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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짙은 농도의 초대형 황사(黃砂)가 전국을 휩쓸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밤늦게 밀린 일이 걱정이 되어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포털사이트에 접속하자 '황사' 관련 뉴스가 눈에 띄는 것이다.

 

14일 오후에 몽골과 중국 북부사막에서 발생한 황사가 15일 오후 늦게나 밤부터 백령도 등 서해안 지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기상청이 15일 예보했다. 여기서 머물면 그나마 다행인데, 이 황사가 점차 강해져 16일에는 전국으로 퍼져 짙은 농도의 초대형 황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황사가 있을 때는 가능한 외출을 삼가면 더할 데 없이 좋겠지만 16일은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돌아다녀야 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황사는 호흡기 질환 등을 일으키게 하기 때문에 외출시에는 황사 방지용 마스크가 필수라는 것은 이제 누구나가 알고 있는 상식이 되었다. 그런데 황사가 있는 것을 모를 때는 방법이 없다. 멍청하게도 '저 사람은 왜 마스크를 쓰고 다니나? 지독한 독감에 걸린 모양이군' 하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지난해 3월에 황사가 있다는 것을 몰라서 호되게 당한 적이 있다. 피해자 과실 '0'인 교통사고로 대학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나와 동네 정형외과 의원으로 이동했는데, 내일 당장 써야 할 세면도구가 없어서 외출 허가를 받았다. 인연이 닿지 않아 그런지 아직 짝 없이 혼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이럴 때가 가장 서럽다.

 

의원 문을 나서기는 했는데, 목발도 없다 보니 한쪽 무릎이 흔들거려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대학병원에서는 엑스레이 촬영을 해본 뒤 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며 찢어진 뒤통수만 꿰매고 전원(轉院)을 권했던 것이다. 내가 걷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지만 이상이 없으니 동네 의원으로 전원해도 된다는 소리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만일에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상해라면 뇌진탕과 머리를 꿰맨 정도로는 전원하는 것이 환자에게는 훨씬 낫다. 병원비가 훨씬 적게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상을 100%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장에 걷기가 힘든데 왜 전원해도 된다는 것인가.

 

어쨌든 가해자의 부축을 받아 동네 의원으로 옮긴 상태에서 세면도구와 옷가지를 챙기기 위해 이를 악물고 외출을 했던 것이다. 무릎이 심하게 흔들거려 의원으로 다시 돌아갈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기왕에 나왔으니 집에 다녀오자는 생각이 더 앞섰다. 그래서 흔들거리는 다리로 4층까지 간신히 계단을 올라가 집에 도착했다. 소지품을 챙겼지만 4층 계단을 내려간다는 일에 도저히 자신이 서질 않는 터라 의원에 전화를 걸어 하룻밤을 집에서 보내겠다고 알렸다.

 

이튿날 등산 지팡이를 짚고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야 간신히 계단을 내려가 의원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길도 평지가 아니라 고개의 내리막길이었기 때문에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멀쩡할 때는 5분도 걸리지 않을 길을 30분쯤 걸려서야 의원에 도착했던 것 같다.

 

나의 사정 얘기를 들은 보험회사 직원이 신경을 써줘서 이튿날인가 MRI를 찍을 수 있었는데, 결과는 무릎뼈 아래 뼈의 안쪽 골절과 연골 파열 등 중상으로 나왔다. 그래서 당장 깁스에 들어갔고 목발을 짚게 되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편도선이 아픈 것이다. 알고 보니 외출했던 그날 밤과 이튿날 심한 황사가 있었다지 않은가. 황사가 있는 걸 모르고 외출했다가 편도선염에 걸린 것이었다. 멀쩡할 때는 이겨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리 중상과 뇌진탕으로 몸이 약해졌기 때문에 황사를 막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며칠 참고 견디려고 했지만 갈수록 심해졌다. 밥을 삼키기도 힘들고 물을 삼키기도 힘들었다. 꿀꺽 하고 삼킬 때 얼마나 아픈지 겪어 본 사람은 그 고통을 알 것이다. 그래서 회진하는 원장님께 얘기했더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항생제 처방을 해주었다.

 

 

처방해 준 약을 받으러 1층에 있는 약국까지 목발을 짚고 가니까, "그 몸으로 내려오셨어요? 간호사가 약 사다준다지 않아요?" 하며 묻는다. 다른 환자에게는 그렇게 해주는가 싶기도 했지만, 그냥 덮어버렸다. 하기야 사다준다고 해도 내가 그냥 내려왔을 것이다. 

 

다행히 3일 만에 편도선염은 멎었다. 하지만 몸에 안 좋은 항생제를 먹어야 하고, 또 낫기까지는 얼마나 고역인가. 하루에 2리터는 마셔야 좋다는 소중한 물을 단 한 컵 마시기도 힘들어지는 것이다. 황사, 알면 예방핳 수 있지만 모르면 당한다. 뉴스를 안 보고 외출한 동료나 친구들에게, "오늘 황사 있는 거 알아?" 하고 알려주는 센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황사, #항생제, #편도선염, #밥,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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