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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나 온지 20년이 넘었지만, 고향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 고향 경북 영주시 안정면 용산리 대룡산(大龍山) 마을. 내 조상들은 이곳에서 200년 정도 살았다. 원래 500년 전 '단종복위운동'에 연루된 순흥 안씨들이 몰래 숨어들어와 마을을 이루고 살던 터에 창원 황씨, 공주 이씨, 경주 김씨들이 연이어 들어와 지내게 된 작은 시골마을이다.

근동에 고래로부터 사람이 많이 살았는지, 산 중턱 고촌(高村) 들녘에는 곳곳에 고려장들이 있고, 산기슭과 정상 부근에도 고분과 성터가 남아있어 마을의 역사는 오래 된 듯하다. 하지만 마을이 커지게 된 것은 대략 500년 전부터라고 한다.

마을 뒤에는 용암산(龍岩山, 해발 637m)이라고 불리는 산이 있고, 낙동강 최상류라 물이 귀한 곳이다. 용암산은 이름이 말하는 대로 '용' 혹은 '지내'가 살았다고 전해지는 곳으로 온통 바위와 소나무가 산 전체를 덮고 있는 야트막한 산이다.

용암산 바위공원 등산로
▲ 용암산 바위공원 등산로 용암산 바위공원 등산로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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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가 많아 송이버섯이 많이 나고 인삼과 사과 등이 유명하며, 마을 내에 '경북 풍기인삼시험장'이 있고, 인근 묵리 마을에는 '경북 축산기술연구소'가 위치하고 있는 등 축산에 종사하는 농가들도 많은 편이다.

조그만 농촌마을에 2000년 중앙고속도로 마을을 관통하고 지나가 마을이 이상하게 갈리고, 노령화로 인구는 점점 줄고 있지만, 몇몇 뜻있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마을을 살기 좋은 농촌으로 바꾸기 위해 야생화 심기, 게이트 볼 연습장 조성, 버스정거장에 그림그리기, 풍물패 창단, 한과공장 건립 등을 통하여 건강하게 장수하는 농촌마을을 만들어 가는데 일조하고 있다.    

또한 2~3년 전부터 영주시와 경북도의 지원을 받아 마을 뒷산인 용암산에 등산로를 개발 '용암산 바위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에 새로운 등산 관광지로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했다.

매년 연초 영주시에서는 최초로 산 정상에서 '해맞이 축제'를 거행하여 지역의 다른 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하여, 현재 영주시에서는 5개 지역 단위에서 매년 해맞이 행사를 하고 있다.

아울러 이웃 마을 봉암리에서는 시도의 지원비를 받아 '미나리' 청정재배를 하고 있기도 하고, 다른 마을에서는 안정농협의 주도하에 쌀을 특화하여 '명품 안정쌀'이라는 브랜드로 팔고 있기도 하다.

2년 전 신년에 해맞이 행사에 참여하고는 한 동안 고향 마을 뒷산을 오를 일이 없었지만, 이번에 크게 마음을 먹고 안정면 봉암리에서 시작하는 '용암산 바위공원' 등산에 도전했다.

용암산 바위공원 등산로
▲ 용암산 용암산 바위공원 등산로
ⓒ 영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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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가 3시간 정도 걸리는 등산코스지만, 나는 고향 마을 뒷산에서 내려오는 2시간 30분까지 코스를 택했다. 먼저 출발지인 봉암리 봉황사 앞에 섰다. 7~8년 전에 조성된 봉황사라는 절은 규모가 작지만, 8~9미터 높이로 큰 돌을 쌓고 그 위에 부처의 머리를 올려놓은 부처상이 있어 이미 지역에서는 잘 알려진 절이다. 누구나 처음 보면 '어쩜! 저런 부처가 다 있어.'라는 말이 튀어 나온다.

봉황사
▲ 절 봉황사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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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사를 끼고 돌면 용암산 바위공원 등반로라는 표시판이 나온다. 조성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워낙 지역민들이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곳곳에 안내판과 설명판이 너무 잘 되어 있어 길을 헤매는 일도 없고 야트막한 산이라 힘이 들지도 않는다.

