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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이한기 김종철 최경준 기자

지난 1월 29일 포스코 회장 후보 면접을 치른 두 사람. 당시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왼쪽)과 윤석만 포스코 사장.
 지난 1월 29일 포스코 회장 후보 면접을 치른 두 사람. 당시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왼쪽)과 윤석만 포스코 사장.
ⓒ 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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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9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 본사에서는 차기 회장 후보 2명에 대한 '최종 면접'이 진행됐다. 이른바 포스코 CEO 추천위원회 회의다.

이 날 무슨 일이 있었길래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 이명박 정부 실세들의 '포스코 회장 인사 개입'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회장 후보의 한 사람이었던 윤석만 당시 포스코 사장은 그날 왜, 어떻게 'MB 실세들의 인사 개입'을 폭로했을까?

<오마이뉴스>는 그날 CEO 추천위 회의 현장에 있었던 복수의 인사들로부터 회의 상황 전반을 취재했다. 그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본다.

이날 오후 2시.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CEO 추천위원회 회의가 시작됐다. 포스코의 CEO 추천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들로 구성돼 있다. 포스코 이사회는 모두 15명인데, 이 가운데 사내이사는 6명이고, 사외이사는 9명이다. 지난 1월 포스코의 사외이사는 모두 8명이었다. 사외이사였던 전광우 전 딜로이트코리아 회장이 금융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공석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포스코 CEO 추천위원회는 서윤석 이화여대 경영대학장을 비롯해, 박영주 전경련 부회장, 제프리존스 전 주한미상공회의소장,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손욱 농심회장,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의장, 허성관 전 해양수산부장관, 박상용 연세대 교수 등 8명이었다. 포스코 회장은 CEO추천위의 자격심사를 거쳐, 회장으로 추천을 받게 되면 이사회 승인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최종 취임한다.

이날 CEO 추천위원회 회의에서는 윤석만 후보와 정준양 후보(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에 대한 심층 면접에 앞서 정 후보의 몇 가지 의혹에 대한 감사실의 보고를 받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오후 2시 30분경 윤석만 후보에 대한 심층면접이 이어졌다. 면접은 회장 취임 후의 비전 등에 대한 CEO 추천위원들과의 문답으로 약 30분 동안 진행됐다. 면접이 거의 마무리될 즈음 윤석만 후보가 스스로 신상발언을 요구했다. "한 가지 말씀 드릴 게 있습니다."

"한 가지 말씀 드릴 게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 등이 개입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했다.

"천신일 회장이 내게 전화를 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뜻'이라면서 나더러 (포스코 회장 후보를) 포기하라고 했습니다." 윤 후보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박영준씨가 만나자고 하더니…."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전경.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전경.
ⓒ 오마이뉴스 선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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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는 그동안 자신이 받은 '후보 사퇴 압력'에 대해 이야기했다. 뜻 밖의 '인사 개입' 폭로는 15분 가량 이어졌다. 이 사실을 전해들은 CEO 추천위원들은 다들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추천위원들 사이에서 "예상은 했지만 그 정도로까지…"라는 분노도 표출됐고, "그 동안 마음고생이 많았겠다"는 윤 후보에 대한 위로도 나왔다.

"포스코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민간기업으로 어렵게 자리를 잡아왔는데 이런 식으로 정치권에 의해 휘둘리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사외이사(CEO 추천위원) 여러분들의 올바른 선택을 바랍니다."

윤석만 후보는 이 말을 끝으로 심층면접을 마쳤다. 이어 정준양 후보의 심층면접이 이어졌다.

윤 후보의 '인사 개입' 폭로 때문에 이날 CEO 추천위원회는 포스코 회장 적임자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투표 결과는 4대4 동수였다. 그러나 이구택 회장에 의해 추천된 일부 사외이사들이 '몰아주기'를 주장했고, 결국 정준양 후보가 포스코 차기 회장으로 추천됐다.

"권력이 민간기업 인사에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이날 CEO 추천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정치 권력이 민간기업의 인사에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개입하다니 개탄할 일"이라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진상이 규명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정치권도 문제지만 그 외압을 방어하지 못한 이구택 당시 회장과 외압을 등에 업은 현 정준양 회장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포스코, #정준양, #윤석만, #박영준, #천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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