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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어제) 헌법재판소에서는 지난 해 10월 9일 서울중앙지법 박재영 판사가 위헌제청한 집시법 제10조 야간집회금지 조항과 관련하여 공개변론이 열렸다. 청구인 측과 법무부 등 이해관계인 측의 열띤 공방이 있었다.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이날 공개변론에는 각 언론사와 신문사의 취재경쟁도 치열했다. 하지만 2시간 40여분 동안이나 진행된 공개변론과 법리논쟁의 난해함 때문인지 언론보도를 봐서는 정작 집시법 제10조 야간집회금지 조항 자체의 위헌여부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궁금증을 풀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지난 2008년 5월, 6월 촛불집회에 참여한 촛불시민들이 많다. 일부는 검찰에 구속되기도 하고 이미 법원에 의해서 처벌을 받기도 하였다. 다행히 촛불집회에 참여하고도 경찰, 검찰의 구속과 처분을 피한 이들도 많다. 그러나 집시법 제10조가 있는 한 이후에도 경찰과 검찰이 검거에 나선다면 형사처벌을 면치 못한다.

 

그렇다면 헌법이 보장한 평화적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옳은가? 아니면 야간의 촛불집회를 처벌하려는 경찰과 검찰이 옳은가? 싫든 좋든 이제 헌법재판소의 집시법 제10조 야간집회 금지조항의 위헌여부의 판단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촛불이 옳았다면 그 이유는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집시법 제10조는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하여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경찰관서장은 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조차 기준 자료 없는 '집회 성격상 부득이 함'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집시법 제10조는 위헌이다.

 

첫째, 헌법 제21조 제1항은 (평화적) 집회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보장하고 있고, 제2항은 집회의 허가를 금지하고 있다. 즉 집시법에서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조항은 위헌이다. 집시법 제10조처럼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법률규정의 경우, 경찰의 자의적 판단(편의재량)에 의하여 집회의 허용여부가 결정될 위험이 많기 때문이다.

 

한편, 집시법 제10조는 이와 같이 야간집회를 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의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에 더하여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 함"을 집회 주최자에게 입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 한 경우'가 어떤 경우인지 명확하지 않다.

 

"부득이"라는 표현이 다른 법률들과 시행령, 시행규칙 등에서 쓰이고 있지만, '부득이'가 어떠한 경우인지 예시를 들고 있다. 특히 집시법 제10조와 같이 형사처벌과 결부된 경우에는 '부득이한 경우'가 어떠한 경우인지 명확하게 밝히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집시법 제10조뿐만 아니라 집시법 시행령, 시행규칙에도 '부득이 한 경우'가 어떠한 경우인지 밝히고 있지 않다. 해당 관할경찰서장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서 야간집회 허용여부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집시법 제10조는 헌법이 금지하는 집회에 대한 허가제에 해당하여 위헌이다.

 

지난 3월 2일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 22면에서 "그런데 이 문제('집회의 성격상 부득이 한 경우')에 있어서는 위 경우가 무엇을 가리키는지에 대한 충분한 실무적·이론적 자료가 축적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적고 있다. 경찰과 검찰 스스로도 무엇이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 한 경우인지 실무적으로도 자료가 축적되어 있지 않다고 고백하는 실정이다.

 

12일 공개변론에서도 재판관의 질문에 법무부와 경찰청 측에서 무엇이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 한 경우'인지 답을 하지 못했다. 관할경찰관서장이 자의적으로 즉 편의재량으로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 함을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문제는 관할경찰관서장인 판단권자도 무엇이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 한 경우인지 모르고 있는데, 집회주최자에게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 함을 입증하라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둘째, 야간집회를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금지하고 있다. 법무부는 실무적으로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를 야간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현대인의 활동시간을 고려하면 너무 광범위하게 집회가 금지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집회법도 집회를 밤 10시까지 보장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1881년 제정된 집회법 제6조에서 옥외집회는 밤 11시까지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집회나 가두시위가 밤 11시를 넘겼다고 하여 이 규정을 근거로 처벌하는 경우는 없다. 프랑스의 1881년 집회법은 폐지된 법은 아니지만, 현재 실무에서 적용되지 않는 124년 전의 사문화된 법일 뿐이다. 독일의 경우 야간집회 또는 심야집회 금지규정 자체가 없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도 집회를 밤 10시까지 보장

