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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을 하다 감당하기 힘든 빚을 지게 된 김주일(당시 50대 후반, 가명)씨는 가족과 헤어져 도피생활을 했다. 몇 년 후 가족과 연락은 하게 되었지만, 그때는 이미 빚쟁이들에 의해 주민등록도 말소된 상태였다. 당연히 건강보험도 실효되었고 개인보험 역시 전혀 없었다.

부인이 어렵게 마련한 작은 보금자리에서 함께 살게 된 김씨는 부인의 가게 일을 도우며 다시 행복을 찾는 듯했다. 그즈음 김씨는 몸이 좋지 않음을 알았지만, 건강보험도 안 되고 형편도 어려워 병원 가는 걸 계속 미뤘다. 결국 김씨는 60대 초반의 나이에 사망했다. 세 자녀는 모두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김씨가 아프기 시작했을 때 의료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것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는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쟁 상황으로 내몰리는 사회 현실이다. 요가의 최고 지향점이 올바른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 말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잘 되어 있으면 개인의 부담은 덜할 것이고 행복은 더 커질 것이다.

세상이 바뀜에 따라 개인의 생활도 어쩔 수 없이 바뀌게 된다. 반대로 개인의 생활방식이 바뀜에 따라 사회제도도 바뀌게 된다. 과거 결혼이나 장례는 마을이나 집안 차원의 행사였다. 결혼정보회사가 사업으로 정착한 지는 꽤 오랜 일이고, 이제는 장례회사도 상조회사란 이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핵가족화하면서 장례를 함께 해줄 긴밀한 관계가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많이 생기고 있는 상조회사가 과연 시간이 지나도 부실해지지 않고 서비스를 잘해줄 것인지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아직 상조회사는 법의 규율을 받지 않기 때문에 더 우려가 된다.

한 손해보험사의 홈페이지 화면 캡처.
 한 손해보험사의 홈페이지 화면 캡처.
ⓒ L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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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보험은 그 정신이나 구조는 상조회사와 거의 같지만,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되는 업종이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보험이 과연 상호부조 정신을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지는 역시 의문이다. 보험사들이 그렇게 많은 설계사들을 거느리고 엄청난 수익을 올린 원천은 계약자들의 보험료다. 원칙대로라면 사실 보험사는 큰돈을 벌지 않아야 한다. 보험금을 지급할 확률과 보험료 수익을 수학으로 계산해서 운용하기 때문이다.

보험이 문제가 있다고는 하지만, 앞의 사연 같은 걸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보험구조를 살펴보고 가능한 덜 손해 보고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지금처럼 소득이 불안정한 때에는 더욱더 필요한 일이다. 최소한의 안전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최악의 불황기. 당장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너도나도 보험 해약에 따른 손익계산을 따져보고 있다는 소식이다. 당신은 어떤가.

소득 줄었는데, 보험 깰까

김순영(35, 가명)씨 부부는 자녀 셋을 둔 맞벌이 가정이다. 맞벌이라고는 하지만 김씨 수입이 워낙 불규칙하고 최근엔 수입이 크게 줄어 여느 가정의 외벌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몇 년 전, 김씨가 자영업을 하다 크게 빚진 게 있어 대출이자도 많이 나가고 있다.

남편 역시 고정급이 아니라 변동이 크고, 부인과 마찬가지로 수입이 최근 크게 줄었다. 현금 흐름을 추정해 보는데, 무려 월 100만 원 이상 적자였다. 수입이 많았던 때를 생각하며 '곧 회복되겠지'라고 생각하며 몇 달을 지냈는데, 그 사이 모자라는 돈은 카드론으로 해결했다. 다행히 시동생이 퇴직금을 담보로 대출을 해줘 카드론을 다 해결할 수 있었다.
김씨 부부의 기대처럼 수입이 다시 회복되기만을 기다리는 건 무리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현재의 수입을 고정으로 보고 과감히 지출구조를 바꿔 적자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야 했다. 먼저 가장 큰 지출인 월세 58만원을 낮추는 방법을 생각했다. 나는 내 경험을 거론하며 설명했다.

"저도 한때 망해서 시골로 이사했거든요. 보증금 빼서 빚 일부 갚고, 월세 8만원짜리 농가에 살았죠."

김씨가 고개를 끄덕이지만 눈빛은 동의하는 것 같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가 아이들 교육 때문인 듯했다.

