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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보이는 괘일산
 뒤로 보이는 괘일산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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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는 설옥마을

호남고속도로 옥과 나들목을 빠져 나와 옥과면으로 들어서자마자 중학교 바로 뒤로 작은 도로가 숨어있다. 차선이 없는 도로는 설옥마을로 이어지며, 삼거리와 만난다. 수도암을 안내하는 커다란 표지석이 괘일산을 배경으로 말쑥하게 서있다.

오늘 산행은 곡성군 옥과에 있는 설산을 찾아 나섰다. 눈덮힌 산이라는 설산(雪山)은 이름이 무척 매력적인데다가, 산아래 수도암(修道庵)이 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설산수도(雪山修道)라는 말이 연상이 된다. 일부러 암자이름을 수도암이라고 지었을까?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니 도로 양편으로 나무와 입석에 금줄을 둘렀다. 옛 풍습이 살아있는가 보다. 조금 더 들어서니 마을이 보이고 커다란 느티나무가 보인다.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차에서 내려 나무 앞에서니 제단도 있고, 제를 지냈던 흔적이 남아있다. 금줄을 두른 지 얼마 되지 않았나 보다. 안내판에는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고, 수령이 580년이라고 알려준다. 마을이 든든하겠다.

설옥마을 입구를 지키는 느티나무
 설옥마을 입구를 지키는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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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참 편안하게 보인다. 마을을 지나 수도암 가는 길은 구불구불 산길이다. 길은 한참을 올라간다. '너무 올라가는 거 아니야?' 산을 걸어서 올라야 하는데, 차로 올라가버리니 조금 싱거운 느낌이다.

벚꽃 속에 묻힌 수도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수도암으로 걸어 올라간다. 애들에게 봄꽃을 알려준다. 제비꽃, 봄맞이, 양지꽃 등등. 와! 모퉁이를 돌아서니 키가 크게 자란 벚나무가 연분홍 꽃들을 피우고서 말쑥한 풍채를 자랑하고 있다. 너무나 아름답다. 벚꽃들이 웅웅거리며 울고 있다. 벌들이 얼마나 많이 모였는지 작은 날개소리들이 모여서 커다란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수도암 걸어가는 길에 핀 벚꽃
 수도암 걸어가는 길에 핀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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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된 수도암 잣나무(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147호)
 200년된 수도암 잣나무(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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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이 하늘거리며 날리는 길을 돌아서니 커다란 나무가 보이고, 그 뒤로 수도암 절집이 올망졸망 들어서 있다. 암자를 지키듯이 서있는 나무는 잣나무로 수령이 200년 정도 되었다고 알려준다. 더불어 수도암(修道庵)은 1928년 9월경에 임공덕(林功德) 보살이 지은 암자라고 한다.

조용한 암자로 걸어 들어간다. 좁은 터에 요사 하나, 원통전, 그리고 삼성각이 전부다. 원통전 마당에는 노란민들레가 방긋방긋 웃고 있다. 애들은 솜사탕같은 민들레 홀씨를 따서 불어본다. 작은 우산을 편듯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하늘거리며 날아가는 홀씨는 바람이 멈추는 곳에서 터를 잡고 새 생명을 키워 나가겠지.

연분홍 진달래가 반겨주는 설산

산행은 수도함 왼편으로 난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처음부터 가파르게 올라간다. 하지만 이내 산길은 평온을 되찾고 조망이 확 터진 커다란 바위절벽를 만나게 된다. 은샘이라는 표지가 있다. 작은애는 어디서 본 풍경이라고 한다. 나도 같은 생각. 얼마 전에 화순 옹성산에서 비슷한 풍경을 만났었다. 거기도 샘이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샘에는 작은 올챙이들이 점거하고 있다. 작은 애는 장난 끼 발동. 바가지로 올챙이를 잡아온다. 근데 잡아온 올챙이 모양이 이상하다. 아가미 부분에 나뭇가지 모양의 돌기가 나 있다. '어! 이거 도룡뇽 아니야?' 애들은 신기해 한다. 도룡뇽도 놀랐는지 마치 죽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다시 샘에 놓아주고는 산길을 재촉했다.