 

셋째, 헌법에서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집시법 제6조에서 집회의 신고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발적 집회의 경우에는 신고의무 자체가 없는 것으로 본다(독일 연방헌법재판소, 우리 헌법재판소, 대법원 등). 긴급집회의 경우에는 사전신고의무는 없고 사후신고의무만 있다고 본다.

 

그런데 집시법 제10조 규정자체는 야간집회의 경우 우발적 집회와 긴급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집회 주최자에게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 함'의 입증을 요구하여 우발적 집회 자체를 봉쇄하고 있다. 또한 집회주최자에게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 함'의 입증과 더불어 '미리 신고'를 요구하여 사후신고의무만 있는 긴급집회 자체도 금지시키고 있다. 이와 같이 헌법이 보장하는 우발적 집회와 긴급집회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위헌이다.

 

넷째, 헌법은 '장소고정적 집회'와 '장소이동적 집회' 모두를 보장하고 있다. 1994년 헌재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시위'는 '장소이동적 집회'로 보고 있다. 그런데 집시법 제10조 단서는 명문으로 옥외집회만 허용될수 있다고 하여 야간의 시위 즉 장소이동적 집회(행진)을 보장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야간에는 집회의 자유가 반쪽만 보장된다.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의 중대한 침해이다.

 

다섯째, 무엇보다 집시법 제10조가 촛불집회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찰 등 공권력에 의해 악용되는 문제가 있다. 촛불을 든 평화적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경찰들은 "집시법 제10조 야간집회 금지 위반, 불법집회"라며 해산을 종용하고 그 과정에서 일부 경찰과 시민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고, 또 이를 이유로 폭력집회라고 하여 시민들을 형사처벌하는 등 악용의 소지가 많다.

 

여섯째, 헌법은 '평화적 집회'는 집회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으로서 보호하고 있고, 집시법 제10조와 같은 위헌적 조항이 없더라도 폭력집회의 경우에는 이미 집시법 제5조, 제8조 등을 통하여 금지 또는 해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시법 제10조는 과도하게 헌법이 보호하는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어 과잉금지원칙 위반이다.

 

이와 같이 집시법 제10조는 여러 가지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지금과 같이 무조건 폭력집회 여부도 따지지 않고 야간에 모이기만 하면 야간집회금지 위반이라고 해서 시민들을 형벌로 범죄자를 만들 수 있는 위헌적인 집시법 제10조가 더 이상 권력에 이용되어서는 안된다.

 

이제 헌법재판소의 결정만 남았다. 현행 집시법 야간집회금지 조항은 우리 헌법 제21조 제1항과 제2항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허가제에 해당한다. 현재와 같이 정권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집시법 제10조는 악법이다. 이와 같은 악법에 대해서 2009년 대한민국 헌법재판소가 '1994년의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되풀이 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 남경국 기자는 독일 쾰른대학교 '국가철학 및 법정책 연구소' 객원연구원입니다.


*집시법 제10조의 위헌성에 대하여 자세히는 1) 남경국, 집시법 제10조 야간집회금지 조항 등의 위헌성 - 헌법재판소 1994.04.28, 91헌바14 결정을 중심으로 - , 법학연구(연세대학교 법학연구소) 제18권 제4호(2008), 356-408면. 2) 남경국, 집회의 자유의 보장과 제한 가능성의 경계 -  독일 헌법 제8조와 집회법의 충돌과 그 해결과정을 중심으로 - , 학술회의(서강대법학연구소,민주주의법학연구회, 법과사회이론학회 공동주최) <야간집회 금지의 위헌성> 자료집(2009.1.16), 32-64면 참조. 


태그:#야간집회금지조항, #집회의 자유, #헌법 제21조 , #집시법 제10조 위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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