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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즈에서 포트 더글러스(Port Douglas)로 가는 길은 영화에 나오는 장면 같은 도로의 연속이다. 오른쪽에 태평양을 두고 뻗어 있는 도로는 볼거리를 많이 제공한다. 도로 중간 중간에 만들어 놓은 전망대(Look Out)에서 바라보는 해안가 경치 또한 일품이다. 아름다운 바다 풍경과 어울려 하늘에는 행글라이더가 날아다닌다. 내가 영화감독이라면 이곳에서 영화 한 장면 찍고 싶은 곳이다. 나도 영화 속의 배우가 되어 선글라스를 끼고 여유를 부리며 운전한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로 들어서니 잘 가꾸어 놓은 골프장 두 개가 눈에 들어온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이곳에서 골프를 즐겼다니 아마도 이 둘 중의 하나라고 짐작을 해본다. 골프를 치지 않더라도 주위 환경과 잘 어울려진 잔디를 밟으며 걷고 싶은 곳이다.

 

이정표를 따라 운전하니 허름한 캐러밴 파크가 나온다. 텐트를 치는 곳도 어수선하다. 대충 자리를 찾아 텐트를 친다. 텐트 장소는 주로 젊은이들로 붐빈다. 앞가슴이 거의 보이는 얇은 옷 하나 걸친 아가씨들과 수영복 하나 덜렁 걸치고 다니는 청년들로 북적인다.    

 

포트 더글러스는 듣던 대로 관광지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웬만한 숙소는 만원사례(No Vacancy)라는 네온사인이 깜박거리고, 늦은 저녁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이 시내를 누비고 있다. 조금 비싸다고 생각되는 식당과 기념품 가게가 동네 중심가를 차지하고 있다. 그 흔한 맥도날드 하나 보이지 않는다. 식당은 늦은 시간임에도 손님으로 붐비고 있으며, 크게 틀어 놓은 음악 소리가 사람들의 발길을 가볍게 한다.

 

 

 

이곳에서는 하룻밤만 머물고 가기로 했기 때문에 밥을 해먹기보다는 오랜만에 외식을 하려고 불빛 요란한 곳을 찾아 걸었다. 음식점을 찾는데 우리 호주머니 사정에 맞는 마땅한 식당이 보이지 않는다. 한 바퀴 돌아본 후에 허름한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호주 사람이 즐겨 먹는 감자튀김과 생선튀김(Fish and Chips) 그리고 맥주 한 병과 포도주 한 잔을 주문했다. 테이블에 앉아 각국에서 온 관광객이 즐겁게 거닐며 떠드는 모습을 보니 나 자신도 소풍 나온 초등학생처럼 기분이 들뜬다. 더구나 오늘은 외식을 하니 설거지를 안 해도 되는 날이다.

 

다음날 아침 다음 목적지로 떠나기 전에 동네에서 가장 높은 동산에 있는 전망대에 올라가 바닷가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었다. 꽤 넓은 모래사장이 있는 해안이다. 시드니는 겨울이지만 이곳에서는 파도를 즐기고, 태양에 몸을 태우는 한여름이다.

 

호주는 섬나라 임에도 대륙으로 불리는 그리고 사계절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만큼의 큰 나라다. 자연환경이 아름다우면서 지하자원도 풍부한 나라, 그리고 인구도 적어 대다수의 국민이 복지 혜택을 받으며 삶을 즐기는 나라다. 그래서 사람들은 호주를 럭키 컨트리(Lucky Country)라고 부른다.

 

물론 럭키 컨트리에 안주하지 말고 경쟁력을 갖춘 클레버 컨트리(Clever Country)가 되어야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정치인이 있다. 하지만 많은 호주인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의 삶을 즐기며 럭키 컨트리에 태어난 행운을 만끽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호주 동포 잡지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태그:#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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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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