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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용 피해자들의 기업별 미불임금 내역을 찾아내는데 크게 일조한 고바야시 히사토모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 감사.

 

고바야시 히사토모(66·小林久公)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 감사는 "일본은 공탁금에 대해 시효가 지났다고 하는 입장이지만 지금까지 채권자인 일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단 한 번 설명도 없이 전후 64년이 지난 지금까지 왔다"며 "정부 간의 협상에 의해 개인 재산인 공탁금을 없앤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본도 사실 한일협정에 의해 해결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내심 아주 모른 체하는 것은 어렵지 않느냐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러다 보니 한일협정이 체결된 지금까지도 공탁금을 일반회계에는 집어넣지 못하고 현재까지 보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고바야시 감사는 '강제동원 진상규명 네트워크' 일원들과 함께 츠쿠바 분관에 보관 중인 징용 피해자들의 기업별 공탁금 자료를 찾아낸 장본인 중의 한 사람이다. 강제동원 진상규명 네트워크는 한국에서 한일협정 문서 공개 후 정부 산하 진상규명위원회가 발족하자 그에 보조를 같이 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다. 전직 은행원 출신인 그는 '강제연행을 생각하는 홋카이도 포럼'의 사무국 차장을 맡는 등 일찍부터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인터뷰는 지난 3월 24일 서울에서 있었다.

 

- 어떻게 발견하게 됐나?

"일본 정부나 기업이 현재까지 자세한 강제동원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명부가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해 왔다. 그러던 중 일본정부의 공문서를 취급하고 있는 츠쿠바 국립공문서관을 조사하게 됐고, 그 곳에서 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다."

 

- 이번 자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이라면 무엇인가?

"츠쿠바 공문서관 보관 자료를 통해 비로소 어느 기업이 몇 명에 대해, 언제, 어느 명목으로, 얼마만큼의 금액을 공탁했는지가 명백히 드러나게 됐다는 것이다. 그동안에는 막연히 상당한 미불임금이 공탁형태로 보관중일 것이라는 추측만 있었는데, 이 자료를 통해 명백한 그 근거를 갖게 됐다고 할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당시 일했던 임금에 대한 공탁금은 당시 강제로 일했던 피해자들에게 돌아가야 하는데, 이 자료가 그 단초가 될 것으로 본다."

 

 조선인의 미불임금에 관한 조사표. 맨 왼쪽은 각 부현이고, 그 다음 순으로 공탁금, 미공탁금, 제3자 인계분에 대한 채권자수와 채무액이다. 채권, 채무라는 용어를 쓰고 있었음에 비춰, 당시만해도 일본 정부가 최소한 마땅히 조선인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 자료에 의하면 각 지방 법무국에서 공탁금을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러면 지방 법무국 자료를 통해 개인명부까지도 확인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드는데?

"반드시 개인 명부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일본 정부는 전체적인 명부 중에 누가 일본인이고, 누가 한국인인지 찾기 어렵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그러나 츠쿠바 분관 자료와 대조하면 어느 정도 윤곽이 파악될 수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공문서관 소장 목록을 기초로 삿포로 법무국에 공탁대장을 신청했는데 아직 회답은 없다. 솔직히 일본 시민 입장에서는 개인 개인에 대해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정부가 나서서 파악하는 게 타당하지 않는가 싶은데, 그래서 이와 관련한 자료는 지난해 12월 한국의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에도 전달했다."

 

홋카이도, 징용 노무자 사업장 200곳 중 18곳만 공탁

 

- 이번 기업별 공탁금 자료에서도 사실 누락된 기업들이 상당수 존재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그렇게 본다. 예로 홋카이도만 해도 강제동원 노무자를 사용했던 사업장이 대략 200여 곳에 이르는데, 이번 자료에 의하면 홋카이도의 경우 실제 등재된 사업장은 18곳에 불과하다. 공탁이 강제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불금이 있다 하더라도 기업이 공탁하지 않으면 빠져 있기 때문이다."

