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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국민 10%만 지키려는 빈익빈 부익부 정책을 당당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뭘 믿고 저럴까? 그에게 맞설 수 있는 진보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보수는 똘똘 뭉쳐 있지만 진보는 분열해 있다. 대안이 분명하고 눈으로 보이게 드러나면 절대 그렇게 못한다."

 

'진보 아이콘' 진보진영의 '브레인'으로 꼽히는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은 현 정부 정책 방향과 진보세력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꼬집었다. 그러면서 오늘의 진보세력을 향해 매스를 들이대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손 원장은 '충북공무원연대' 1차 수련회가 열린 13일 오후 충북 수안보 상록호텔 1층 회의실에서 2시간여 동안 '절망의 시대 진보세력의 길'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절박한 민중의 삶을 말할 땐 잠시 말을 이어가지 못하기도 했지만 진보가 가야할 길은 단호하게 풀어냈다.

 

똘똘 뭉친 보수, 갈가리 찢긴 진보

 

"지금은 굉장히 어려운 시기"라고 말문을 연 손 원장은 "미국도 오바마 대통령이 경기부양을 위한 경제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낙관할 수 없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손 원장은 기득권층을, 경제가 급격히 어려워지면 체제 전복세력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판단해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가는 의식 있는 집단'이라고 규정했다. 법을 강화하고 정보와 공안기관에 힘을 실어주는 등 국민 탄압 수순에 돌입한 형국이라고 했다.

 

이 정권은 이뿐 아니라 여론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용산 참사, 신영철 대법관, 한미 FTA, 남북관계 등에 대한 조중동을 위시한 보수언론의 태도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했다. 또 여론을 선점하기 위해 KBS를 장악했고 MBC까지 손아귀에 넣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원장은 "우리는 성찰해야 한다"며 "이명박 정부는 생존권을 요구한 철거민 5명을 죽이고도 사이코패스와 같이 문제의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촛불은 정치적 구심점이 없었다"며 "진보는 조각조각 분열한 반면 기득권자들은 똘똘 뭉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자유주의 확대에 따라 구조조정은 더 심해지고 공무원 사회의 탄압은 더욱 강도를 높이게 될 것이고 공안기관은 철저하게 공무원을 이용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공무원노조의 노동운동의 방향성에 대해 "현실을 명확하게 짚어야 하고 주변의 공무원들은 어떤가를 봐야 한다"며 "민중의 모습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2시간의 강연시간 동안 차분하면서 단호한 어조로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갔다. 그는 분노와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진보세력이 어떤 모습으로 민중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길을 제시했다. 아래는 강연의 주요 부분을 정리한 내용이다.

 

민중의 눈높이에서 보자

 

지난 대선과 총선 후 민중들은 더 이상 민주주의에 관심이 없고 실망과 좌절 풀어놓는 사람들 많았고 심지어 국민이 노망들었는지를 묻는 정치인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가 지난해 4월 말까지 주된 정서였다.

 

그 후 촛불이 나오자 진보세력 내에서 한국 민중에 대한 예찬이 터져 나왔고, 진보진영에선 민주주의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소리까지 있었다. 집합 집단 지성을 이야기 하고 국민승리 선언까지 나왔다. 그즈음 공정택이 당선되고 다시 좌절했다. 비틀거리고 암담한 모습이 이어졌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다시 절망으로 불신과 과신의 반복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문제를 풀기 위한 자세의 결여였다. 우리나라 민중들이 어떻게 살고 있나 그들의 눈높이에서 살펴볼 필요 있다.

 

인천에서 생활고를 비관해 아파트 14층에서 세 자녀와 함께 투신자살한 사건에 대해 보수신문과 방송은 '비정한 모정'이라고 썼지만 평범한 가정이 몰락해가는 과정을 잘 보여준 사례였다.

 

이 사건을 알고 싶어 해당경찰서로 가서 자세히 취재했더니 담당경찰관이 "너무 과민 반응하는 것 아니냐"고 물어 화를 냈더니 형사는 "우리는 한 달에도 몇 차례씩 변사체를 확인한다"는 얘기를 듣고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게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OECD 국가에서 자살률 1위인 나라. 대부분이 생계를 비관한 자살로 10년전만 해도 그러지 않았다. 오늘 하루가 저물 때쯤이면 34명이 대한민국 어느 곳에선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런 나라에서 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민중의 사정이 이런데도 빈익빈 부익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구정조정과 비정규직을 늘리고 있다.

 

농민 350만 명 중 농가 64%가 연간 소득이 1천만 원이 안 된다. 69세의 한 농민은 평생 땅 한 평 없이 남의 땅만 부치다 동네 청년들을 따라나선 서울 농민집회에서 인도에 서 있다가 공권력이 휘두른 폭력에 두개골이 함몰되고 늑골이 부러져 죽었다.

