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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10일 낮 12시 55분]
 
'마지막 카드' 꺼낸 정세균, "나도 호남 지역구 버린다"
 

10일 정동영 고문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마지막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영등포당사에 열린 7차 당무위에 앞서 정 고문의 불출마를 압박하는 최후의 수단으로 "호남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했다. 자신도 기득권을 포기한 만큼, 정 고문도 당의 요구를 수용해 달라는 뜻이다.
 
정 대표는 당무위 개회 직후 발언을 통해 "다음 19대 총선에서 현재 내 지역구인 진안·무주·장수·임실 지역구에서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을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약속드린다"며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당의 승리를 위해 힘을 합쳐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정 대표는 "전주 덕진 공천은 정치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내가 겪어온 가장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다"면서 "저와 지도부는 민주당의 장래를 걱정하는 당원과 국민의 진정한 뜻을 살리기 위해 정동영 전 당의장께 사실상 보궐선거 출마 연기를 요청하는 동시에 김근식 교수를 전략공천하기로 했다"고 말해 김근식 전략공천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확인했다.
 
정 대표는 또 정 고문에 대해서는 "정치를 함께 시작한 절친한 동료이자 우리 당의 최고지도자 중 한 분인 정 후보를 고향에 공천하지 못하는 심정은 너무나 아프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당의 최고지도자 중 한 분이 불과 일 년 전 출마했던 수도권 지역구를 떠나 당선이 보장된 호남으로 가는 것을 용인한다면 수도권과 취약지역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수많은 당원의 사기와 당의 단합은 무너지고 공당의 원칙도 훼손될 것"이라며 더 이상 타협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동영 10월 재보선 수도권 출마' 공식 제안... 수용 안될 듯
 

"정 고문의 10월 재보선 원내진입을 적극 돕겠다"는 제안도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서울 마포 '백조식당'에서 정 고문을 만나 '10월 재보선 출마'를 처음 제안했던 정 대표는 이날도 "정 전 의장의 정치 재개를 반대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불과 6개월 후 치러지는 수도권 보궐선거 중 저와 당은 정 전 의장을 포함한 당의 유력한 원외지도자의 원내진출을 적극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 대표가 제안한 '호남 지역구 불출마' 선언은 19대 총선에 아예 불출마하겠다거나 정계은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당선이 보장된 호남 지역구'라는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의미다. 정 대표는 정 고문이 자신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탈당과 무소속 출마 결심을 거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강기정 비서실장은 "정동영 고문의 무소속 출마 결심까지 앞둔 시점에서, 그것만은 막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있었다"면서 "진정성을 보여줄 길이 없어서 그런 (호남 불출마) 결심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 고문이 이런 정 대표의 뜻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적다. 정 고문은 이미 전주를 출발해 상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당무위가 끝나는 대로 정 고문은 오후 2시 서울 민주당 여의도당사에서 '탈당-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당무위가 열리는 영등포당사 앞에는 부산·경남지역 정동영 지지자 30여명이 몰려와 당 지도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정동영 죽이기를 집어치워라'고 쓰인 펼침막 등을 들고 "당 지도부는 각성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1신: 10일 오전 10시 25분]
 
흥분한 송영길 "정동영, 당 결정 승복하라"

 

10일 오전 11시 당무위를 앞둔 민주당에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당무위에서 전주 덕진을 포함해 4·29 재보선 전략공천자를 최종 결정할 예정인 민주당은 정동영 상임고문의 '이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무위가 김근식 경남대 교수를 전주 덕진 후보자로 결정하고 나면 정 고문의 '탈당-무소속 출마' 선언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10일 오전까지 전주 덕진의 한 아파트에 머물고 있는 정 고문은 이미 전날(9일) 밤 '출마선언문'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고문의 '출마선언문'에는 "탈당은 불가피한 선택"이고 "반드시 전주 덕진에서 승리해 당으로 복귀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고문은 당무위 결정이 내려지는 대로 전주를 출발, 상경해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기자회견 장소는 민주당사가 유력하지만 영등포당사인지, 여의도당사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정 고문의 측근은 "당무위가 끝나면 곧바로 출발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공천 못 받은 최병렬·박희태, 탈당했단 얘기 들어봤나"

 

정 고문의 탈당이 확실시되면서 당 지도부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송영길 최고위원은 정 고문을 격렬하게 성토했다.

 

송 최고위원은 우선 "정 고문이 당의 결정을 충심으로 승복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당 지도부는 이번 선거가 이명박 실정에 대한 평가, 민주당이 견제야당으로 새롭게 서는 계기가 되기 위해 정 고문의 정계복귀를 늦쳐줄 것을 진심으로 촉구한 바 있다"며 "그러나 당의 결정이 잘 승복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또 "일부 불만이 있더라도 당의 결정에 승복하고 존중해줘야 당이 힘을 가지고 나갈 수 있다"고 거듭 정 고문의 승복을 요구했다.

 

송 최고의원은 "한나라당 원로 정치인들을 본받으라"는 충고도 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17대 총선에서 김문수 당시 공천심사위원장이 최병렬 대표를 탈락시켰다"면서 "그런데도 최 대표가 탈당했다는 말은 들은 적 없다"고 말했다. 또 "박희태 대표도 공천 안 됐지만 다시 당 대표를 하고 있다"면서 정 고문을 압박했다.

 

당내에서는 김민석·안희정 최고위원을 거론하며 "386을 비판하지만, 출마 기회조차 받지 못한 두 최고위원은 엄청난 아픔을 감수하고 당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정이 격해진 송 최고위원은 "이번 선거가 정말 어렵다"며 "강원, 충청, 경상 등 지역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이 없음에도 수천의 낙선을 감수하고 민주당 깃발을 들고 정권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당원동지들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제고해 줄 것을 진심으로 촉구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하지만 송 최고위원의 마지막 호소도 정 고문의 결심을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 오전 11시 당무위와 뒤이은 정 고문의 탈당-무소속 출마선언, 전주 덕진 예비후보들의 반발 등으로 이날 민주당은 뒤숭숭한 하루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태그:#송영길, #정동영,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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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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