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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를 가보지 않고 섬 여행을 다녀왔다"는 말을 하지 말라는 떠돌아다니는 금언이 있다. 그만큼 한번 들어가기가 어려운 공간이다. 백령도는 기상변화가 무쌍하여 걸핏하면 배가 안 뜨는 곳으로 유명한 장소이다. 또 인천 연안부두에서 뱃길로 228Km(4시간 20분간 승선)나 떨어져 있어 뱃삯만 해도 성인 편도 11만 원(2009년 기준, 인천 거주민에게만 반액 할인)이나 해서 웬만해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곳이기 때문이다. 소청도, 대청도도 아닌 '백령도'에 다녀왔다.

백령도 지도-두무진, 선대암, 사곶 천연비행장, 콩돌해안 등 천연기념물이 많은 섬이다.
 백령도 지도-두무진, 선대암, 사곶 천연비행장, 콩돌해안 등 천연기념물이 많은 섬이다.
ⓒ 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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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한 번 갈 기회가 있었지만, 풍랑이 일어서 인천 연안부두에서 발길을 돌려야 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 백령도에 간 목적은 OUN TV(한국방송대 케이블 TV)의 프로그램을 찍기 위함이었다. 백령도에서는 날씨가 쾌청해서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들어갈 때 문제가 발생했다. 4월 13일(월) 오후 1시 배편으로 백령도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인천 근해에 1급 안개경보가 내려져 배가 출항을 할 수 없다는 전갈이 담당 최PD선생에게 왔다. 출발을 하기 전부터 불길한 징조가 나타난 것이다.

할 수 없이 임진각에서 시간을 연장하여 천천히 촬영을 했다. 임진각에서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장애가 많이 발생했다. 촬영하는 곳의 앞뒤로 관광객들이 마구잡이로 들락거리는 것이었다. 또 길을 가던 외국 관광객들이  갑자기 일행을 찾으며 고함을 쳐서 NG가 났다.

임진각 옥상의 '하늘 마루'에서는 자유의 다리 건너 비무장지역(DMZ) 너머의 북한지역이 누드 상태로 보인다고 했다. 물론 당일에는 안개가 심해서 시야를 많이 가렸다. 이러한 개활지역이라 외국관광객들로 주변은 만원이었다. 주로 일본과 중국관광객들이 많았고 일부의 한국 관광객들도 있었다.

임진각의 재미는 경의선 기차가 지나가는 길목이다. 경의선은 신촌 역에서 출발하여 임진각 역을 거쳐 도라산 역까지 운행한다. 안타까운 것은 북한지역의 손하 역과 봉동 역을 거쳐 개성 역 근처까지 길이 뚫려 있지만, 도라산 역(운천-임진각-도라산-장단-판문-손하-봉동)에서 철마가 멈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통일의 염원은 현장에서 생겨난다는 진리를 터득했다.

경의선은 신촌 역에서 임진각 역을 거쳐 도라산 역까지 운행한다.
 경의선은 신촌 역에서 임진각 역을 거쳐 도라산 역까지 운행한다.
ⓒ 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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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태이지만, 임진각역의 철도변에 핀 벚꽃과 개나리 그리고 홍매화는 아랑곳 하지 않고 여전히 봄의 향취를 뿜어내고 있었다. 북녘의 동포들도 이러한 꽃향기를 맡으며 살고 있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평양 외곽의 농부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임진각에서의 '북한 문학'에 대한 촬영을 마치고 인천의 연안부두로 향했다. 연안부두 주변은 사람들의 발길로 분주했다. 갑자기 소란했다. 출입구 쪽을 보니 수학여행을 떠나는 중고교 학생들이 200여 명이 들이닥쳤다. 주로 여학생이다 보니 매우 소란했다. 피천득의 <인연>에 나오는 소녀의 다소곳하고 나근나근한 목소리가 아니라, 앙칼진 목소리여서 대화에 지장을  줄 정도였다.

