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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지역 대다수 중학교에 강제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0교시가 부활해 시민단체가 반대 기자회견을 벌이는 등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관련기사 2009.3.13./3.18.) 인천지역 대다수의 중학교에서 강제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19일 전교조 울산지부에 따르면 울산시교육청도 7교시 강제 보충수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와 인천시교육청은 중학교 강제 보충수업 실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 속에서도 이에 대한 시정이나 지도 의지가 없는 것으로 확인돼 초등학교까지 보충수업이 실시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천 대다수 중학교 강제 보충수업 부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인천지부 중등서부지회·중등북부지회에 따르면 인천지역 대다수의 중학교에서 7교시에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5대 교과목 중심의 방과후학교를 진행 중이다. 동부교육청 산하 중학교는 2008년부터, 서부·북부·남부교육청 산하 중학교는 2009년부터 7교시 방과후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이나 학부모에 대한 정확한 수요조사 없이 학생들을 7교시에 참가시키고 참여하지 않는 학생은 자율학습을 시키는 등 실상 강제적인 보충수업을 운영하는 데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운영하는 경우도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시교육청은 3월 18일 각 지역교육청에 교육과학기술부와 인천시교육청의 방과후학교 운영방침을 준수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으며, 각 지역교육청도 교감단협의회 등을 통해 운영방침을 준수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취재결과, 실상 각 학교에서는 교육청의 이런 지도를 따르지 않고 있으며, 교육청 또한 방침을 어긴 학교에 대해서 제대로 된 시정 요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는 매일 점심식사 시간, 강제 보충수업을 중단하라는 교사의 1인 시위가 진행 중이다.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는 매일 점심식사 시간, 강제 보충수업을 중단하라는 교사의 1인 시위가 진행 중이다.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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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교육청 산하 A중학교의 경우 학교의 강제적인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철회하라며 이 학교 교사이자 전교조 중등서부지회장인 B씨가 매일 점심시간 교장실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B씨는 "7교시 수업과 관련 학교장에게 학부모나 학생들의 자율적 의사에 따라 운영하자는 요구를 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도 방과후학교 운영방침과 어긋나는 내용으로 심의를 통과시켰다"며 "학생들에게 수요조사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자는 생각으로 1인 시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중 교장은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공개되면서 학교의 성적이 안 좋게 나왔는데 우리학교에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많아 학교에서 7교시를 운영하는 방법을 찾게 됐고 교사들의 요구가 높았다"며 "지난해 성적이 안 좋은 2학년들을 대상으로 7교시를 했더니 성적이 올라갔던 일도 있었고, 강제적이지 않은 수요조사를 거쳐 학교운영위 심의를 거쳤으며 불참 학생들에게 독서반 참가에 대한 동의도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B교사는 "지난해 성적이 오른 것은 아주 소폭이었고 어떤 과목은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기도 했다"고 밝혔으며, 운동장에서 만난 10여명의 학생들은 "보충수업이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고 안하고 싶지만, 선생님이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해서 신청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북부교육청 산하인 부평지역 C중학교의 경우 최근 학교운영위에서 심의를 통해 7교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대한 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 학교는 사전 수요조사 없이 '불참 시에는 담임교사와의 상담을 해야 하고 불참학생은 독서프로그램을 하고 청소 종례 후 귀가킨다는 내용이 담긴 가정통신문'을 통해 방과후학교 수강신청을 받아 문제제기가 있었던 학교였다.

해당학교의 한 학부모가 학교와 교육청에 운영방침을 위반했으니 시정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으며, 학교운영위에서도 "운영방침에 맞게 수요조사부터 다시 시작하고 희망 학생에 한해 운영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하지만, 학교도 가정통신문의 문구가 잘못돼 나간 것은 인정했지만, 학교장의 강력한 요청으로 원안대로 학교운영위에서 통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전교 석차별로 반을 나눠 심화반을 운영하거나 특목고자격증반·야간자율학습반을 운영하기도 하고 1교시 시간을 원래 시간보다 앞당겨 운영하는 편법 0교시를 운영하는 학교도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교육청 "시정조치 사안 아니다"..."초등학교도 예상"

이에 대해 시교육청 초등교육과 방과후학교 담당공무원은 "일부 운영방침을 지키지 않고 추진된 학교가 있겠지만, 이를 되돌리고 수요조사부터 다시 해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추진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학교자율화 시대에 학교운영위를 통과한 것을 교육청에서 시정조치를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학교마다 성적이 발표되는데 학교장이라면 당연히 성적을 올리려 노력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으며, "그럼 조만간 초등학교까지 보충수업이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중학교 방과후학교의 파행운행 사태는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 점수 공개와 그 후속 조치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점수 공개 후 인천시교육청은 인천의 학력을 향상시키겠다며, '학업성취도 향상을 학교장의 성과급 평가와 연계하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 지도실적이 미비한 학교는 관리직 인사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교육청의 시정·지도 의지가 없음은 어쩌면 당연하다.

또한 시교육청 담당자의 말대로라면 학력 향상을 이유로 초등학생도 강제 보충수업이나 0교시, 자율학습을 하는 날이 조만간 다가올 수도 있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2007년 상반기 인천지역 초등학교의 5대 교과목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1017개였으나, 2008년 상반기에는 2319개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아울러 최근 인천 남구의 한 초등학교는 학력신장을 위한다는 이유로 4교시를 5교시까지 사실상 보충수업 시간을 편성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인천 한 중학교의 2009년 7교시 방과후학교 교과 프로그램 계획서. 전교 석차별로 반을 편성하는데다 특목고 자격증반도 운영할 계획이다.
 인천 한 중학교의 2009년 7교시 방과후학교 교과 프로그램 계획서. 전교 석차별로 반을 편성하는데다 특목고 자격증반도 운영할 계획이다.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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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보충수업, #자율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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