질 듯

 

평소 '국회 운영에 대한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며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견제 역할을 강조해왔던 홍 원내대표의 소신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처럼 '불량 상임위'인 운영위가 이날 오후 2시부터 올해 들어 처음으로 대통령실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는다.

 

이에 야당은 그동안 운영위가 열리지 않아 '밀려있던 숙제'인 청와대 행정관 e-메일 및 성접대 사건은 물론,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된 여권 인사들에 대한 각종 로비 의혹, 그리고 최근 불거진 대통령 측근들의 포스코 회장 선임 개입 의혹 등을 따질 예정이다. '불량 상임위원장'과 여당은 이를 적극 방어하는 형국이 예상된다.


태그:#운영위원회, #불량상임위,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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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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