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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일부 미국인들을 몹시 화나게 만들어 '반 오바마'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들은 오바마의 이름만 들어도 광분하는 '오바마 발광 증후군(Obama Derangement Syndrome)'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용어는 사실 2003년 미국의 보수 정치칼럼리스트이자 정신과 의사인 찰스 크로서머가 칼럼에 사용한 정치적인 용어로 원래는 '부시 발광 증후군(Bush Derangement Syndrome. BDS. 부시 정신병 증후군)'으로 쓰였다.

 

이는 "평소에 정상적인 사람들이 '부시'라는 말만 들어도 즉각적인 편집증적 혐오 반응을 보이는 현상" 또는 "미국 보수주의자들이 '조지 부시와 그의 정책에 대한 진보진영의 증오'를 일컫는 말"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이후 신문, 사설, 라디오 토크쇼 등 언론에서 자주 인용되었다. 그런데 이 증후군의 대상이 '부시'에서 '오바마'로 대체된 것이다.

 

기사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내외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수백만 명의 일부 미국인들은 그의 모습 자체를 싫어하고 있으며 이중에는 극단적으로 그를 증오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보수성향의 미국 정치·시사 잡지인 <아메리칸 스펙터(The American Spectator)>는 웹사이트에 "총통의 귀환(Il Duce, Redux)?"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마바 대통령을 히틀러, 스탈린 그리고 무솔리니('Il Duche'는 실제로 무솔리니를 부르는 칭호였다) 등 독재자 그리고 정신병자로 분류되는 연쇄 살인마 찰스 맨슨, 무장사교집단 지도자인 데이비드 코래쉬 등과 비교했다.

 

 

기사는 보수성향의 정치 평론가 조나 골드버그가 오바마 대통령이 소말리아 해적 소탕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해 칭찬하자 그의 이메일함에는 즉시 그를 비난하는 이메일이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최근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어느 당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뚜렷하게 나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민주당원은 88%가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찬성하고 있지만 공화당원은 27%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이는 2001년 4월 실시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정책 찬성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보다도 차이가 더 큰 것이다.

 

기사는 칼 로브가 이끌고 있는 부시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이 여론조사 결과를 미국에서 가장 불화를 많이 일으켰다고 평가되는 부시 전 대통령의 평판을 누그러뜨리게 하기 위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비단 이들 뿐만은 아니라고 전했다.

 

현재 미국의 베스트셀러는 마크 레빈의 <자유와 전제정치(Liberty and Tyranny)>다. 레빈은 자신의 라디오 쇼에서 자주 오바마 대통령을 이 두 가지 특성 중에서 후자에 속한다고 비난했다.

 

 

미국 케이블 채널인 폭스 뉴스의 글렌 벡은 새로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는 벡은 올해 1월에 폭스 뉴스에서 오후 5시대에 방송을 하고 있는데 그의 프로그램은 이미 220만 명의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금융위기와 현 정부에 대해 매우 선정적인 비난을 하며 시청자들을 끌어 모았다. 최근에는 '오바마의 미국'이 "사회주의"로 가는 통로에 있다고 말했다가 시청자들에게 사과를 하기도 했다.

 

미디어를 모니터하는 좌익(진보성향) 단체인 '미디어 매터스(Media Matter)'는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이후 그를 묘사할 때에 미디어에서 "사회주의, 파시즘 또는 공산주의가 3000번 넘게 언급됐다"고 전했다.

 

미국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인 <더 러시 림보 쇼>의 진행자이자 극우 논객인 러시 림보는 자신이 오바마가 실패하기를 바란다고 천명한 뒤 청취자가 더 늘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그는 오바마를 비유하는 일련의 목록에 23년 간 장기 집권하고 있는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을 추가하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이 이렇게 '화'가 난 이유는 바로 경제위기 때문이라면서 한편으로 경제위기가 오바마에 대해 이토록 분노하는 사람들을 강력한 정치세력화 시켰다고 분석했다.

 

수요 진작과 뱅크 런을 막기 위한 오바마의 경제 대책은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에게 지지를 받았다면서 부시 전 대통령이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임에도 유래 없는 경제위기로 그의 정책이 많은 미국인들을 '미치게(crazy)'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연방 세금신고 마감일인 15일에 모든 주에서 총 500여명이 '보스톤 티파티'를 본떠 오바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 시위 참가자는 오바마가 당선된 후 큰 정부를 추구하는 사회주의자인 오바마는 사람들의 돈을 가로채고 그들의 자유를 짓밟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반 오바마' 정서가 오바마 정부에 어떤 의미인지 결론을 내리기는 시기상조라고 하면서도 분명한 것은 이전의 '부시 혐오'가 '오바마 혐오'로 빠르게 대체되는 것은 미국 정치와 국가 원수에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특히 당수와 국가 원수라는 두 가지 역할을 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면서 1977년 3월에는 공화당원의 56%가 민주당 출신인 당시 지미 카터대통령의 성과를 인정했고, 민주당원의 55%는 공화당 출신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이 첫 임기와 비교했을 때 그의 두 번째 임기에 더 잘했다고 그의 성과를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하지만 현재의 양극화는 미국 정치에서 낙태, 미디어 산업과 같은 협상 불가능한 이슈들의 역할이 커지는 것에 힘입어 긴급한 것이 되었다면서 건강보험 시스템이나 연금 개선 정책 개선을 위한 초당적인 협동이 필요한 시점에서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 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한  불행하게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글렌 벡의 말이 농담 이상이라면서 끝을 맺었다.


태그:#반 오바마, #미국, #반정부, #이코노미스트,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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