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쨌든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다. 우리가 노래패니까, 노래 한 곡 다같이 부르고 시작하자."

 

 "와! 무슨 노래 부를까요, 선배?"

 

 "'임을 위한 행진곡' 다들 알지? 시작하자! 하나, 둘, 셋, 넷! 사랑도 명예도..."

 

졸업한 선배들이나 고학년 선배들은 다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걔중에는 힘차게 팔뚝을 위두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3학년 이하 후배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갓 입학한 새내기들은 오죽하겠는가. 이들의 낯선 노래소리가 생경하기만 하다. 2009년, 대학교 민중가요 노래패의 개강 기념 모임 모습이다.

 

댄스, 발라드, 리듬 앤 블루스(R&B), 힙합 등 정말 많은 장르의 노래가 있다. 젊은 세대가 주로 대중음악에만 열광함에 안타까워 하는 이들은 사라져가는 우리의 노래, 판소리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점점 입지가 좁아지는 성인가요 가수들은 나름의 전략으로 눈길을 끌곤 한다.

 

개인의 음악적 취향은 참으로 다양하다. 어느 누가 이를 탓하랴. 하지만 꼭, 언젠가는 꼭 사라졌으면 하는 노래 장르가 있다. 바로 '민중가요'다. 이 장르가 정확히 언제 생겨났는지는 모른다. 사실 장르로 분류하기도 어려운 것이, 어떤 통일된 형식을 가진 것도 아니고 단지 담고있는 메시지가 엇비슷한 노래들을 지칭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민중가요가 일정한 범주로 분류될 수 있는 까닭은 그것이 억압받고 고통받는 민초들의 애달픈 마음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80년 5월 광주에서 불렸던 '임을 위한 행진곡', 87년 6월 거리를 휘잡았던 '아침이슬', 09년 1월 청계광장의 '철거민 투쟁가' 모두가 불의에 항거하고 압제에 대항하는 시민의 목소리, 민중가요다. 민중가요의 목적이 '노래를 통한 민중 해방'에 있기에 민중가요가 꼭 없어졌으면 한다. 슬픔과 한을 노래에 담아 보내지 않아도 되는 날, 민중가요를 부르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는 노래가 바로 민중가요라는 생각에서다.

 

 근래에 입학한 대학생들은 민중가요를 잘 모른다. '고학번 선배'가 옛 이야기 속에 한 가락 풀어내면 한두 번 들어볼까 하는 정도요, 직접 시위나 집회현장에서 불러보기란 요원한 일이다. 그럼 혹시, 민중가요의 바람대로 민중가요를 부루지 않아도 되는 때가 도래한 것일까?

 

연일 미디어에서 보도되는 사건들을 보면 아직도 세상에는 '억울한 민초'가 많다. 시청 앞도 모자라 문화체육부 건물 앞에서 연일 노래하는 국립오페라합창단은 또 무언가. 용산 철거민 참사가 '조직적인 집단인 전국철거민연합회(전철연)' 때문에 일어났다는데, 그럼 전철연 회원들은 시민이 아니고 '외계생명체'란 말인가. 이렇듯 아직 민중가요는 없어질 때가 아닐진데, 어이하여 점점 이를 아는 사람들은 줄어드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말처럼 지금 장당 '짱돌을 들고, 바리게이트를 칠' 수야 없는 일이다. 취업하기가 이토록 어려운 사회에서 20대가 강요받는 일은 학점을 높이고 영어 점수를 잘 받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삶이 고단해질수록 더욱 무뎌져야 하는 악순환 속에 졸업생 선배가 불렀다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구절들이 삐딱하게만 들린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무한 경쟁속에 달리는 우리, '동지는 간데 없고' 홀로 세상을 살아간다. '새날이 올 때까지' 열심히 해 보라는 말이 잔인한 까닭은 민중가요를 부르며 온당한 권리를 요구할 여력마저 빼앗아버린 우리 사회의 '흔들리지 않는' 결속 때문은 아닐는지.


태그:#민중가요, #노래패, #민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