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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정말 즐거움을 주는 좋은 초콜릿의 선택권은 아직도 작기만 한 상태이다.
 한국에서 정말 즐거움을 주는 좋은 초콜릿의 선택권은 아직도 작기만 한 상태이다.
ⓒ 마티아스 슈페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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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0여년 전쯤 독일에서 처음 왔을 때 한국에는 가나 초콜릿, 아직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크런키 바 등이 있었는데, 미국이나 유럽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에 비하면 그 종류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 시기 보통 유럽의 수퍼마켓에서는 이미 한 회사에서 나온 초콜릿만 해도 15가지 정도는 됐었으니, 자신들만의 초콜릿 제품들을 만들고 있던 경쟁사들의 숫자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한국에서 초콜릿은 별 볼일이 없었다.

10년이 지나고 보니 많은 것이 변했다. 현대백화점에 가면 'Amedei'의 초콜릿 바를 100g에 1만8000원에 살 수 있게 되었으며(맛을 보면 좀 실망하게 될 지라도), 그 이상으로, 초콜릿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주류문화에 속하게 되었다.

오늘날 한국에서 초콜릿은 붐을 이루고 있고, 아직도 예전만큼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한국 초콜릿 시장을 조금 더 가까이 살펴본다면 몇가지 독특한 점들을 발견할 것이다:

1) 다크 아니면 땡- 처음 보게 되는 것은 한국에서 초콜릿이 아이들 장난거리 이상이 되려면, 다크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편의점에서 빠르게 팔리는 제품이든, 백화점 전문 매장에서 팔리는 비싼 제품이든간에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다른 맛을 첨가하지 않은 플레인 다크 초콜릿이다.

2) 숫자는 중요하다- 현재 시판되며 성공적인 제품들과 그들의 포장, 마케팅을 보면 다크라는 것 만으론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그럼 그 모든 제품이 첨가된 맛 없는 플레인 다크 초콜릿일 때 어떻게 할까? 그래서, 숫자를 입력한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어떤 이유에선지 구입하는 초콜릿의 카카오 함량에 몰두해있다. 높은 가격 다음으로 높은 카카오 함량이 제품의 우수한 질과 맛의 바로미터인 듯 하다. 한번은 이 현상이 어디까지 다다랐냐 하면, 한국에서 작은 커피샵 체인과 미팅을 가졌는데, 매니저가 말하길, "이 제품이 잘 팔릴지 모르겠네요, 카카오 100%도 아니잖아요" (참고로, 아직 맛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

두 개의 초콜릿을 놓고 카카오 함량을 비교하는 행위 자체는 이미 두 대의 차를 놓고 마력을 비교하는 것 만큼이나 이치에 맞지 않는 분석이다. 240마력 트럭을 몬다고 해도 180마력의 작은 스포츠 카나 혹은 60마력의 오토바이를 모는 것보다 빠르거나 재밌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초콜릿에서도 카카오의 함량 그 자체는 단순히 카카오 고형물의 함량 외에, 초콜릿의 맛이나 품질에는 아무련 관련도 없다. 그보다 맛과 질은 생 카카오의 질, 발효, 로스팅에 따라 나오는 결과이다. 그래서 같은 70% 카카오 함량의 초콜릿 두 개는 낮과 밤처럼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라벨에 새겨진 70%의 질 낮은 카카오 역시 70%이긴 하다.

제품의 구입을 혀가 결정하는 대신 이런 의미없는 숫자에 대한 집착하는 현상은, 내가 맛본 많은 "플레인, 다크 초콜릿들"이 대개 지루하고, 신선하지 않으며 기름지고 흙같은 맛이 나는 이유를 설명해 줄 것이다.

3) 과장된 건강 기능- 물론 카카오는 일정부분 건강에 좋을 수 있지만, 나는 한국 기업들이 "건강 측면"을 제일 심하게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은 그것을 기꺼이 믿으려 하지만, 그것이 소비자들의 잘못인가? 초콜릿을 먹으면서 음, 이건 간유를 마시는 짓과 똑같아라는 생각을 하기보단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좋은 일이 아닌가? 어쨌든 이것도 가끔은 정도를 지나쳐서 어느날은 왓슨에서 "초콜릿 다이어트"까지 보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첨가된 맛이나 우유 없이 60% 카카오 함량의 초콜릿을 먹는다고 해도, 여전히 그 40%는 순수한, 흰색의, 고도 정제된 설탕임을 기억하자. 결국 초콜릿은 즐기는 것이지 건강상의 이유로 먹는 것이 아니며, 그러므로 먹을 때 정말로 즐거운 것이어야 한다- 그러니 맛있는 것을 고르자!

4) 흔하지만 드문- 현재 한국에서 초콜릿은 유행하고 있으며 꽤 인기가 많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초콜릿은 흔하다- 그러나 동시에 여전히 드문 상태이기도 하다. 그것은, 어디에서나 비슷비슷한 65%의 플레인 다크 초콜릿과 싸구려 길리안 시쉘 혹은, 통속적인 금색의 페레로 로쉐 등은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맛이나 컨셉, 혹은 실질적으로 더 좋은 질을 가진 초콜릿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맛과 질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 광고 등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에 기반한 것은 진짜 가치라고 볼 수 없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초콜릿 시장은 아직도 발전하고 있는 중이며 과도기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소비자들이 100% 카카오에 다다른 뒤, 더 올릴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그리고 그 대신 새로운 제품들이 시장에 들어오고, 가격이나 이름, 혹은 포장지 위의 의미 없는 숫자들 대신 맛과 그것이 주는 즐거움을 기준으로 선택되는 날이 올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에 오다가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유럽 라이프스타일 제품 등을 수입판매 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태그:#초콜릿, #유럽, #한국, #화이트데이,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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