 

- 일부 누락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확인된 미불임금은 어느 정도로 파악되나?

"일한 회담 당시 회담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일본 대외비 문서가 있는데, 그 자료 가운데 당시 금액으로 2억 4천만엔 정도가 명시돼 있다. 상당한 돈이다."

 

 일제 피해자들이 지난 2월 27일 전범기업 미쯔비시 한국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3동 한 사무실 앞에서 미쯔비시의 자발적 책임이행을 촉구하는 금요시위를 벌이고 있다. 금요시위는 매주 금요일 도쿄와 서울 한일 양국에서 동시에 개최되고 있다.

 

- 공탁금은 그러면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

"각 법무국에 보관돼 있다. 통상적으로는 정부가 통달 명령에 의해 시효가 지난 공탁금에 대해서는 보통 일반 국가 재정으로 집어넣는 데 반해, 한국인 징용 노동자들의 공탁금은 현재 모두 정지시켜 놨다. 그래서 현재까지 그대로 남아 있다."

 

- 현재까지 여전히 존치돼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우스운 일이지만 일본 정부는 시효는 지났다고 하면서도 일반회계에 집어넣지 않고 현재까지 지금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 한일회담 당시 미불금 문제도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였을 것인데, 당시 일본정부는 어떤 입장이었나?

"패전 직후 당시 일본은 미군 점령군하에 놓여 있었다. 미군정 입장은 미불임금은 당연히 노무자들에게 지급돼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그 입장에 따라 기업에 대해 공탁을 지사한 것으로 보인다. 한일회담 전반기만 해도 일본 역시 이 돈은 피해자 개인 개인에게 지급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일본 정부의 입장이 바뀐 것 같다."

 

"일본, 정부는 시효는 지났다면서도 아직 그대로 보관"

 

 포스코 주주총회 날인 지난 2월 27일, 일제 피해자들이 1965년 대일 청구권자금 최대 수혜기업인 포스코에 도의적 차원의 책임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월 서울고법이 일제피해자들에 대한 자발적 이행을 권고한 조정 결정을 내리자 이를 거부한 바 있다.

 

- 그러면 일본 정부는 이 공탁금에 대해 현재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는가?

"일본 민법엔 시효를 10년으로 보고 있다. 1945년부터 1955년 사이에 공탁됐다고 본다면 이미 시효가 끝났다는 주장이다. 이건 순전히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일본정부나 기업들은 지금까지 채권자인 징용피해자들에게 단 한 번도 이에 대해 설명한 적이 없었다. 또한 일본은 한일협정 후 정부 간 협상에 의해 해결됐다며 일본 국내법 144호 법률로서 청구권을 없애는 조치를 취해 버렸는데, 이것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는 이 법률이 터무니없기 때문에 폐지하고 새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래 공탁금은 개인의 사유재산인만큼 그 개인한테 줘야 하는 것이지 않는가? 정부 간의 협상에 의해 개인이 받아야 할 공탁금을 없앤다고 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이것은 두말 할 것 없이 일본 정부가 직접 징용 피해자들에게 사실을 통지하고, 또 당연히 현재 가치로 환산해 개인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도 사실 한일협정에 의해 해결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내심 아주 모른 체 하는 것은 어렵지 않느냐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한일협정이 체결된 지금까지도 개인에게 지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두려움 때문에서인지 아직까지 그 돈을 없애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 생각한다."

 

- 그러면 어떻게 해결돼야 한다고 보나?

"개인적으로 한국정부로서는 한일협정에 스스로 발목이 묶여 이 돈을 달라고 한국정부가 주장하는 것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서 한국정부와 함께 일본 시민사회, 한국의 피해자들이 서로 힘을 합쳐 일본 정부에 강력히 요청하는 게 옳지 않나 생각한다. 미안한 노릇이지만 일본 시민사회는 아직 일본 정부를 움직일 만큼 힘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전쟁 책임이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아 한국의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아무튼 죄송하기 그지없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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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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