마침 오래전의 수학여행 장소가 떠올랐다. 여고 담임선생으로서의 추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여학생들이 남자 총각선생님들 방안에 몰래 들어와서 양복바지 속에 고추장을 발라놓는 만행을 저지르는 수법을 주로 썼다. 또 새벽 무렵에 몇 명이 침투하여 총각선생님을 덮치므로 그에 대비하여 구정물로 가득 찬 양동이를 미리 준비해놓았던 추억이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출입문 문 위에 조그만 유리창이 있었는데 그곳을 갑자기 열고 물세례를 퍼붓는 방법으로 선생님들은 응수를 하였다. 요즈음 여학생들은 어떤 방법으로 총각선생님들을 괴롭히는지 궁금하다.

최 PD는 매표소로 가서 문의를 하고 돌아왔다. 내일 아침은 정상적으로 배가 운행될 것이라는 책임자의 답변이 나왔다. 연안부두 건너편 건물 뒤쪽에 널려있는 모텔 촌으로 OUN TV촬영 팀의 스타렉스 자동차는 움직였다. 우선 숙소를 정하고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대로의 횡단보도를 건너서 저 멀리 연안부두 수산시장과 현대적 횟집타운이 보였다.  '현대적 횟집타운'은 말 그대로 일반 횟집처럼 활어의 회를 내놓으면서 밑반찬(스키다시)도 함께 주는 상점이 줄을 서 있는 소위 음식점 몰을 의미한다. 그에 비해 '연안부두 수산시장'은 주변에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으며 서울의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활어집, 명란젓 등 젓갈류를 파는 집 그리고 대게 등 킹크랩을 파는 가게 등이 줄지어 있는 공간이다.

수산시장 안으로 촬영 팀이 들어서자 활어집 주인들이 서로 자기 가게에서 고기를 사라고 외치면서 팔을 잡아당겼다.  남자주인과 여자주인이 있는 각각 두 곳 중 한 곳에서 횟감을 사기로 하고 흥정을 붙였다. 한 곳은 광어를 아주 큰 것 한 마리에 놀래미 큰 것 두 마리 그리고 멍게와 다른 잡어들을 끼여서 주겠다고 제안한다. 여자 주인은 광어 두 마리에 놀래미 작은 것 두 마리 그리고 멍게 등 다른 고기들을 끼여 주겠다고 제안했다.

결국 처음의 푸근한 인상의 아저씨가 주인인 곳을 선택하여 고기를 회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여 모두 세 접시를 만들었다. 양념가게는 건너편에 있다고 했다. 큰 오봉에 회를 들고 양념가게로 옮겨가서 저녁식사를 겸해서 한 잔씩 걸쳤다. 내일 백령도 행 배가 뜰 것인가 하는 불안감을 씻으려고 모두들 흥겹게 술잔을 기울였다. 

이번 촬영 팀은 지난번 오두산 전망대 팀보다는 온순한 편이라서 폭탄주를 심하게 권하지는 않았다. 지난번의 경우 북한 소주와 대동강 맥주로 폭탄주를 만들어 5 ~ 6잔을 마신 후 위장기능에 무리가 갔는지 급성장염으로 일주일간 병원을 다니며 고생을 한  좋지 않은(?) 경험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맥주 몇 잔으로 야외촬영의 스트레스를 풀기로 했다.  

아침에 연안부두로 나갔다. 다행스럽게 배는 정상적으로 아침 8시 50분에 뜬다는 방송이 나왔다. 꿈에 젖어 백령도 행 크루즈에 촬영 팀 모두 급하게 승선했다. 배는 소청도와 대청도에서 각각 한 번씩 정박한 후 승객들 일부를 내려주고 백령도를 향해 나아갔다. 2층 갑판으로 올라가서 대청도 주변 바다를 촬영했다. 안개가 상당히 끼어서 수평선은 넓게 펼쳐져 보이지 않았다.

