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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경기도 성남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첫눈에 봐도 무척 다정해 보이는 부부이신데 오늘 섬진강가를 달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차 오셨답니다. 함께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올해 연세가 예순둘이시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습니다.

 

다음 주 서울에서 열리는 동아 마라톤 대회 풀코스에 도전하기 때문에, 오늘은 하프를 뛰신다고 합니다. 그 연세에 마라톤을 하시는 게 대단해 보여서 사진기를 들고 함께 달리며 사진을 찍어 드리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대회장인 하동 송림에 도착하니 그야말로 인산인해입니다. 참가 선수만 오천 명이 넘는다고 하니 규모가 꽤 큰 대회입니다.

 

대회의 목적이 영호남 화합이니만큼 양 도의 지사께서 나와 환영사를 해 주셨습니다. 경상도 신랑과 전라도 아내가 만나 사는 남도부부로서 가슴 뭉클한 시간이었습니다.

 

 

하동에서 생산한 지리산 고로쇠 수액과 광양에서 생산한 백운산 고로쇠 수액을 큰 그릇에 붓고 섞어서 함께 잔을 들고 건배를 했습니다.

 

오늘만큼은 전라도와 경상도라는 지역 갈등이 조금도 없이 모두의 얼굴엔 웃음만 가득했지요. 정치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특히 하동은 광양 쪽 사람들이 주로 장을 보는 탓에 지역감정은 찾아 보기가 힘든 곳이지요.

 

 

어제 밤, 우리 집에 오신 손님이신데 올해 연세가 예순둘이시랍니다. 마라톤을 하신 지가 올해 6년째인데 건강이 아주 좋아지셨다며 자랑이 대단했습니다. 작년엔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도 참가했을 만큼 열정을 가진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나이 오십에 대학 새내기로 입학한 내 자신을 격려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기도 하는 데 맞는 것 같습니다. 매화 핀 섬진강 꽃길을 함께 달리며, 묵묵히 자기 페이스를 지키며 달리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 4년 동안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한결 수월해 보입니다. 자식 같은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 시간들이 미리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래서 오늘 자청해서 사진을 찍었는지도 모르지요. 함께 달리며 나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노익장을 배우고 싶었는지도 모르지요.

 

 

다음 주에 열리는 서울 동아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이번 대회에는 하프 코스를 뛰었습니다. 1시간 27분만에 도착 지점에 닿았습니다. 참 대단한 기록이지요.

  

2박3일 짧은 만남이지만 인연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나이에 매이지 않고 달리시는 모습을 보며 늦게 공부를 시작하는 내 마음도 다잡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행사를 마치고 점심을 함께 하자고 하셔서 맛있는 점심을 대접 받았습니다. 형님 같고 이웃집 아저씨 같으신 좋은 분을 만나 참 기쁩니다. 앞으로 호형호제 하며 잘 지내겠지만 내일 헤어지는 악수를 할 때 난 경상도 투박한 말로 물어 볼 참입니다.

 

"나이 절반은 어디다 팔아 묵었소?"


태그:#섬진강 , #꽃길,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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