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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에 우리나라 전체 4·5·6학년 아이들이 일제히 교과부가 제공한 같은 문제지로 일제고사로 본 진단평가는, 지난 학년에 배웠던 내용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진단'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얼만큼 알고 있는지 알아볼 목적으로 하는 평가라한다면, 아이들이 배운 내용대로 출제를 해야합니다. 맞춤법이나 문장부호도 아이들이 배운대로 바르게 써야 합니다.

띄어쓰기와 맞춤법이 틀린 평가 문항

이번 일제고사 진단 평가 문항을 살펴보니 띄어쓰기와 맞춤법이 잘못된 곳이 있었습니다.
다음은 5학년 국어 27-28번 보기글입니다. 
4학년 읽기 교과서 26쪽과 27쪽에 나오는 글로 빨간 표시된 곳의 띄어쓰기가 잘못 되었습니다.
▲ 5학년 국어 27-28번 보기글 4학년 읽기 교과서 26쪽과 27쪽에 나오는 글로 빨간 표시된 곳의 띄어쓰기가 잘못 되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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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표시를 한 곳 '전기밥통'과 '물속' 띄어쓰기가 잘못되었습니다. 이 보기글은 4학년 읽기 교과서 26쪽과 27쪽에 나오는 문장을 그대로 실은 것인데, 교과서에는  '전기 밥통'과 '물 속'을 띄어 쓰고 있습니다. 이것은 평가 문항 출제 원칙의 기본도 지켜지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다음은 5학년 국어 8번 문항입니다.
 문장부호 온점이 바르지 않게 나타나있습니다.
▲ 5학년 국어 8번 문항 문장부호 온점이 바르지 않게 나타나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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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글에서 교정부호를 '잘못' 사용한 것을 묻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잘못된 곳을 찾으라고 보여주고 있는 보기글에서는 정작 문장부호 온점을 잘못 쓰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온점을 네모 칸을 네등분한 왼쪽 아래에 쓰도록 1학년 1학기에서 배우고 익혔고, 3학년에서도 다시한번 문장부호 쓰기를 배웠습니다.
아이들은 1학년 1학기 때 온점은 칸을 네등분한 것에서 왼쪽 아래에 찍도록 배웠습니다.
▲ 1학년 1학기 쓰기 책 49쪽 아이들은 1학년 1학기 때 온점은 칸을 네등분한 것에서 왼쪽 아래에 찍도록 배웠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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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부호 바르게 쓰는 법은 1학년 때 배운 것을 3학년 때 다시 공부했습니다.
▲ 3학년 1학기 쓰기 교과서 11쪽 문장부호 바르게 쓰는 법은 1학년 때 배운 것을 3학년 때 다시 공부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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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점 바르게 쓰기가 8번 평가문항에서 평가해야할 내용이 아니고, 정답을 결정하는데 문제가 안 되니 괜찮다고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비록 평가하는 내용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을 평가하는 평가 문항에서는 무엇이든 아이들이 배운 대로 정확하게 표현해 줘야 합니다. 더욱 '평가 문항'의 모범을 제시해서 전국 아이들을 진단하겠다고 장담하면서 교과부가 자신있게 제공한 평가 문항이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1학년 때부터 교사들이 강조하면서 지도해 온 온점 표기 방법을 잘못 표기하게 되면, 교사와 평가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새롭게 등장한 낯설고 어색한 지시어 '옳게'

이번 일제고사 진단평가 문항을 살펴보면서 그동안에 초등학생들에게 해 왔던 다른 평가와는 낯설게 느껴졌던 말이 '옳게'라는 말입니다.