큰 배는 아니지만 타이타닉 같은 호화유람선을 탄 기분이었다. 안개가 짙게 껴있고 날씨가 흐려서 시야가 트이지 않았지만 세찬 바람이 기분을 들뜨게 하였다. 날씨가 맑았다면 바다의 색깔이 좀 더 투명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검붉은 바다 빛이 마음에 썩 들지 않았지만, 백령도에 대한 기대감이 나머지 부분을 상쇄시켜주었다.  

백령도 ‘용기포 선착장’-인천 연안부두에서 초쾌속선 마린브릿지호와 프린세스호 등 하루 2차례 배가 왕복 운행된다.
 백령도 ‘용기포 선착장’-인천 연안부두에서 초쾌속선 마린브릿지호와 프린세스호 등 하루 2차례 배가 왕복 운행된다.
ⓒ 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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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는 대한민국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섬으로 면적 46.35㎢로 우리나라에서 8번째로 큰 섬이다. 인구는 현재 4826명이고, 해병대 등 군인이 약 5000여 명 정도 거주하고 있단다. 고려 때는 백령도를 '곡도' 또는 '따오기 섬'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백령도는 한자를 풀이하면 '흰 날개 섬'이 된다. 이러한 이름이 정해진 데는 그 유래가 있다.

옛날 황해도 어느 마을에 글공부로 세월을 보내고 있는 한 선비가 살았다고 한다. 그는 사또의 예쁜 딸을 사랑했고, 사또의 딸 역시 선비를 사모했다. 어느덧 장래를 약속한 두 사람은 용기를 내어 사또에게 자신들의 사랑을 고백했고 혼인시켜 줄 것을 간청했다. 하지만 평소에 선비를 못 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사또는 그에게 절대 자신의 딸을 줄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몰래 사랑을 이어갔고, 결국 그것을 알게 된 사또는 자신의 딸을 외딴 섬으로 귀양 아닌 귀양을 보냈다.

한숨 속에 세월을 보내던 선비는 자신의 정인(情人)의 행방을 수소문했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생각으로 시름시름 앓던 선비에게 꿈에 백학이 나타나 흰 쪽지를 주며 "여기 쓰여 있는 대로 찾아가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 놀라 선비가 깨어나자 그의 손에는 신기하게도 주소가 적힌 흰 쪽지가 쥐어져 있었다. 선비는 황해도 장산곶에서 배를 타고 정인이 있는 섬으로 가서 극적인 상봉을 하게 된다.

그 후 두 사람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오래도록 행복하게 이 섬에서 살게 되었다. 훗날 섬사람들이 그 섬을 "백학이 알려준 섬"이라고 하여 '백학도(白鶴島)'라 하였다가 오래 지나면서 흰백(白)자에 날개 령(翎)을 붙여 '백령도(白翎島)'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작년 7월 백령도에서 새로 오픈한 현대식 펜션-그동안 섬에는 6개의 오래된 모텔만이 있었다.
 작년 7월 백령도에서 새로 오픈한 현대식 펜션-그동안 섬에는 6개의 오래된 모텔만이 있었다.
ⓒ 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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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에 내리자 예약했던 가이드가 봉고차를 몰고와서 환영해 주었다. 가이드는 우리 일행을  작년 7월에 오픈한 '아일랜드 캐슬' 펜션으로 안내했다. 숙소치고는 깔끔하고 언덕 아래 논밭이 배경을 이루고 있어 운치가 있었다. 먼저 짐을 풀고 일행은 다시 봉고차에 올라 식당으로 향했다. 가이드가 먼저 정육점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는 삼겹살집으로 인도했으나 고기가 없다고 주인이 미안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집은 백령도 토종의 돼지를 키워서 손님을 받는 집이었는데, 불행하게도 돼지고기가 다 팔렸다는 설명이었다.

