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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용상 부장판사)는 4억원이 넘는 차명계좌를 재산 신고 때 빠뜨린 혐의(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와 관련 유죄를 인정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하였다. 애초 검찰이 징역 6월을 구형한 것에 비하면 낮지만 이는 당선 무효에 해당되는 형량이다.

재판부는 4억원에 이르는 거금을 부인의 지인 명의로 관리하다가 제자인 사설학원장에게 빌려준 것처럼 하여 다시 선거자금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선거 비용 마련에 부인이 깊이 관여한 점이 인정되고 거액을 여러 경로를 거쳐 우회적으로 선거 계좌로 넣은 점 등에 비춰 공 교육감이 차명계좌에 대해 부인과 미리 논의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며 유죄를 선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교육감이 제자인 사설학원장에게 1억900만원을 무이자로 빌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선관위가 교육감 선거는 정치자금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안내한 바 있어 위법성 조각 사유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공정택 교육감, 당선 무효형 억울하겠지만...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10일 오후 1심 선고공판에서 교육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10일 오후 1심 선고공판에서 교육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받은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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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공정택 교육감은 "변호사와 상의하여 즉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경복 후보와 전교조에 대한 검찰 수사의 형평성 차원에서 시작된 수사였다는 점에서 공 교육감은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이 선고되리라고 예상을 못했을 수도 있다. 이를 반영하듯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100만원 이하로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말끝을 흐린 뒤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 반성보다는 억울한 심정이 강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억울한 것은 공정택 교육감이 아니라 서울 시민들과 학생들이다. 그는 검사가 수사 단계에서 뺄 거 다 빼주고, 그나마 기소된 혐의에 대해서도 6개월밖에 구형 받지 않았다가 법원이 정치자금법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과 법원에 감사의 의미로 큰절이라고 올려야 할 처지다.

먼저, 선거 과정에서 그에게 적용되었던 선거자금과 관련된 수많은 의혹들, 즉 현직 교장-교감, 사설학원장, 학교급식업체, 자사고 우선협상대상자, 학교공사업체, 사학이사 등으로부터 받았던 부적절한 선거자금에 대해서 업무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리고 거짓 UN 산하기관 교육노벨상 수상 의혹과 초등학생 선거 사진 동원, 100여명 교장단 식사 모임 참석 등에 대해서 고의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검찰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모두 무혐의 처분을 해주었다.

그리고 검찰은 기소 단계에서는 수많은 의혹들을 모두 뺀 채 가장 혐의가 가벼운 4억 재산신고 누락과 1억 무이자 차용만 기소하였다. 기소 후에도 검찰은 부인 명의의 4억 재산의 출처와 자금 세탁과정 과정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고, 지난 4년간의 재산신고 누락에 대해서도 징역6개월을 구형했다.

여기다 법원도 정치자금법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소명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무이자로 1억 900백만원을 빌린 것에 대해서 무죄 선고를 했고, 4억의 차명 재산에 대해서도 재산 신고 누락 부분만 인정하여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의원이 비례대표 후보가 1% 이자로 당에 자금을 차용해 준 것에 대해서 "너무 이자가 낮아 사실상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판단해 징역형을 선고한 것에 비하면 너무나 표나게 봐준 결과다.

이쯤 되면 공 교육감은 결과에 "항소"할 것이 아니라 서울시민들에게 교육감으로서 부도덕한 처신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

공정택 교육감,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까?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10일 선고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10일 선고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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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행보로 볼 때 공정택 교육감이 당장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수많은 교육관련 단체들이 자진 용퇴를 요구하였지만 묵묵부답이던 공교육감이 1심의 선고 결과만으로 스스로 물러날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공 교육감은 곧바로 사퇴하지 않고 추이를 지켜볼 가능성이 많다. 청와대와 교과부의 눈치도 보아야 하고, 교육계의 분위기와 국민들의 여론도 살펴야 한다. 특히 16일 일제고사 파면해임 교사들의 소청 결과가 나올 예정이며, 문제가된 일제고사 재채점도 골치거리로 남겨져 있다.  공 교육감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 지뢰밭들이 즐비하다.

선거법상 잔여 임기가 1년 이상일 경우에는 보궐선거를 실시하지만, 1년 미만일때는 부교육감의 직무대행 체제로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까지 가야 한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공 교육감이 항소를 하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임기를 마치고, 그 이후에 대법원 선고가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선거 사범에 대해서는 법이 1심 6개월, 항소심 3개월, 상고심 3개월 등 1년 이내에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공 교육감이 기소된 것이 지난 1월인데 1심 선고가 나오기까지 채 2개월밖에 걸리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2심과 3심은 1심보다 더 빨리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다시 보궐선거를 할 수도 있다.

이번 법원의 판결은 주경복 교수와 전교조 교사들의 재판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현재 주경복 교수와 전교조 소속의 현직 교사들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공교육감이 무이자로 1억 9백만원을 빌린 것에 대해서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교육감 선거는 정치 선거가 아니므로 정치자금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힘으로써 주 교수와 전교조 교사들에게도 이와 똑같은 논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공 교육감의 이후 거취와 그의 상대 후보였던 주경복 교수와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재판 결과에 국민들이 또 다시 주목해야 할 이유이다.

교육수장들의 불명예 퇴진, 불신 낳는다

이미 수도 서울의 교육수장으로서의 도덕적, 교육적 명분을 상실한 공 교육감이 불명예스럽게 법의 심판을 받아 직을 그만둘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할 것인지는 온전히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번 사건은 공 교육감 개인에게 수치일 뿐 아니라 서울 교육 전체에 엄청난 손실이다. 이로써 경북의 조병인 교육감, 충남의 오제직 교육감이 불명예 퇴진한 것에 이어 줄줄이 교육수장들이 쫓겨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것은 선거 비용으로 인한 막대한 혈세 낭비라는 유형적 손실을 넘어,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 우리 교육 전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키우게 됐다. 교육계 전체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태그:#공정택,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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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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