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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꼬리처럼 짧고 뽀송한 생강나무 노랑꽃이 활짝 피어나고 여기저기에 모둠으로 군데군데 피어난 분홍빛 진달래는 작은 골짜기를 화사하게 만든다.

가야산(광양,497m). 겨울부터 숲속에서 "삐~, 삐 잇!" 소리 지르며 다니는 직박구리 새가 제일 시끄러운 새인 줄 알았는데 봄꽃이 피어나면서 "꽤~애, 꽤~애액" 소리를 지르는 어치 소리가 더 시끄럽다. 녀석들의 짝짓기 계절이 돌아온 모양이다. 청설모는 별식을 먹고 있다. 솔방울을 주로 먹던 녀석은 물오른 나무줄기의 수액을 혀로 핥고 있다.

삼나무 껍질을 돌돌 말아 한입 가득
▲ 청설모 삼나무 껍질을 돌돌 말아 한입 가득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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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뭇가지를 오가며 청설모들이 싸우는 것인지 장난을 하는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서 오솔길을 떠들썩하게 만들더니 요즈음 와서는 조용하다. 그런데 오늘은 바쁘다. 무슨 일이 있음에 틀림이 없다. 삼나무를 왔다 갔다 하면서 하는 행동이 심상치 않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먹이를 찾는 몸짓은 아니다.

이곳은 잣나무가 없어 녀석들이 즐겨 찾는 나무는 주로 상수리나무와 소나무다. 녀석의 모습은 소나무에서 자주 목격되었다. 솔방울을 두 발로 모아 잡고 돌려가며 솔 씨앗을 찾아 먹는 모습은 마치 아이들이 옥수수를 돌려 가면서 먹는 모습과 흡사하다. 때로는 야구선수들이 긴장감을 풀기 위해 해바라기 씨앗을 입안에 우물우물하다 껍질을 밖으로 "퉤" 버리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귀엽다.
 
청서가 평소 즐겨먹는 솔방울
▲ 청설모 청서가 평소 즐겨먹는 솔방울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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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을이면 익어가는 호두와 잣을 따가거나 무작위로 먹어치운다고 '유해조수'란 낙인이 찍힌다. 그리고 현상금이 내걸린 녀석들은 다가가는 사냥꾼들에게 쉽게 포획된다. 사람들을 보면 멀리 도망가지 않고 가다가도 멈칫 멈칫 하면서 멀리 도망가지 않은 녀석의 습성 때문에 사냥꾼이 쏘는 총에 쉽게 잡힌다. 나무와 나무를 눈 깜짝할 사이에 오르고 내리는 민첩한 나무타기 곡예사이지만 호기심때문에 결국 쉬운 사냥감이 되고 만다.

새 집짓기에 바쁜 청서(靑鼠)

삼나무 껍질을 벗기기에 바쁘다
▲ 청설모 삼나무 껍질을 벗기기에 바쁘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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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서. 청설모라고 부르는 이 녀석은 늘씬하게 쭉쭉 뻗은 삼나무 숲을 오가면서 삼나무 껍질을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는다. 평소와 다른 행동에 자세히 살펴보았다. 녀석은 한쪽 껍질을 뜯더니 이동하면서 길게 껍질을 뜯는다. 그리고 솔방울 돌리듯 두 발로 돌돌 말아 한입 안 가득 물었다.

나뭇가지, 풀잎을 하나하나 물고 가는 새와는 다르게 긴 나무줄기를 돌돌 마는 모습이 특이하다. 긴 삼나무 껍질을 한 번에, 많이, 쉽게 나르는 녀석의 지혜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아직도 부족한 삼나무 껍질
▲ 청설모 아직도 부족한 삼나무 껍질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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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심과 호기심이 많은 녀석은 지켜보는 등산객을 아랑곳하지 않고 삼나무껍질을 벗겨 모으는 데 열중이다. 녀석은 새 식구를 맞이할 새 집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겨울을 이기고 꽃을 피우는 식물이나 새끼를 낳으려는 동물에게서는 신중함과 존엄함이 느껴진다.

아래 가지 껍질을 벗기다 다시 윗가지로 올라 껍질을 길게 뜯어 모아서는 다시 아래 가지에 뜯어 놓았던 것까지 돌돌 더 뭉치더니 아직도 모자란 모양이다. 이번에는 나무를 옮긴다. 이미 껍질을 뜯어 간 나무인 모양이다. 껍질이 벗겨진 흔적이 역력하다. 5분이 훨씬 넘게 껍질을 꾹꾹 눌러 모으기 하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개복숭나무 가지를 건너 보금자리를 짓고 있는 숲 속으로 빠르게 사라진다.  

지금은 청설모의 번식기이다. 보통 2월 상순이라고 한다. 임신기간 35일. 한 배에 약 5마리 정도 새끼를 낳는 녀석은 젖을 먹여 키우는 포유류라고 한다. 새끼를 낳을 장소는 큰 나무줄기나 나뭇가지 사이. 그곳에 보금자리를 만든다고 한다. 4월 말쯤이면 녀석의 새 식구들을 볼 수가 있을 것이다.

▲ 청설모 지난 23일 광양 가야산에서 집짓기에 바쁜 청설모를 영상에 담았습니다.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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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u포터에 송고했습니다.



태그:#청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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