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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판교신도시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입주시점까지 은행, 약국, 주유소, 학교, 교통 등 도시 기반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입주자들이 입주를 미뤄 '불 꺼진 판교'라는 보도가 많았습니다. 오죽하면 '로또 판교'가 아니라 '로또 망교'라는 말까지 나올까요? 입주 3개월을 맞아 판교신도시 입주민들에게 가장 불편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현지를 방문했습니다.

지난 2월 입주가 시작된 동판교지구 ○○아파트는 현재 입주율이 30%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상가는 건물이 완공되어 한창 영업을 시작해야 하지만 이제야 분양하고 있었고, 올 3월에 개교한 초등학교는 바로 옆에서 교회 터파기 공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입주민들이 겪고 있는 불편사항 중에서 편의시설과 교통문제보다 초등학교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탐방취재했습니다.

초등학교 바로 옆에서 교회 신축공사가 진행되어 학생들의 소음은 가히 스트레스를 유발할 지경이다.
▲ 판교신도시 공사현장 초등학교 바로 옆에서 교회 신축공사가 진행되어 학생들의 소음은 가히 스트레스를 유발할 지경이다.
ⓒ 한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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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일 개교한 동판교지역 ○○초등학교를 방문했습니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83명입니다. 낮은 입주율로 학생수가 적어 한 학년당 1개 학급도 못 채우고 있습니다. 아이들 뛰노는 소리가 들려야 할 초등학교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합니다. 그 이유는 교실에 아이들이 10여 명 있지만 학교 바로 옆에서 공사하는 소음으로 아이들 목소리가 묻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 옆에서는 교회 건물을 신축하려고 굴삭기로 터파기 공사가 한창입니다. 아이들은 소음 때문인지 옆자리 친구와 대화도 큰소리로 합니다.

기자가 학교로 들어가서 소음을 직접 들어보니 아이들이 도저히 수업에 집중할 수 없는 정도입니다. '타타타타~~~', '쿠쿠쿠쿠~~웅.' 몇 분 간격으로 계속되는 굴삭기 소리에 아이들도 이골이 난 모양입니다. 이 학교에 다니는 4학년 김아무개(11)는 '너무 시끄러워서 공부가 잘 안 되고, 집에 가면 귀가 멍해요'라며 심각한 소음상태를 이야기합니다.

신설 학교이기 때문에 아직 운동장과 편의 시설 등이 미비한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지척에서 벌어지는 공사 소음 때문에 학생들은 이중 삼중으로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소음 속에서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기적 같습니다. 한국전쟁 중에 부산에서 텐트를 치고 공부할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하필 교회공사가 초등학교 개교 시점에 맞춰 진행되고, 굴삭기 소리가 시끄러운 터파기 공사를 이 시점에 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습니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타원 부분이 공사현장이다. 초등학교 바로 옆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소음공해로 학생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 초등학교 옆 공사현장 붉은색으로 표시된 타원 부분이 공사현장이다. 초등학교 바로 옆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소음공해로 학생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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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수가 적다 보니 교무실, 양호실, 식당, 교실 3개 등 학교시설 일부만 사용하고 빈 교실은 모두 잠가놓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사용해야 할 의자, 책상 등은 굳게 잠긴 교실 안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습니다.

판교신도시 초기에 입주한 초등학생들은 이렇게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교통과 상가 등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은 인근 분당지역에서 우선 해결할 수 있지만 교육환경 문제는 분당에서도 해결할 수 없는 판교의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판교에 살면서 비교적 교육환경과 교육열이 높은 분당으로 학교를 보낼 수도 없습니다. 그마나 유치원과 학원은 분당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아직 판교엔 학원이 없어서 분당의 학원버스들이 판교까지 드나들고 있습니다.

판교신도시에선 총 20여 개 학교가 개교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올 3월에 개교한 학교는 초등학교 4개, 중학교 4개, 고등학교 1개 등 총 9개 학교입니다. 올 9월이 돼야 백범초교, 대장초교가 개교할 예정이고, 내년 3월에는 율곡초교, 석운초교, 하산중교, 하산고교, 석운고교, 2011년 이후에는 사송고교, 삼평고교 등이 문을 열 예정입니다. 내년에 개교하는 학교들은 학생수 부족을 걱정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올해 개교하는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학교 주변의 각종 공사로 소음, 먼지와 싸워가며 공부해야 합니다.

학교 2층에서 공사현장을 내려다 본 모습과 공사소음 때문에 교실 밖으로 나가지 않는 아이들
▲ 판교 신도시 초등학교 학교 2층에서 공사현장을 내려다 본 모습과 공사소음 때문에 교실 밖으로 나가지 않는 아이들
ⓒ 한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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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테크노밸리(2012년 완공)와 판교 내 최대 중심 상가 시절인 알파돔 공사 등 앞으로 2~3년간 판교는 '공사공화국' 신세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판교는 지금 기반시설 공사와 대형건물 신축공사 등으로 입주민들의 생활환경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교육환경도 소음과 먼지로 가득 차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공부하기도 힘든데, 판교신도시 학생들은 요즘 소음과 먼지 등으로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신도시라는 것이 입주자들이 입주하기 전에 도시 기반시설과 도로 등이 완벽하게 갖춰져야 하는데, 먼저 입주민들을 입주시키고 난 후 기반시설을 마련하기 시작하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밀어붙이기식 개발과 무책임한 행정으로 학생들만 힘들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소음공해와 먼지에 시달리며 황량한 학교에서 오늘도 판교신도시 초등학생들은 영어 듣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소음 듣기를 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학생들의 청각은 점점 더 둔해지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Daum) 블로그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판교신도시, #초등학교, #공사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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