큰 터 바위
▲ 바위 큰 터 바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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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계속되는 소나무 길과 등산로가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바위들을 현재 영주시와 마을 관계자들이 이름을 공모 중에 있어서 인지 이름 없는 바위들이 많고 볼거리도 상당하다. 가족등반을 하기에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신라시대 고분
▲ 고분 신라시대 고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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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를 들어서 채 10분도 걷지 않았는데, 눈앞에 큰 터를 잡고 있는 너럭바위가 보인다. 나는 큰 터를 잡고 있다고 해서 이 바위를 '큰 터 바위'라고 이름을 짓는다. 바위를 보고 있다가 다시 길을 잡으니 성터 표시판이 보인다. 신라시대에 조성된 성터로 지금은 약간의 기와 조각과 터를 알려주는 주춧돌 정도만 남아 있어, 쉽게 성터라는 것을 알기는 어려웠다.

사랑 바위
▲ 바위 사랑 바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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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더 가다보니 곳곳에 소나무 그루터기가 보인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서 간벌을 한듯하다. 산불 예방과 나무들 간의 간격 조정을 위해 간간히 간벌을 한다고 하는데, 곳곳에 간벌한 흔적이 보인다. 작지만 아름다운 그루터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8형제 바위
▲ 바위 8형제 바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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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조금 더 가면 신라시대의 고분에 관한 설명과 고분 10여개 보인다. 일부는 도굴이 되었는지 탁 트여있고, 일부는 입구가 막혀있어 자세히 보는 것조차 힘이 든다.

거북바위
▲ 바위 거북바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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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군을 보고나면 이내 '말 바위'가 나온다. 용암산에서 이름이 정해져 있는 몇 안되는 바위로 말머리와 상체가 말의 모습을 닮아 있다. 이어 조금 더 가면 두 개의 바위가 입을 맞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바위가 눈에 뛴다. 나는 '사랑 바위'라고 이름을 정한다. 어쩌면 저렇게 다정한 연인처럼 보일까? 부러웠다.

가족 바위
▲ 바위 가족 바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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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바위 8개가 어깨를 맞대고 의좋게 서 있는 모습의 바위가 보인다. 나는 이 바위를 '8형제 바위'라고 정한다. 재미있다. 내가 정하는 이름이 적용이 안될지라도 작명하는 재미에 등산을 계속한다.

출렁 바위
▲ 바위 출렁 바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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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길을 가니 무덤 위에 그루터기가 보인다. 관리가 안된 묘지 위에 나무가 자라난 것을 나중에 누군가가 잘라버려 그루터기만 남은 것이다. 무덤이 주인이 가련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두 고래 바위
▲ 바위 두 고래 바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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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어 산의 뒤편인 봉현면 희티재로 가는 길목을 알리는 바위라고 '희티 바위'라고 불리는 큰 바위를 보고서 고개를 넘으니, 무덤 뒤에 큰 바위가 여러 개 보인다. 우선 무덤 바로 뒤편에 있는 바위는 거북이를 닮은 것 같아 '거북 바위'라고 정한다. 그 약간 옆쪽 아래에 있는 '자라 바위'는 이미 이름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침묵 바위
▲ 바위 침묵 바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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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길을 가면 양쪽에 조금 큰 바위가 두 개 있고, 가운데 작은 바위가 두 개 있다. 전체를 가족이 모인 것 같다고 해서 '가족 바위'라고 정하고 좌측의 큰 바위를 '희망 바위' 우측의 큰 바위를 희망 바위와 인연을 맺은 바위라는 의미에서 '연(緣) 바위'라고 정한다. 가운데 작은 바위 두 개는 각각 큰 아들 '대(大 )', 작은 아들 '소(小)바위'라고 정해본다.

조각 바위
▲ 바위 조각 바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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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조금 더 가면 설악산의 '흔들 바위'처럼 바위위에 바위가 올라있다. 하지만 흔들바위는 안정감이 있지만, 이 바위는 언제 떨어질지 모를 정도로 자세가 불안하다. 그래서 내 마음이 출렁거려 '출렁 바위'라고 정해본다.

용암 적벽
▲ 바위 용암 적벽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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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수영을 하고 있는 두 마리의 고래를 연상하게 하는 바위가 있어 '두 고래 바위' 다음은 세상일에 입을 다물고 있는 선비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침묵 바위', 돌 조각을 하나하나 모아 둔 것 같아 보이는 '조각 바위'의 이름을 각각 정한다.