할 수 없이 백령도에서 장사가 가장 잘 된다는 숯불구이 집을 찾아갔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상당히 많았다. 고기를 구워 맥주와 소주잔을 기울이는 순간 갑자기 문제가 발생했다. 돌연 전기가 나가 칠흑 같은 어둠이 우리를 엄습했다. 주인은 당황스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이런 현상이 자주 일어나는 듯 보였다.  의례적으로 그렇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참 지나서 양초를 사기 위해 슈퍼로 주인이 나갔다. 촛불을 켜고 삼겹살을 먹는 것도 난생 처음이었다. 1960년대 상황이 백령도에서 발생한 것이다.

백령도에서 직접 잡은 생굴로 만든 ‘생굴찌개’는 4시간 20분 동안의 장시간 배멀리로 지친 피로를 씻어주는 독특한 별미였다.
 백령도에서 직접 잡은 생굴로 만든 ‘생굴찌개’는 4시간 20분 동안의 장시간 배멀리로 지친 피로를 씻어주는 독특한 별미였다.
ⓒ 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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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은 백령도 특유의 생굴찌개로 식사를 했다. 이곳의 굴은 자연산이라 통영 생굴보다 크기가 1/3크기였다. 용기포 선착장에서 할머니들이 따온 굴을 팔고 있었는데, 생수통 2리터 한 병에 2만 원이었다.  돌아오는 날 점심은 가이드의 안내로 메밀로 만든 비빔냉면을 별미로 먹었다. 담백한 것이 육지에서는 맛 볼 수 없는 감칠맛이 있었다.

아침에 다시 봉고차를 타고 맨 처음 촬영을 하기 위해 찾은 곳은 '심청각'이었다. 유명한 심청이가 빠져죽은 바다인 '인당수'가 지척거리에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심청전>에서 심 봉사는 황해도 황주사람이라고 했던 기억이 또렷이 떠올랐다. 황주는 어디쯤 될까? 바로 장산곶 근처 바다라고 판소리연구가들은 지목을 하고 있다. 황해도 장산곶은 몽금포 근처 바닷가로 현재는 북한 땅이다. 그곳은 행정주소로는 황해북도 장연군에 속해 있다.

심청각 주차장에 차를 대자 우측으로 남한산성처럼 바다를 행해 돌담이 둘러 서 있고, 그 옆에 큰 이층 누각이 위치하고 있다. 누각 뒤 서해 바다 쪽에 청동으로 조각된 '심청 조각상'이 정원 한가운데 서있었다. 자살 하는 옛날 여성들이 모두 치마를 둘러쓰고 바다에 뛰어들었다고 하더니, 심청이도 양손으로 반쯤 치마를 들쳐 잡고 고개를 바다 쪽으로 튼 채 서있다.  청동 '심청상' 밑에는 넘실되는 파도가 조각되어 있는 것이 인상 깊었다.

심청각의 1층은 심청전과 관련된 자료들로 구성되어 있고, 2층은 심청각의 위치를 알려주는 지도가 놓여 있었다. 날씨가 쾌청한 날이면, 2층에서 10Km 떨어진 북한의 황해도 땅이 생생하게 보인다고 한다. 장산곶을 보지 못하고 1층으로 내려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인당수로 추정되는 건너편 북한 땅 장산곶을 바라보며 서있는 ‘청동 심청상’
 인당수로 추정되는 건너편 북한 땅 장산곶을 바라보며 서있는 ‘청동 심청상’
ⓒ 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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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각에서의 촬영을 마치자 가이드는 귀가 쫑긋해지는 제안을 했다. 서둘러 봉고차를 타라는 주문이었다. 지금  두무진 선착장으로 쾌속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 마지막으로 뜨는 통통배를 타고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선대암 주변 풍광을 보러 가야 한다는 제안이었다. 

다른 팀 10여 명과 함께 배에 올라 선상 관람 길을 떠났다. 백령도 관람 중에서도 소위 백미에 해당하는 구경이었다. 배에서 선장의 마이크 해설을 들으며 선대암 ->형제바위 ->코끼리바위 ->용트림 바위 주변을 40분정도 돌아오는 코스였다. 마치 중국의 장가계-원가계를 관광할 때 배를 타고 주변 풍광이 좋은 코스를 도는 것과 유사했다. 베트남 관광에서도 이와 비슷한 코스가 있으며, 금강산 삼일포 코스와도 흡사했다.

