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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둥이와 다섯 마리의 강아지들
 업둥이와 다섯 마리의 강아지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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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업둥이가 새끼를 다섯 마리나 낳았습니다. 업둥이는 전남 광양 시내에 사는 농부의 지인이 데려다 놓은 개입니다. 자기네 가게로 들어온 것을 도시에서 키울 형편이 안 된다며 농부네 집에 데려다놓은 것입니다. 업둥이가 농부네로 온 지도 어언 3년이나 됐습니다. 그런 업둥이가 예쁜 새끼를 낳은 것입니다.

농부네 집에는 업둥이 말고도 샘과 똘똘이가 살고 있습니다. 샘은 서울에서 풍족하게 살았던 녀석이라 주제넘게 도도합니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성질도 날카로웠는데 이제는 제법 온순해졌답니다. 지금도 딴청을 부리는가 하면 그 도도함 역시 여전하지만 말입니다.

빨간 집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강아지들

업둥이는 목덜미를 만져주자 정말 좋아합니다
 업둥이는 목덜미를 만져주자 정말 좋아합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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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귀엽죠?
 참 귀엽죠?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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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은 불러도 '킁~' 소리도 안냅니다. 업둥이는 농부가 "이리와!" 부르자 꼬리를 흔들어대며 이내 달려와 손을 핥으며 좋아합니다. 재롱을 떠는 업둥이의 목덜미를 만져주자 정말 좋아합니다.

햇살 따사로운 농부의 사랑채 곁에 업둥이의 빨간 집이 있습니다. 업둥이가 낳은 다섯 마리의 강아지들은 옹기종기 모여 사이좋게 밥을 먹고 있습니다. 업둥이는 밥을 먹고 있는 새끼들을 조용히 지켜봅니다.

업둥이는 새끼들 밥은 안 뺏어 먹습니다. 업둥이에게 새끼들이 먹고 있던 밥을 가리키며 "밥 먹어!"라고 시켜도 모른 체 합니다. 농부가 몇 번을 반복하자 못 이긴 척하며 인사치레로 먹는 시늉만 하고 이내 돌아섭니다. 강아지들이 참 예쁩니다. 꽃보다 강아지입니다. 업둥이는 농부 네서 해마다 새끼를 낳았습니다. 이번이 3번째 낳은 새끼들입니다.


한때 서울의 부잣집에서 살았던 도도한 샘은 키우던 주인이 미국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한때 서울의 부잣집에서 살았던 도도한 샘은 키우던 주인이 미국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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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공도 주인을 잘 만나야...
 견공도 주인을 잘 만나야...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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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후가 되면 아이들이 강아지를 보러 이곳으로 우르르 달려올 겁니다. 진상초등학교에 다니는 동네 아이들이 학교가 파하면 제일 먼저 강아지에게 달려옵니다. 저마다 이름지어준 자기들의 강아지를 보려고 한 걸음에 달려온답니다. 어찌나 녀석들이 강아지를 좋아하는지 한 마리씩 데려가라고 해도 여건이 안 돼 데려가질 못합니다.

지난해 어느 날입니다.

"한 놈이 울고 있어, 그 아이가 좋아했던 강아지를 분양한 거야. 하필이면 그 애가 엄마 없는 애야.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그 후로 한동안 보이지 않던 녀석이 강아지 소식을 듣고 요즘 다시 찾아온답니다. 엄마 젖 떼면 이 녀석들도 분양을 할 건데 아이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남겨 줄까봐 농부는 요즘 가슴이 오그라듭니다. 녀석들이 강아지를 데려가면 걱정이 덜할 텐데 그저 답답하기만 합니다.

농부의 상전이 된 서울서 온 '샘'


아이들이 얼굴 가리느라 정신없는 가운데 강아지들은 힘겨워한다.
 아이들이 얼굴 가리느라 정신없는 가운데 강아지들은 힘겨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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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네 집에 찾아온 동네 아이들과 강아지
 농부네 집에 찾아온 동네 아이들과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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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서울의 부잣집에서 살았던 도도한 샘은 키우던 주인이 미국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12살 먹은 샘은 사람의 나이로 치면 칠순이 다 됐습니다. 올 봄에 이곳 농부네로 왔습니다. 출국 하루 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이의 언니가 찾아와 하도 간곡히 부탁하는 바람에 얼결에 맡은 겁니다.

샘은 개 호텔에 맡기려고 했던 건데 그곳에서 어울리지 못해 출국 하루 전에 비행기 타고 서울에서 여수공항을 경유, 광양까지 왔습니다.

전 주인이 어찌나 샘 녀석을 사랑했던지 이곳에서도 상전 대접을 받는답니다. 농부는 한동안 눈만 뜨면 제일 먼저 샘에게로 달려가곤 했습니다. 농부의 상전이 된 셈이지요. 이렇게 얘기를 하는 도중에도 녀석은 우리 얘길 다 듣고 있습니다.

"쟤 얘기하는 줄 알어. 보통내기가 아니야."
"똘똘이도 함께 왔어. 비행기 타고, 옷까지 입혀 갖고."

농부의 아내는 초기에 난생 처음 개 옷을 다 빨아 입혔다며 빙긋이 웃었습니다. 한때 샘을 잃어버려 한바탕 소동을 겪었던 일하며, 얘깃거리와 할 말이 참 많다고 합니다.

아주머니 곁에 업둥이와 샘, 똘똘이 셋이 다 모였습니다.
 아주머니 곁에 업둥이와 샘, 똘똘이 셋이 다 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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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귀여운 강아지
 예쁘고 귀여운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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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마리의 강아지들
 다섯 마리의 강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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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가에서 채소를 손질하고 있는 아주머니 곁에 업둥이와 샘, 똘똘이 셋이 다 모였습니다. 날마다 밥을 챙겨주고 보살펴주는 아주머니가 사실 이들 견공들의 엄마나 다름없습니다. 업둥이는 새끼가 걱정이 되는지 잠시 머무르다 곧바로 집으로 돌아갑니다. 모성애가 유달리 강한 업둥이는 밥을 따로 챙겨주면 물어다 새끼들에게 갖다 줍니다.

"그걸 보고 깜짝 놀랬어요. 지는 안 먹고 새끼들이 먹는 걸 지켜보고 있드라고요."

아주머니는 업둥이의 새끼사랑이 사람보다 낫다고 말합니다.

"샘이 처음 왔을 때는 얼마나 도도했는데요. 지금은 촌놈 다 됐어요. 초기에 잊어버려 동네 방송을 하고 한바탕 소동을 벌인 뒤로 샘의 옷에다 전화번호를 적어놨어요. 지 맘에 안 들면 밥도 안 먹고 말도 안 듣고 너무 도도해요. 업둥이나 똘똘이만 이뻐하면 갑자기 쫓아와서 깜짝 놀라게 손등을 살짝 물고 도망가요."

오후가 되자 농부네 집에 찾아온 동네 아이들은 저마다 강아지 한 마리씩을 안고 있습니다.

"강아지 이름 좀 알아볼까?"
"준표요! 꽃잔디, 뚱이, 지우, 희정이."

"다들 드라마 주인공들 이름이야"
"이름 바꿀께요. 구름이와 하늘이, 멍멍이로요."

강아지를 안은 아이들의 얼굴에 행복함이 한가득 묻어납니다. 슬기와 찬혁이는 강아지가 너무 귀엽다며 책도 보여주고 먹을 것도 챙겨줍니다. 잠시도 떨어지기 싫은 듯 숫제 안고 삽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강아지, #유기견, #아이들, #농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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