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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뒤로 운수암 가는 오솔길. 한적하고 걷기에 좋습니다.
 선암사 뒤로 운수암 가는 오솔길. 한적하고 걷기에 좋습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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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암 가는 길

선암사를 옆으로 돌아서 운수암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습니다. 잎이 다 떨어져 버린 나무도 봄이 되니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작은 계곡으로 물이 흘러내립니다. 졸졸졸? 돌 틈사이로 싱그럽게 흐르는 물소리를 말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운수암 올라가는 길은 조용하기만 합니다. 차 한 대 다닐 정도로 넓은 길이지만 우리만 걸어가고 있습니다. 청운교를 건너 경사진 길로 올라섭니다. 눈 위로 반듯반듯한 전나무 몇 그루가 보이고, 그사이로 전각이 보입니다. 길옆으로 밭에는 아직 매화가 피지 않았습니다. 남도라도 산에는 아직 꽃을 피우기엔 이른 가 봅니다.

선암사 북암이라고도 불리는 운수암.
 선암사 북암이라고도 불리는 운수암.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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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커다란 느티나무 속에 모셔진 지장보살. 그럼 살아있는 지장전.
 살아있는 커다란 느티나무 속에 모셔진 지장보살. 그럼 살아있는 지장전.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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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각이 많을 필요 있나? 자연친화적인 암자

가파르게 올라선 길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어 나무속에 지장보살이 있네?"
신기하기만 합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요? 다른 어떤 전각에 모신 것보다 크고 편안하게 보입니다.

운수암(雲水庵)은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 중턱에 주불전인 관음전과 삼성각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참 깔끔해 보입니다. 먼저 주불전인 관음전에 들렀습니다. 작은애는 뭔가 소원을 빌게 많았나 봅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더니 예불을 드립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데 벌써 혼자만의 고민이 있을까요?

삼성각 뒤로 돌에 새긴 산왕대신지위(山王大神之位)라는 위패를 모셔놓은 단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삼성각 안에 산신도 모셔 놓았던데? 관음전 옆으로 커다란 수조에는 두 가닥으로 물이 흘러내립니다. 그 위 바위 밑에 용왕님을 모셔 놓았습니다. 용왕전도 자연친화적입니다.

수조위에 용왕을 모셔 놓았다.
 수조위에 용왕을 모셔 놓았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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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암 요차채.
 운수암 요차채.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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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채 댓돌에는 신발이 없습니다. 모두 출타중인가 봅니다. 벽에는 "참 좋은 인연입니다"라고 써서 걸어 놓았습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동부도를 찾아서

올라갔던 길을 다시 내려옵니다. 내려오는 길에 선암사 방향으로 들어서니 편백나무 사이로 커다란 비석이 두 개 있습니다. 너무나 웅장합니다. 선암사 중수비(重修碑) 입니다.

안내판에는 조선숙종 33년(1707)에 건립된 비로 불탄 선암사를 약휴대사(若休大師)가 중심이 되어 다시 세웠다는 내용을 기록한 것이라고 합니다. 총 높이가 5m가 넘습니다. 거북이도 참 잘생겼습니다. 눈을 부릅뜨고 콧구멍을 벌렁거리는 게 아주 생동감이 넘칩니다.

선암사 중수비. 5m가 넘습니다. 무척 웅장합니다.
 선암사 중수비. 5m가 넘습니다. 무척 웅장합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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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도 찾아가는 길. 선암사 뒤 차밭에서 내려다 본 풍경
 동부도 찾아가는 길. 선암사 뒤 차밭에서 내려다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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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동부도. 옥개석이 깨진 것 외에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합니다.
 선암사 동부도. 옥개석이 깨진 것 외에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합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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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에는 동부도와 북부도를 안내합니다. 무척 보고 싶습니다. 선암사 뒤로 조성된 차밭을 따라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50m를 더 가라고 합니다. 찾기가 무척 힘듭니다. 더 이상 이정표는 없습니다. 좁은 산길을 다시 올라가니 숲속에 부도탑이 숨어 있습니다. 보물 제1185호로 지정된 선암사 동부도입니다.

숲속에 숨어있으면서도 참 당당합니다. 고려시대 초기에 조성된 것이라는데 지붕돌 한쪽이 깨졌습니다. 하지만 몸돌에 인왕상과 문비를 새겨 놓아 한껏 멋을 부렸습니다. 참 아름답습니다.

또 다른 부도인 북부도를 찾으러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찾지 못하고 내려왔습니다. 차밭에서 일하는 행자승에게 물었는데 길이 없다고만 대답할 뿐입니다.

500년 묵은 매화나무는 때를 기다리고

동부도를 보고 내려서니 매화나무 고목들이 담장으로 줄지어 서있습니다. 최근에 천연기념물 제488호로 지정되었다는 선암매화(仙巖梅花)입니다. 이 매화나무에 대한 기록이 고려시대까지 올라간다니 엄청 나이가 많습니다.

무우전 담장으로 줄지어 서있는 선암매화. 붉은 꽃망울을 방울방울 달고 있습니다.
 무우전 담장으로 줄지어 서있는 선암매화. 붉은 꽃망울을 방울방울 달고 있습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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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매화 꽃망울
 선암매화 꽃망울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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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매화나무를 바라보지만 아직 꽃을 피우지 않고 있습니다. 심은 지 오래되지 않았을 매화는 벌써 꽃을 피웠습니다. 나이가 먹은 만큼 경망스럽게 피지는 않으려나 봅니다.

선암사 경내는 전각들이 미로 찾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전각 이름도 많고, 건물형태도 다양하고, 빙빙 돌아갑니다. 볼 것이 너무 많다보니 한곳에 머물기가 힘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산사의 봄을 느끼고 있습니다. 대웅전 옆으로 있는 건물 마루에 나란히 앉아 여유도 즐깁니다. 산수유 노란 꽃이 따사로운 봄날처럼 화사하기만 합니다.

산사에는 산수유가 노랗게 피었습니다.
 산사에는 산수유가 노랗게 피었습니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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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선암사에 가시면 운수암까지 걸어갔다 오셔도 좋습니다. 조용한 오솔길을 걷는 기분도 좋습니다.



태그:#운수암, #선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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