6. 옳게 계산한 것은 어느 것입니까?(6학년 수학)
6. 우리나라 도시 발달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어느 것입니까?(6학년 사회)
4. (  )안에 들어갈 말을 옳게 짝지은 것은 어느 것입니까?(6학년 과학)
7. 전기 기구를 옳게 사용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5학년 과학)
1. 수를 옳게 읽은 것은 어느 것입니까?(5학년 수학)
13.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옳지 않은 것은 어느 것입니까?(5학년 사회)
3. 옳게 설명한 것은 어느 것입니까?(4학년 수학)
2. 다음과 같은 물질에 대해 옳게 말한 것은 어느 것입니까?(4학년 과학)
12.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일에 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은 어느 것입니까?(4학년 사회)

그동안의 평가 문항에서는 다음과 같이 '알맞은'이라는 말을 써 왔습니다.

19. ㉠의 원인으로 알맞은 것은 어느 것입니까?(4학년 국어)
2. 사진으로 비교하였을 때 지도의 특징으로 알맞은 것은 어느 것입니까?(5학년 사회)
7. 다음 글의 제목으로 알맞은 것은 어느 것입니까(5학년 국어)
6. 다음 낱말을 듣고, 알맞은 그림을 고르시오.(4학년 영어)

4·5·6학년 전체교과 평가 문항을 살펴보니, 4·5·6학년 똑같이 수학과 과학교과 평가 문항에서는 새롭게 등장한 '옳게'라는 말을 모두 쓰고 있었고, 국어와 영어 두 교과는 그동안에 써 왔던 말 '알맞은'을 모두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회교과는 '옳게'와 '알맞은'이라는 말을 섞어 쓰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평가 문항에 잘 쓰지 않는 '옳게'라는 말을 보고, 이번 평가 문항을 출제한 곳이 부산시교육청이어서 부산 쪽 사람들이 '옳게'라는 말을 많이 써서 그런가보다 생각이 들었는데, 국어와 영어 교과에서는 모두 '알맞은'이라는 말을 쓴 것을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진단 평가를 출제한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왜 수학과 과학, 사회교과  평가 문항에서는 그동안 잘 쓰지 않던 말 '옳게'란 말을 새롭게 쓴 것인가요?

그러면, 아이들을 평가하는 평가 문항의 지시어로 '옳게'가 적당할까요? '알맞은'이 적당할까요? 얼핏 보기에 둘 다 맞아 보입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두 말의 뜻을 찾아보았습니다.

옳다01[올타]〔옳아[오라], 옳으니[오르-], 옳소[올쏘]〕
「형용사」
「형용사」
「1」사리에 맞고 바르다. ≒정하다01「2」.
「2」격식에 맞아 탓하거나 흠잡을 데가 없다.
「3」차라리 더 낫다.

 알-맞다[알ː맏따]
〔-맞아, -맞으니〕
「형용사」
【…에/에게】【-기에】【…으로】
일정한 기준, 조건, 정도 따위에 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한 데가 있다.

말의 뜻을 찾아보니, '옳게'보다는 '알맞다'쪽이 더 맞아 보입니다. '옳다'는 '사리와 격식으로 볼 때 바르다'는 뜻이고, '알맞다'는 '일정한 기준과 조건, 정도'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입니다. 평가 문항 출제 관련 연수에서도 '알맞은'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를 권장하고 있고, 또 그동안 평가 문항 출제 경험으로 보더라도 아이들을 평가하는 평가 문항에는 '옳게'라는 말보다 '알맞은'이라는 말이 아이들에게 더 부드럽게 다가가서 ('옳습니다.'가 아니라) 알맞습니다.

아이들의 학업성취수준을 진단하는 평가지라면, 그것도 '질 좋은 평가 문항을 보급하기 위해 ' 교과부가 전국 초등학교에 제공한 평가지라면, 지극히 사소한 부분이라 할지라도 초등학생을 평가하는 평가지로서 갖춰야할 것은 갖춰놓아야 하는데, 이번에 일제 고사로 본 진단 평가지를 살펴보면 평가 문항 출제의 기본이 많이 부족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런 글이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을 평가하는 평가 문항은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대로 정확하게 나타내 줘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진단 평가 문항에 나타난, 아이들이 알고 있어야한다는 '지식'이 과연 이 시대 아이들에게 알맞은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태그:#일제고사, #진단평가, #평가문항분석, #교육과학기술부, #초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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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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