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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낙조
 서호낙조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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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는 호수일까?

서호(西湖)하면 중국 항주의 서호가 떠오른다. 오늘 가는 곳은 중국에 있는 서호가 아니라 수원에 있는 서호다. 내가 보기에는 저수지로 보이는데, 굳이 호수라는 이름을 붙였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아마 중국의 서호만큼 아름다워서 서호라고 했을까? 하지만 이에 대한 답은 긍정도 부정도 할 수가 없다. 중국 서호를 가보지 않았다.

서호 풍경. 호수 한 가운데 섬을 만들어 놓았다. 앞에 보이는 수초에는 오리와 참새들의 쉼터.
 서호 풍경. 호수 한 가운데 섬을 만들어 놓았다. 앞에 보이는 수초에는 오리와 참새들의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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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서호의 유래를 찾자면 조선 정조 23년(1799년) 농업용 관개수원(灌漑水源)으로 축조(築造)된 것이 축만제(祝萬堤)인데, 이 인공호수는 당시에 축조 된 호수 중 서쪽에 위치해 있다하여 흔히 서호(西湖)로 불리어 왔다고 한다. 아주 쉽다. 괜한 고민이었다.

서호는 예부터 낙조(落照)가 유명하여 수원 팔경의 하나로 서호낙조(西湖落照)를 꼽았다. 풀어쓰자면 서호 노을에 드리운 여기산 그림자가 아름답다고 한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팔경을 만들어 자랑하고 있는데, 그게 사실 억지로 만들어 놓은 느낌을 감출 수가 없다. 일부러 8개를 짜 맞추었다고 할까?

서호는 항주의 미목(眉目)같다

13번 버스를 타고 농촌진흥청 앞에서 내려 천변을 따라 걸어간다. 천이 둑으로 변하는 곳에 작은 정자가 있다. 돌계단으로 올라서니 둥그렇게 잘라 만든 현판이 보인다. 아주 소박하다. 작은 글씨로 항미정(杭眉亭)이라고 쓰였다.

항미정. 서호를 막고 있는 둑길 끝에 자리잡고 있다.
 항미정. 서호를 막고 있는 둑길 끝에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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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미정은 수원시 향토 유적 제1호라는 자랑스런 안내판을 달고 있다. 이정자는 순조31년(1831년) 당시의 유수(留守) 박기수(朴綺壽)가 건립 한 것으로, 중국 시인 소동파(蘇東坡)의 시구(詩句)에 "서호는 항주의 미목(眉目)같다"고 읊은 데서 그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건물 형태가 특이하다. 앞에서 보이는 모습은 뒤가 막힌 마루 건물인데 뒤로 'ㄴ'자 형태로 꼬리같이 처마 건물이 이어진다.

항미정에서 바라본 서호 풍경
 항미정에서 바라본 서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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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미정에서 서호를 바라본다. 철 구조물로 만들어진 다리위로 산책 나온 사람들이 열심히 지나다닌다. 커다란 호수에는 둥그런 섬을 만들어 놓았다. 아! 이래서 호수라는 이름이 붙었구나. 저수지에 섬 만들어 놓은 것 봤나?

몇 그루 남아있지 않아 더욱 아름다운 소나무

축만교를 건너 긴 둑길에 섰다. 둑길에 서있는 소나무 몇 그루가 너무나 아름답다. 소나무가 많았으면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아마 둑을 쌓을 때 심었을 걸로 추측을 한다면 200살은 넘었겠다.

서호를 산책하는 사람들
 서호를 산책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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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 둑길의 소나무
 서호 둑길의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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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의 둑길 아래로 보이는 풍경
 서호의 둑길 아래로 보이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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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한그루 한그루마다 열심히 눈길을 준다. 둑길에 소나무가 많았으면 이렇게 눈길이 주지 않았을 텐데…. 긴 둑길은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저씨. 빠른 걸음으로 걷는 아주머니. 힘들어서 긴 의자에 쉬고 있는 할머니.

호수 건너편 야트막한 산위로 힘을 잃은 해가 다가간다. 오랜 세월동안 매일같이 지켜보던 소나무는 오늘도 어김없이 긴 팔을 펼쳐 해를 잡았다. 호수는 반짝이는 금빛물결로 아쉬워한다. 석양에 비치는 그림자가 마치 미인의 눈썹과 같다고 했다는데….

오리들도 짝을 이뤄 물살을 가르며 어디론가 열심히 가고 있다. 나는 오늘 어느 여관에서 몸을 풀어야 하나?

서호낙조 풍경
 서호낙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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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로 지는 낙조가 아름답다.
 서호로 지는 낙조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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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쌍의 오리는 쉴 곳을 찾아가고...
 한쌍의 오리는 쉴 곳을 찾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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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서호를 한바퀴 돌면 2㎞정도 된다고 합니다. 가는 길은 수원에서 시내버스 13번을 타고 농촌진흥청에서 내리면 됩니다. 화서역에서 수원역 방향으로 조금만 내려오면 서호공원이 나오기도 합니다.



태그:#서호, #항미정, #축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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