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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을 가운데 두고 전라도길 경상도길 모두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 섬진강 벚꽃길 섬진강을 가운데 두고 전라도길 경상도길 모두 벚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 공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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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섬진강가로 달려 갔습니다. 요 며칠, 학교를 오가며 본 섬진강 풍경이 하도 고와서  친구들 한테 자랑을 했더니 우리 집에 오고 싶다고 해, 우선 사진이라도 찍어서 보여 줄 요량이었지요. 날씨는 흐렸지만 빨간 자전거를 타고 섬진강가를 달리는 마음은 삼십 년 세월을 봄바람에 날려 보낸 영락없는 스무 살 청년이 되었습니다.

섬진강을 가운데 두고 사이좋게 나란히 난 두 길,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부르는 19번 국도이고 또 하나는 맞은편 861번 지방도입니다. 두 길 모두 얼마나 예쁜지 학교 갈 때는 경상도쪽 길로, 집으로 올 때는 전라도쪽 길로 번갈아 다니는데, 요즘은 벚꽃이 한창이라 더 장관입니다. 하동군 화개면과 구례군 간전면을 잇는 남도대교가 개통되면서 사라진 줄배가 다시 모습을 보이니 섬진강이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벚꽃 축제 기간 동안 줄배를 띄웠습니다.
▲ 섬진강 줄배 벚꽃 축제 기간 동안 줄배를 띄웠습니다.
ⓒ 공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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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리 벚꽃길, 함께 걸어 보실래요

벚꽃을 뒤로 하고 사진을 찍는 가족들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 십리벚꽃길 벚꽃을 뒤로 하고 사진을 찍는 가족들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 공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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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십리벚꽃길, 손을 잡고 함께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 진다고 해서 혼례길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다정히 손을 잡고 길을 걷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꽃사진을 찍으러 갔다가 꽃길 걷는 사람들 얼굴에 핀 웃음꽃이 어찌 곱던지, 차마  마주 대하여 찍지는 못하고 뒷모습만 찍었습니다.

연인끼리 잡은 손, 아버지와 딸, 엄마와 아들 그리고 노년에 접어 든 부부가 잡은 손, 두 사람 하나되어 손을 잡고 걷는 뒷모습이 어쩌면 저리 아름다울까?  나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자주 손을 잡고 걸어야지... 부러운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화개천을 옆에 끼고 10리나 이어지는 길가엔 초록색 융단을 깐 듯 보리밭과 차밭이 있어 더 풍요로와 보이는 길을 이리저리 다니며 사진을 찍다보니 그만 그 사람들 행복하고 들뜬 마음에 전염이 되었습니다.  봄 한나절 꽃을 마중하는 마음이 저리 고운데 사람 사는 세상에 미움과 다툼이 어디서 생길까 혼자 생각하며 사진을 찍다보니 한 나절이 후딱 흘러갔습니다. 간간이 부는 바람에 꽃비 되어 날리는 꽃잎 사이로 행복한 얼굴들을 훔쳐 본 값으로 내 마음을 전했습니다.

"당신들의 사랑이 이루어 지기를 바랍니다."

십리 벚꽃길을 걷는 사람들  마음 가운데 사랑이 솟고 그 사랑이 넘쳐서 이웃에게로 나누어 진다면 참 좋은 일이지요.

손 잡고 걷는 길

당신들의 사랑이 이루어 지길 빕니다.
▲ 손 잡고 걷는 길 당신들의 사랑이 이루어 지길 빕니다.
ⓒ 공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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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도 아름답습니다
▲ 십리 벚꽃길 뒷모습도 아름답습니다
ⓒ 공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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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답지요?
▲ 십리 벚꽃길 참 아름답지요?
ⓒ 공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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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풍경
▲ 십리 벚꽃길 봄날 풍경
ⓒ 공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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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사랑이 이루어 지겠지요?
▲ 십리 벚꽃길 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사랑이 이루어 지겠지요?
ⓒ 공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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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 와서 찍은 사진을 보니, 지난 겨울에 쓴 글이 생각 나 옮겨 적습니다.

함께 걷는 길

눈이 하얗게 쌓인 새벽길을 아내와 함께 걷습니다
손 내밀면 닿을 거리를 두고 나란히 걷다 보면
새록스럽게 다가오는 부부의 정
장갑 낀 손이지만 때로는 힘 주어 잡아 봅니다
어둠도 두렵지 않고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음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는 까닭이겠지요
동터 오는 하늘을 올려다 보며 함께 하는 쉼호흡도
겨울 산에 남은 고염열매 찾아 날아 드는
아침 새들을 바라 보는 눈길도
아이처럼 폴짝폴짝 뛰어 보는 발모양 까지도 닮아 버린다면
세월 흐름을  애타하지 않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걷고 돌아 가세"
적당한 곳에서 방향을 바꿀 줄도 알고
그림처럼 좋은 산하의 풍경을 만나 좋아하는 그 사람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재미도 누립니다
고운 모양 고운 색깔 세상에 많지만
한 길을 함께 걸은 사랑하는 사람의 붉은 볼만 하겠습니까

훗날, 걸어 온 길 궁금하여 뒤돌아 보면
나란히 찍힌 두 발 자욱이 세월속에 남겠지요
구비 구비 스민 정도 가슴 깊은 곳에 담겼다가
샘물처럼 솟겠지요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화개장터, #십리벚꽃길, #혼례길,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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