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29일) 점심께 인천 계양산 목상동 솔밭을 오랜만에 찾았다.

삶의 무게만큼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자전거에 올라 '괴물' 경인운하로 둔갑한 정신없는 굴포천 방수로 구간과 한남정맥 대절토 구간을 돌아보고 목상가교를 건너 숲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따스한 봄날 계양산을 찾은 수많은 등산객들과 마주했다. 봄기운으로 충만한 솔밭에는 지난 26일 인천녹색연합 녹색교사와 '계양산친구들' 시민생태조사단, 인천시민위가 함께 떼죽음 당한 도롱뇽을 위한 위령제에서 제안했던 '계양산 도롱뇽 사진전'이 펼쳐져 있었다.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떼죽음 당한 도롱뇽과 훼손된 서식지와 알을 모니터한 사진들이 쭉쭉 솟은 소나무 기둥아래 줄줄이 달려 있었고, 계양산에 서식하는 야생동식물을 촬영한 사진들도 솔밭을 찾은 시민들이 둘러볼 수 있게 매달려 있었다.

이날 사진전에는 인천녹색연합 유종반 공동대표와 시민생태조사단 김은영님, 인천시민위 노현기 사무처장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자리를 지키며, 4년째 진행중인 인천 계양산 롯데골프장 개발 문제와 도롱뇽이 떼죽음 당한 개탄스런 현실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골프장 개발되면 더 이상 목상동 솔밭 오지 못해!!

관련해 산을 내려와 솔밭에서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다 사진을 둘러본 시민들은 하나 같이 놀라고 안타까워했다. 시민들은 그간 반복해 온 계양산 골프장 개발 논란 속에서 롯데가 골프장 개발을 철회한 것으로 알고들 있었다.

하지만 그간 인천시는 인천 시민 83%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행정절차를 밟아왔고, 계양산을 지켜야할 계양구청도 이를 돕고 있다는 소식에 "계양구청장이 롯데직원이냐?"라며 꼬집고 롯데라는 기업의 부도덕함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계양산 아래 박촌동에 사는 한 주민은 매일같이 계양산을 찾는다며 도롱뇽이 떼죽음 당한 사진을 보고 "여기 희귀종이 많은데… 저거 트랙터로 밀어버린 거야!"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그와 함께 산을 찾은 이도 "골프장 안한다고 했다는데… 잘있는 산을 왜 그래?! (인천) 시민들, 시민들이 (골프장) 반대해야지!!"라고 말했다.

산이 좋아 매주 계양산을 찾는다는 계산3동, 부개동에 사는 시민들도 "안타깝다"며 인천시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재개발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목상동 솔밭을 중심으로 양옆에 골프장이 개발되면 원형보존지역인 솔밭을 시민들은 다시 찾지 못한다는 소식을 접한 한 시민은 "계양구에서 계양산을 절대 내주면 안돼!" "녹지 없애면 안돼!"라면서 "인천시민들이 골프장을 반대하는 여론을 모으기 위해서 자신도 함께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일 넘게 소나무 위에서 계양산을 지켰던, 그곳에서 만난 인천시민들은, 멈추지 않는 골프장 개발을 막아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관련해 계양산 양서파충류 시민생태조사단을 모집중인 '계양산친구들'의 김은영님은 "주말마다 솔밭에서 작은 사진전을 갖고 골프장 문제를 다시 알리겠다"고 말했다.

계양산과 자연 지키는 것은 인천시민의 몫!!

이날 하느재고개에서 이어진 '계양산 롯데골프장 반대 릴레이 100일 2차단식농성'은, 지난 1989년 대양개발의 계양산 남사면 개발을 막아내는데 공헌한 안용국님이 다리가 불편함에도 농성에 참여했다.

그리고 롯데가 제출한 사전환경성검토서를 심사중인 한강유역환경청은 그 결과 발표를 10일 연장했다. 대신 "다다음주 한강유역환경청 검토위원과 롯데건설, 인천시민위는 면담을 갖기로 했다"고 노현기 사무처장은 말했다. 오늘(30일)부터 인천녹색연합 활동가들은 일신동 17사단 앞에서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군당국의 골프장 '부동의'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펼치고 있다.

따스한 봄이 찾아왔듯이 롯데와 인천시의 골프장 개발을 막아낼 솔바람 같은 힘찬 기운이 다시 계양산에 불고 있다. 이에 더 많은 인천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부평역 택시승강장에서는 '경인운하-롯데골프장 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