우리나라에도 아직 안 가본,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을 수 있는가 하고 눈을 의심했다. TV방송 촬영을 왔기 때문에 가이드의 주선으로 우리 일행은 무료로 천상의 유람선관광으로 백령도 일주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태백도 이렇게 멋진 공짜여행을 다닐 수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 일행은 소위 "신선놀음"을 했다.

두무진 항에서 유람선으로 갈아타고 바다로 10 분정도 나가면 선대바위와 함께 ‘코끼리 바위’를 만나게 된다.
 두무진 항에서 유람선으로 갈아타고 바다로 10 분정도 나가면 선대바위와 함께 ‘코끼리 바위’를 만나게 된다.
ⓒ 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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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무진은 모두들 '서해의 해금강'이라고 부른다. 백령도의 비경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두무진'은 돌잔치가 펼쳐진 비경이다. 하늘로 쭉 뻗은 바위들이 모여 있는 해안가로 용맹한 장군들이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하는 곳 같은 모양이라고 하여 '두무진(頭武津)'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우선 대장관을 이루는 바위잔치 중에서 몇 가지 별미를 들라고 한다면, 코끼리 바위와 선대바위 그리고 장군바위를 들 수 있다. 주변의 기암괴석들과 어우러져 마치 코끼리가 물을 마시는 모습과 닮았다. 바위 사이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것이 코끼리 팔과 다리 같은 형상을 띠고 있다. 다만 코끼리의 긴 코가 없는 것이 아쉬움이다.

선대바위는 여러 기암괴석이 줄지어 선 형국이다. 바위들의 회담 장소라고나 할까? 좋은 생각이 났다. '바위들의 코엑스몰'이라고 명명하면 어떨까? 풍광이 좋은 기암괴석들은 그 외에도 촛대바위, 형제바위 용트림바위 등의 이름으로 관광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두무진항으로 돌아오자 전봇대와 정박해 있는 배의 깃대 주변에 갈매기와 가마우지들이 날개짓을 짓고 있었다. 너무나 여유롭고 환상적인 바다풍경이었다. 두무진항 주변에는 어부들이 통발을 가지고 고기를 잡는데, 주로 고등어, 정어리와 노래미, 우럭 등이 많이 잡힌다고 했다. 또 4월말 ~ 5월초에는 숭어 떼가 몰려와 미각을 돋운다고 했다. 촬영 팀 일행들은 그 말만 듣고도 모두들 입맛을 다졌다.

다음 촬영 장소는 두무진 바닷가의  콩돌이 널려있는 해변이었다. 콩돌은 울산에 있는 몽돌해수욕장과 유사하게 풍화작용에 의해 아름답게 깎인 절벽이 있는 것으로.

명승 8호로 지정되어 있는 ‘두무진’의 선대암
 명승 8호로 지정되어 있는 ‘두무진’의 선대암
ⓒ 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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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 대신 절벽이 쪼개져 조그만 자갈바위들로 분해되어 널려있는 바닷가를 말한다. 촬영을 마치고 바닷가에서 앙증맞은 몇 개의 자갈 돌멩이를 주머니에 담아왔다. 조교선생과 동아리 여학생 간부들에게 하나씩 선물로 주기 위해 아름다운 돌 몇 개를 주머니에 넣었다.

한 테마에 대한 촬영을 마치고 천연비행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정식 이름으로 사곶 해변이다. 그런데 천연비행장이라고 하는 이유는 6.25 한국전쟁 당시에 미군의 비행장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사곶 해변의 모래는 가늘기 때문에 그것이 뭉쳐서 단단해져 마치 천연 비행장 활주로처럼 된 것을 현지인들이 '천연비행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곳 사곶 해변은 천연기념물 391호로 지정되어 있다. 사곶의 사반은 주로 석영으로 구성된 모래가 펼쳐진 길이 3Km, 폭은 0.2Km의 천연해변이다. 단단하게 다져진 고운 백사장이므로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전속력으로 달려도 단단하게 다져진 백사장이라 바퀴가 빠지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6. 25 한국전쟁 때 천연비행장과 유엔군 작전 전초기지로 활용되었다.