 

현장에 간이화장실과 비를 피해 밥을 먹을 수 있는 간이식당 설치, 불법 하도급을 줄여달라는 등 작은 요구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는 수익을 가장 많이 내는 포스코 정문에서 공권력에 맞아 죽었다. 이것이 우리 국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다.

 

그들에게 국가가 무엇인가? 해준 게 뭔가? 해준 것은 때려죽인 일밖에 없다.

 

 

국민들에게 절망하는 것은 오만

 

10년 전만 해도 거의 종신고용제였지만 사라져가고 있고 공무원조차도 위협받고 있다. 민중들은 이명박 정부가 도덕성은 없지만 경제 살려 달라는 믿음으로 표를 던진 것 아닌가? 다른 이에게 희망 없어 경제성장에 따른 떡고물이라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데 이 나라에 상위 10%만 살고 있나?

 

국민이 노망들었다고 한사람에게 당신이 노망들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했어야 했다. 국민들이 정치의식 없는 것이 아니라 다가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은 결코 이명박 후보의 압승이 아니다. 63%의 투표율을 감안하면 그는 유권자의 30% 지지만 받았을 뿐이다.

 

이는 믿을 만하고 찍고 싶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허경영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국민들의 허허로운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절망하는 것은 오만이다.

 

촛불 보며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촛불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는 반대 하지만 한미 FTA는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진보세력이 제대로 알려내지 못하고 다가가지 못한 책임이 있다.

 

민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가서고 한없는 불신과 과신을 없애야 한다. 그것이 촛불이 준 교훈이다.

 

민주주의는 민중에 의한 민중의 정치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복무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자치역량을 높여줘야 한다. 역사의식이 부족한 것은 그들의 책임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살아왔기 때문이다.

 

고려대 4학년 학생 60명에게 물었다. "앞으로 노동자 될 사람"하면 아무도 손 안 든다. "그럼 졸업하면 뭘 할 건가"라고 물으면 "취업"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통계청은 여러분이 방송국 PD나 연구원 등 취업을 하면 노동자로 분류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이 노동자가 될 것"이라고 말해주면 눈빛이 달라진다. 대학교수 95%가 체제 친화적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이런 얘기 안 해준다.

 

노무현 대통령 5년간 노동조합은 기피대상이 됐고 TV에서 노동자, 비정규직, 농민 사라졌다. 현실에 없는 얘기만 접하고 있다. 대학4년을 다녀도 노동자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졸업한다.

 

공무원노조의 노동운동 방향은?

 

공무원노동조합은 조합원들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들과 함께 학습해서 노동자 의식 갖추어야 한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현실성이 없다고 말하고 다른 나라에서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가난한 사람들 많다.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 노동조합 관계자에게 "노동운동에 적대적 신문에 어떻게 대응 하냐"고 묻자 답 대신 "그런 신문을 누가 보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학습을 통해 정신적으로 무장해야 한다. 주변 조합원들에게 학습모임을 통해 정치의식을 높여나가야 한다.

 

더불어 공무원노조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학습모임 해나가야 한다. 우리가 정직해야 우리가 원하는 사회 온다. 이명박 정부는 진보세력의 분열과 무능을 믿고 앞으로 3년 동안 빈익빈 부익부 심화시키고 남북관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진보진영은 민중을 과신이나 불신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자. 학습모임을 통해 정치의식 높여 나가야 한다. 실현가능한 비전과 정책으로 무장하자.

 

국민들과 진보진영 모두 뺄셈에 익숙해져 있는데 덧셈에 익숙해 져야 한다. 보궐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2012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후보가 동시에 나오는 상상, 끔찍하다.

 

너무 높은데서 빼고 나누지 말고 실현가능한 비전과 정책으로 접근하면 진보진영의 통합 가능하다. 세련되게 대중적인 언어로 다가서자.

 

한편 충북공무원연대가 출범하고 처음 열린 수련회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본부 소속 10개 지부, 충북도청노조, 충북교육청노조, 충주시노조, 보은군노조, 법원노조 충청본부 등 6개 단체 50여명의 임원들이 참여했다.

 

현재 전국공무원노조와 민주공무원노조, 법원공무원노조 등은 통합을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 단체들이 통합하고 개별노조까지 통합 작업에 가세할 경우 20만 조합원이 소속된 거대 조직이 출범하게 된다.

 

진보진영에서 가장 먼저 통합의 물꼬를 튼 공무원노조의 행보에 진보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손석춘 새사연 원장은 한겨레신문기자 (편집국 여론매체부장, 노조위원장, 논설위원 등) / 전국언론노조위원장 직무대행, 언론개혁시민연대 창립공동대표 등 역임 / 2005년 10월 ‘안종필 자유언론상’을 수상 (동아 자유언론수호 투쟁위원회 수여) 했다.


태그:#손석춘, #충북공무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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