산길에 핀 진달래. 은근한 색감이 너무나 좋다.
 산길에 핀 진달래. 은근한 색감이 너무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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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 정상에 핀 진달래
 설산 정상에 핀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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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은 아래서 보면 바위산으로 마치 눈이 쌓인 모습과 같다고 해서 설산(雪山)이라고 했다는데, 의외로 정상까지 가는 길은 부드러운 흙길이다. 어렵지 않게 정상(553m)에 섰다. 정상에는 진달래가 활짝 피어 우리를 반겨준다.

호남정맥을 이루는 산자락

정상아래 소나무 그늘에서 점심을 먹고 괘일산으로 내려선다. 조금 내려서자 커다란 바위를 만나고 그 바위틈에는 샘이 있다. 이번에는 금샘이다. 들어가서 물을 한바가지 떠서 만져보니 너무나 시원하다. 마치 얼음물 같다.

설산 정상아래에 있는 금샘
 설산 정상아래에 있는 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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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은 능선을 따라 부드럽게 이어진다. 소나무가 가득 들어선 숲길은 봄날 따가운 햇살을 은은하게 만들어준다. 산길은 임도와 만나고 가로질러 괘일산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산행리본이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있다.

산길에 들어서면서 큰 애가 물어온다. '1대간 9정맥이 뭐예요?' 등산리본에 써진 '1대간 9정맥 종주'라는 말이 궁금한가 보다. '백두대간은 알지? 그게 1대간이고, 남한에 9개의 큰 산줄기가 있는데 그걸 정맥이라고 한 대. 그중 하나가 호남정맥이야. 지금 우리는 호남정맥의 일부분을 지나고 있는 거고.' 알듯 모를 듯한 표정이다. 언제 따라 붙었는지 정맥을 종주하는 산꾼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앞질러 간다.

해가 걸리는 괘일산에 마음을 걸어놓고

소나무 숲길은 바위 길로 이어진다. 거친 바위를 타고 오른다. 애들은 언제 올랐는지 높은 바위위에서 손짓을 하고 있다. 아래서 보기에 위험천만이다. 어른들이 힘들게 오르는 암벽을 애들은 쉽게 올라 다닌다. 바위암벽을 만나면 힘이 솟는 아이들. 바위위에 올라서니 시원하다. 잠시 자리를 잡고 앉아서 쉰다. 앞으로 방금 넘어온 설산이 마주 보고 있다.

괘일산 암릉을 걸어서
 괘일산 암릉을 걸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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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일산 바위절벽. 저 위가 괘일산 정상
 괘일산 바위절벽. 저 위가 괘일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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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일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 저 아래 애들이 먼저 내려가서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괘일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 저 아래 애들이 먼저 내려가서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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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일산은 바위 봉우리를 여러 개 이어 놓았다. 아래로 돌아가는 길이 있어 굳이 바위를 오르지 않아도 되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바위 봉우리마다 올라 서 본다. 조망이 좋다. 시원하다. 양 옆으로 서있는 바위절벽이 너무나 웅장하다. 바위절벽에 군데군데 피어있는 진달래가 억척스러우면서도 은근한 멋을 풍긴다.

바위를 이리저리 타고 오르니 괘일산(掛日山) 정상(455m)에 선다. 더 이상 앞으로 갈 수가 없다. 낭떠러지다. 바위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일어서기가 싫다. 괘일산은 해가 걸리는 산이라는데 산에 내가 걸렸다. 저 아래로 버스가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올라오고 있다. 산을 내려서서, 저 길을 걸어가야 하는데….

* 설옥마을까지는 곡성터미널(363-3919)에서 하루에 4차례 버스가 다닌다.


* 수도암-(1.2㎞, 1:00)-설산(553m)-점심(0:50)-(2.2㎞, 1:30)-괘일산(455m)-(1.4㎞, 40분)-성림수련원-(2㎞, 0:30)-삼거리


* 총 걸은 거리 : 6.8㎞, 3:40(점심시간 제외하였으며, 애들과 함께한 산행임)
 * 설옥마을까지는 곡성터미널(363-3919)에서 하루에 4차례 버스가 다닌다. * 수도암-(1.2㎞, 1:00)-설산(553m)-점심(0:50)-(2.2㎞, 1:30)-괘일산(455m)-(1.4㎞, 40분)-성림수련원-(2㎞, 0:30)-삼거리 * 총 걸은 거리 : 6.8㎞, 3:40(점심시간 제외하였으며, 애들과 함께한 산행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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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설산, #수도암, #괘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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