"저도 그때 큰애가 막 초등학교 들어갈 때였지요. 그런데 지금 13년째 살고 있는데, 저희 애들 농촌에서 참 잘 컸습니다."

실제 잘 컸다. 꼭 공부를 잘해서가 아니라 반듯하게 잘 컸다는 뜻이다. 어린아이들에게 부모는 신과 같은 존재다. 그런 부모가 얼마나 낯빛을 밝게 하고 자신 있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빚에 찌들어 살면 아이들에게 자상하게 신경을 써줄 수 없고, 아이들도 눈치로 분위기를 알아챈다. 돈으로 계산되지 않은 이런 것들을 더 잘해야 한다. 돈이 적거나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꼭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보험료 줄이고도 보장은 실속 있게

실제 김씨 부부는 며칠 후 내가 가보라고 권한 남한산 초등학교를 둘러보고 왔다. 당장 그 지역으로 이사갈 수는 없다고 하지만 계속 더 알아보기로 했다. 이렇게 가장 큰 주거와 자녀교육 문제에 대해 생각을 달리하자 전세금 증액을 위해 넣고 있던 적금도 필요가 없어졌다. 사실 적자인 상태에서 저축은 옳은 게 아니었지만, 김씨에게 그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이었던 셈이다.

다음으로 조정이 필요했던 건 보험이다. 보험은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일반 개인에게는 복잡한 상품이다. 특약도 무척 많다. 그러나 그 원칙에 맞게 핵심만 가려봐야 한다.

ⓒ 김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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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게 돈 버는 사람의 사망보험금이다. 그런데 남편의 사망보험금이 오히려 부인보다 더 적다. 기존 사망보험금 4천만 원이나 5천만 원이 많지 않은 액수지만, 보험사로서는 언젠가는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많은 보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 보면 사망보험금이 더 절실히 필요한 것은 자녀가 어릴 때다.

자녀가 다 성장한 이후라면, 상속 목적이 아닌 바에게 그리 많을 필요가 없다. 그런 점을 생각한다면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인, 60세까지만 많은 사망보험금이 필요한 것이다. 그 이후는 장례비 정도면 된다. 물론 여기서 위 김씨 부부의 사망보험금은 매우 적게 책정된 것이다. 그러나 더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생명보험사 상품이다 보니 뇌경색이 보장되지 않는다. 당연히 의료실비도 보장되지 않는다. 특히 의료실비는 나이가 들수록 더 절실히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이 있는데 왜 또 민영의료보험을 들어야 하는지가 문제로 거론되기는 하지만, 빠른 시일 내로 이 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위 보험 외에 부부에게는 각자 운전자 보험이 하나씩 있었다(보험료 합계 6만7000원). 그런데 운전자 보험은 위 보험내용에 비해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보험이다. 김씨 부부처럼 빠듯한 살림이고 운전을 업으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굳이 필요한 보험이 아니다. 거기에 자녀 셋에 대해 어린이CI보험이 각각 있었다(합계 보험료 7만5000원). 이것 역시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보험이다. 위 표의 개선안은 자녀들 보장내역도 포함된 것이다. 이 정도면 된다.

보험 정리하려면 의료실비 보험은 제외

다시 정리해 보면 이러하다.

1. 돈을 버는 어른의 사망보험금을 많이 책정하라. 단,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2. 의료실비 보험을 준비하라.
3. 운전자보험 등 꼭 필요하지 않은 보험은 가입하지 마라.
4. 자녀보험은 우선순위가 뒤처지는 보험이고 부모 보험에 최소한으로 추가하라.

이렇게 정리하니 월 보험료가 총 38만2000원에서 20만원으로 줄었다. 이 개선안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현재 현금흐름을 고려해 가능한 비용을 줄이면서 꼭 필요한 보장내역을 넣은 것이다. 좀 더 여유가 생긴다면 가장의 사망보장금(+재해보장금)을 늘려야 한다.

누구든지 지출을 통제하지 않고는 가정의 현금흐름을 맞출 수 없다. 더 많이 벌어 써야 할 목표를 맞추려던 생각은 이제 크게 수정해야 한다. 현재의 소득과 자산을 기준으로, 아니 그것보다 더 적어질 것을 가정하고 지출목표를 잡아야 한다. 그러기에 소비성지출에 대한 통제뿐만 아니라, 금융상품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선택 역시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태그:#보험료, #의료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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