그리고 하산 길 아래에서 위를 보니 마치 중국의 적벽을 연상하게 하는 큰 바위가 있다. '이 곳에 오른 사람들에게 큰 기상을 품게하라.'는 의미에서 '용암 적벽'이라고 이름을 정한다.

무덤 바위
▲ 바위 무덤 바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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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내려오다 보니 작은 샘터가 있고, 샘터 옆에는 옛 무덤으로 보이는 바위가 있다. '무덤 바위'라고 불러 본다. 이어 절 아래에 있는 용수사에 닿는다. 대웅전과 삼성각만 있는 작은 절이지만, 대웅전은 오래된 듯 보인다.

용수사
▲ 절 용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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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 앞에 큰 바위가 있고, 바위의 옆과 뒤에는 벌통이 보이고, 그 앞에는 연못이 있다. 연못 옆 작은 바위위에는 거북상과 작은 연꽃 조각이 있다. 재미있고 귀엽다.

산 아래 마을 안정면 용산2리에 닿았다. 우측에 풍기인삼시험장이 있고, 마을 저 멀리에는 새롭게 조성된 월은사라는 절도 보인다. 마을로 들어서면 옛날 학교 터에 들어선 된장공장 '만포농산 http://www.muryangsu.com' 이 보인다. '무량수'라는 브랜드로 된장, 고추장, 간장 등을 만들어 대리점 하나 없이 인맥과 홈페이지 활용만으로 판매를 하는 곳이다.

무량수 된장, 고추장, 간장을 만드는 시골의 공장
▲ 만포농산 무량수 된장, 고추장, 간장을 만드는 시골의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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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포농산의 정대수 사장은 영주 출신으로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서울로 유학을 가, 경기중, 고를 졸업한 인재로 음악과 미술에 조애가 깊은 사람이다. 그래서 인지 혼자 힘으로 무량수라고 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박스와 포장지, 통 등을 도안하여 상품을 시판하고 있으며, 동문 인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연 매출 30억을 자랑하는 중소기업으로 키웠다.

공장 내부에는 수백 개의 된장독이 보이고, 입구 좌측에 2~3년 전에 지어진 조그만 정자와 공장 뒤편에 지은 초가집, 살림 집 등은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져, 공장 구경과 집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창원황씨들의 귀서고택
▲ 고택 창원황씨들의 귀서고택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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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 공장 구경을 마친 후 창원황씨들의 귀암(龜巖)종택, 귀서(龜西)고택, 농고종택, 농고정사를 구경하고서, 순흥안씨들의 서파종택, 죽림사, 서파정, 만지정, 우우정 등을 둘러보았다.

창원황씨들의 고택은 잘 보존되어 있었고, 최근에 보수를 해서인지 깨끗하게 좋았다. 하지만 순흥안씨들의 고택과 정자는 관리가 잘 안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순흥안씨들의 정자 가운데 만지정에는 경북도 유형문화제 237호인 '회헌 안향선생 개모영정'이 있었다고 한다. 소수서원에 있는 안향 선생의 영정을 조선 후기에 그대로 옮겨 그린 것으로 크기는 57.3cm X 93cm로 현재는 종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고려장인 것으로 추정되는 돌들
▲ 고려장 고려장인 것으로 추정되는 돌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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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와 종택들을 둘러본 후, 단군왕검을 신으로 모시고 있는 '단군 성전(生化道德 氣化院)'이 있는 용암산 중턱으로 올라가 둘러보고서, 성전 옆에 있는 '고려장'들을 살펴보고서 아래도 향했다.

산을 내려가다 종조부님 밭가에 있는 조상님들 산소에 인사를 드리고, 원래 우리 집안이 살았던 밭 아래에 위치한 고촌(高村)들녘을 지나 입향조께서 심었다는 느티나무를 보고서 등반을 끝냈다.

고촌 들녘에 남아 있는 유일한 우리 집안(경주 김씨)의 집
▲ 집 고촌 들녘에 남아 있는 유일한 우리 집안(경주 김씨)의 집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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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용암산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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