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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나는 직장 동료와 함께 퇴근하자마자 무학산(761.4m, 경남 마산시) 산행을 나섰다. 학이 날개를 펼치고 날아갈 듯한 형상을 하고 있는 무학산은 마산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산으로 마산시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무학산 정상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갈래이다. 우리는 대곡산 정상에서 능선을 타고 무학산 정상으로 가는 코스로 산행을 하기로 결정하고 낮 12시 50분께 만날고개에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였다. 대곡산 정상까지는 계속 오르막이지만 길은 정겹기 그지없다.

 

무학산(舞鶴山)의 옛 이름은 두척산이었다. 문장가로서 이름을 떨쳤던 신라의 고운 최치원이 멀리서 이 산을 바라보며 학이 춤추는 모습 같다 하여 춤출 '무(舞)', 학 '학(鶴)'이라 이름을 붙여 주었다고 전해진다. 대곡산(516m)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35분께. 무학산 정상이 학의 등, 학봉이 학의 머리에 해당되니 우리는 학의 오른쪽 날개 부분에 있는 셈이다.   

 

안개약수터로 가는 도중에 우리는 전망 좋은 바위에 자리 잡고 준비한 충무김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밥만 넣어 말은 김밥에 무김치와 오징어무침, 국을 곁들여 먹는 충무김밥은 별미이다. 그리고 시원한 막걸리까지 마시면 행복한 점심으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안개약수터(621m) 부근에서 몇몇 아주머니들이 나물해서 먹는다고 화살나무 새순인 홑잎을 똑똑 따고 있었다. 안개약수터의 시원한 물을 한 바가지 들이켜고 우리는 진달래 꽃길 쪽으로 올라갔다. 무학산 진달래꽃들은 절정의 순간을 지나 조금씩 지고 있었다. 마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그 꽃길은 언제 걸어도 기분이 좋다.

 

오후 3시 20분께 태극기가 펄럭이는 무학산 정상에 이르렀다. 주말이라 다른 도시에서 온 산악회 사람, 반 전체로 담임선생님과 함께 올라온 남자 고등학생들 등 무학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많았다. 나는 예전에 한 번 가 본 시루바위 생각이 나서 동료와 같이 그쪽으로 내려갔다.

 

시루바위는 정상에서 30분 남짓 걸리는 위치에 있다. 어림잡아 100명 정도의 사람이 앉아 있을 수 있을 만큼 널찍하면서도 평평하게 생긴 바위다. 고요를 깨는 까마귀 울음소리마저 정겹게 들려오던 곳이라 처음 갔을 때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시루바위에는 여전히 고요가 흐르고 있었다. 그 기분 좋은 고요가 내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았다.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만 아니라면 한참 그곳에 앉아서 휴식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우리는 시루바위에서 내려와 다시 무학산 정상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군데군데 연분홍색 물감을 짜 놓은 듯 진달래 꽃잎들이 떨어져 너저분히 깔려 있는 모습이 처연하다. 그러나 아직도 마음을 흔들어 대는 예쁜 진달래꽃들이 피어 있어서 좋았다. 서마지기로 가기 위해 무학산 정상에서 365개로 되어 있는 나무 계단을 우리는 내려갔다.

 

서마지기에 있는 정자에 앉아 있으면 바람이 참으로 시원하다. 아무리 무더운 날씨라도 산바람은 맑고 시원하다. 서마지기에는 배가 고프거나 갈증이 나면 먹을거리를 좀 해결할 수 있는 움막집도 있다. 산을 탄 지 30년 되었다는 움막집 아저씨의 이야기로는 산 밑 세상이 싫어서 움막을 짓게 되었다 한다.

 

서마지기에서 하산하는 길 또한 여러 갈래이다. 무학산 등산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서원곡 길은 나무 계단을 내려가다 긴 의자에 잠시 앉아 예쁜 돝섬과 마창대교를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런데 하산길로는 괜찮으나 서원곡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서마지기로 올라오는 등산객들 보기에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가파른 길이다.  

 

우리는 절집 서학사를 거쳐 관해정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서학사 코스도 하산길로는 괜찮지만 산행 기점으로 삼았을 때는 꽤 가파른 편이다. 그러나 간간이 탁 트인 전망도 즐길 수 있는데다 꽃이 많고 바위를 타는 재미도 쏠쏠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길이다. 지금은 그 길에 진달래꽃들이 많이 져 버렸고 곱디고운 철쭉이 피어나고 있었다.

 

달맞이고개를 지나 서학사로 내려가면 누가 쌓았는지 알 수 없는 돌탑들이 많이 서 있다. 간절한 소원만큼이나 우리들 삶에는 슬픈 한도 많은 것 같다. 우리는 관해정(경남문화재자료 제2호, 경남 마산시 교방동)에 도착했다.

 

조선 중기의 학자인 한강(寒岡) 정구(鄭逑) 선생의 향사를 모시기 위해 그의 제자들이 회원서원(檜原書院)을 세웠는데, 서원은 고종 때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없어지고 지금은 관해정만 남아 있다. 관해정(觀海亭) 앞에는 한강이 손수 심은 것으로 전해지는 은행나무가 서 있는데 수령이 460년이 훨씬 넘는다. 서원곡이란 계곡 이름도 그곳에 회원서원이 있었다 하여 붙여졌다 한다.

 

우리는 음식점에 들러 봄의 입맛을 돋우는 도다리쑥국과 멍게비빔밥을 저녁으로 맛있게 먹었다. 일상이 번잡할 때면 나는 무학산을 찾는다. 자연 속에서 겸허함을 배워 나가는 내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남해고속도로 서마산 I.C→ 산복도로→ 만날고개


태그:#마산무학산, #무학산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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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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