천연기념물 제 391호 사곶해변 ‘천연비행장’
 천연기념물 제 391호 사곶해변 ‘천연비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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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 392호 ‘콩돌해안’의 절경
 천연기념물 제 392호 ‘콩돌해안’의 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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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천연 비행장은 이탈리아 나폴리 해안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두 곳밖에 없다고 알려져 있다. 방풍림이 자라서 검푸른 송림지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하얀 모래 위에 붉게 핀 해당화가 그 운치를 더해준다. 또 도꼬마리, 돔보리사초, 한심덩쿨 등의 군락과 돼지풀, 토끼풀, 질경이, 망초, 쑥, 명아주, 소리쟁이 등이 자라고 있어 울릉도와 홍도 못지않게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과 바다경관을 지닌 명승지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육지의 젊은 여성들이 많이 찾아와 갯벌체험과 머드팩을 하면서 피부 관리에도 큰 도움을 받는 명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곶 해변의 갯벌에는 비단조개가 널려 있다고 한다. 다만 비단조개는 바닷물에 2 ~ 3일 담가 놨다가 먹어야 먹을 수 있고 그 때 비로소 제 맛이 난다고 한다.

백령도의 한 어부가 통발을 가다듬고 있다. 통발로는 주로 고등어와 정어리를 잡으며 놀래미도 제철에 잡는다.
 백령도의 한 어부가 통발을 가다듬고 있다. 통발로는 주로 고등어와 정어리를 잡으며 놀래미도 제철에 잡는다.
ⓒ 박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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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백령도에는 가 볼만한 곳이 많이 있다. 북한 땅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서 있는 사자바위와 물범 바위로 명소로 손꼽힌다. 사자바위는 방파제가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마치 사자가 누워 포효하는 자세를 뽐내는 모습 같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물범은 천연기념물 제33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백령도에만 200 ~ 300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또 하나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 '용기포 등대'는 해발 136M의 기원산 정상에 있는 용기포 등대는 인근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들을 인도하던 등대가 옛 모습 그대로 우아한 낭만을 풍기고 서 있으며, 산 아래 남쪽 해안에는 기이하게 생긴 바위들이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하고 있다. 그 동쪽 해안에는 멋진 절경의 '청바위'와 '선대바위'가 있는데 가마우지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끝으로 백령도는 섬 자체가 안보교육장이다. 따라서 도처에 6. 25 한국전쟁 때의 유적이 널려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동키부대의 우물, 백호부대 전적비 그리고 반공유적 전적비 등이 손님을 맞고 있다.

한 가지 첨언할 것은 제주도나 남도 보다 한 달 늦게 피는 5월 중순의 '화동의 유채꽃 단지'도 백령도를 노란 꽃물결로 수놓아 석양 낙조의 멜랑꼴리한 분위기의 서해안 해변과 더불어 절경을 이룬다. 또 낚시를 좋아하는 이들은 5 ~ 10월까지 씨알이 굵은 우럭과 노래미가 잡혀 강태공들의 즐거움을 주며, 5월 초에는 숭어 떼가 찾아들어 손끝의 쾌락을 만끽하게 해준다. 

다음 주말 가족동반 또는 여친과 함께 인천 연안부두로 한숨에 달려가면 어떨까?  중간에 대청도에 내려 해안도로를 일주하거나, 소청도에 들려 등대에서 일몰 경치를 완상하는 것도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백령도로 떠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천연기념물 등 한국의 자연유산을 사랑하고 어촌마을의 싱그러움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인천의 연안부두로 달려갈 필요가 있다. 참된 삶도 소중하고 올바른 삶도 중요하지만, 더욱 가치있는 것은 '아름다운 삶'을 즐기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태그:#백령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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